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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2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한승원 작가님의 역사 소설 《다산》은 정약용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어요.
2권은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시작되어 험난한 유배 시기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황사영은 중국 북경의 주교에게 박해의 전말을 담은 편지를 비단에 적어 보내려고 했으나 그전에 발각되었고, 이 사건을 이용해 남인들을 몰아내려는 음모로 인해 이미 경상도로 유배를 갔던 정약용은 다시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돼요. 귀양살이를 했던 18년의 시간을 지나 다산의 마지막 순간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담고 있어요.
박장설이 윤영희를 건너다보며 입을 열었다.
"정약용 그 사람은 내가 살려주려 해서 살아난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죄가 없어서 살아난 것이오.
독심을 품은 사헌부 집의 한사람(홍희운)이 그렇게 죽이려고 발버둥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목숨을 부지하여 빠져나가는 정약용은 참 대단한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오.
지금 매우 가엾은 처지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부럽소이다.
칼산지옥 같은 사지 속을 헤치고 다니면서까지 구명을 하려 드는 윤 교리 같은 벗을 두었으니······." (24p)
억지로 죄를 만들어 고문할 적에 정약용은 속으로 소리쳤어요. "그래, 내 아픈 삶을 비틀어 꼬아 만든 소리로 빛을 만들고, 그 빛이 새가 되어 날아가게 하자. 나는 지금 잠시 어떤 무고로 인해 묶여 들어왔을 터이므로 곧 풀려날 것이다.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풀려나가면 부지런히 해내야 할 사업이나 궁리하자.' (87p) 역경을 마주하는 태도, 이것이 다산을 위대한 인물로 꼽는 이유예요.
강진에서 정약용은 혜장과 초의라는 승려와 인연을 맺게 되는데, "혜장은 자유와 절망과 허무의 표상이라면, 초의는 자기의 눈으로 밤하늘의 별을 만들어가는 활력의 표상" (256p)으로 표현할 정도로 상반된 두 승려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헤장과 초의는 정약용을 '탁옹'이라는 별호로 부르곤 했는데, 이는 속은 부드럽고 알차지만 겉은 견고함으로 무장되어 있는 노인이란 뜻이에요. 똑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절망과 허무함에 무너지고, 어떤 이는 희망을 찾아내는 건 무슨 연유일까요. 탁옹 선생의 산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제 길을 찾아 떠나는 초의처럼 옳은 선택을 하고 싶네요. 지금 이 시점에서 소설 속 다산 정약용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