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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조선왕조 오백년 역사에서 위대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단 한 사람을 꼽기는 어렵지만, 이 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산 정약용, 역사책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그의 삶과 정신이 무엇인지, 이 소설을 통해 만날 수 있었네요. 《다산》은 한승원 작가님의 역사소설이에요. 다산의 삶은 흙탕물 속에서도 고고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느껴지네요.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뜨지 않았더라면 어떠했을지,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읽는 내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요. 놀라운 점은 고통스러운 시기를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냈다는 거예요. 그를 지탱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1권은 다산의 생애 마지막 순간으로 시작해 신유박해 때 대대적으로 천주교도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황사영백서사건을 그려내고 있어요. 일흔다섯 나이의 정약용은 아내 홍씨와 혼례를 올린 지 60년이 되는 회혼일인 2월 22일(양력 4월 7일), 회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정약용은 자식들에게 가난과 험난한 길만 물려준 것은 아니에요. 유배 시절에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책을 쓰라고 권했어요. "책을 많이 읽은 눈으로, 세상을 구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깊이 뚫어보면 구제할 대상이 보인다. 그 구제할 대상을 저술거리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기능 좋은 눈을 물려줄 수는 있지만, 세상을 깊이 뚫어보는 법과 그것을 구제하려는 어진 마음의 안목을 안겨줄 수는 없다. 그것은 스스로 체득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까움을 어찌하지 못한 채 나는 이제 떠나가야 한다. 남아 있는 자식들의 삶은 자식들의 삶이고, 떠나가는 아비의 삶은 아비의 삶이다. 이제 아비가 할 일은, 상례와 법도에 벗어나지 않도록 내 육신을 매장해달라고 당부하는 일뿐이다." (26-27p) 참으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으나 숨을 거두는 순간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였으니, 그 끝은 복되다고 할 수 있어요. 자식들에게 줄 수 없었던 통찰과 어진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그가 남긴 500여 권이 넘는 저술과 수천 편의 시를 통해 대대손손 전해져 현재에 이르렀네요. 진정한 깨달음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네요.
"아름다운 이 강산의 풍광은 하늘이 만들었지만,
하늘 명령을 받은 깨달은 자의 눈이,
새로이 빛나게 해석해야만 우리 강산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188p)
정조 임금이 문제를 냈다.
"땅과 하늘과 사람 사이의 으뜸 되는 조화로운 정情과 관계되는 글자가 셋이 있다.
그 글자들 셋을 모두 알아맞혀보아라. 획은 세 글자들이 다 마찬가지로 네 획씩이고,
그 세 글자에 모두 다 '두 이二'자가 들어 있다.
그 세 글자는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모두가 '동의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무슨, 무슨, 무슨 글자이냐? 다섯을 헤아릴 때까지 말하지 못하면 진 것으로 하자.
하나 둘 셋 넷······."
정약용은
"어질 인仁 ! 하늘 천天 !" 하고 대답했다.
세 번째 글자가 떠오르지 않아 잠시 궁구하고 있는데, 임금이
"다섯!" 하고 말했고, 정약용은 그 순간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 글자가 있어 재빨리
"없을 무无 입니다." 하고 소리쳐 말했다. (208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