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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최전선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역사 그리고 마음에 대해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이송교 옮김 / 아이콤마(주) / 2024년 5월
평점 :
《지식의 최전선》은 영국의 철학자 앤서니 그레일링의 책이에요.
흥미롭게도 이 책은 인류를 진화시켜온 '지식' 그 자체를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어요. 저자는 사상과 발전, 철학의 역사에 관한 연구와 다양한 글을 써오면서 지식의 최전선에 기여한 인류의 활동과 탐구라는 본질에 관해 깊은 흥미를 느꼈고, 이 책은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세 가지 중요 분야인 과학, 역사, 심리학에서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그게 왜 중요한지를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인류 역사에서 지난 150년 동안 과학, 역사, 심리학이라는 세 분야는 놀라운 진보를 했는데 그 분야에서 우리가 무엇을 성취했고, 그 성취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에 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는 철학자로서 그 틈새를 집중공략한 거예요.
"인류는 확실한 믿음에서 불확실한 지식을 향해 진전해 왔다. 지식을 통해 믿음에서 무지로 넘어왔다. 지금 우리는 '지식으로 가득 찬 새로운 무지'라는 놀랍고도 역설적인 상태에 와 있다.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통달했지만, 산을 오르는 등반가들처럼 더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의 무지도 더 넓게 펼쳐지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지식의 최전선 자체가 지평선 저 너머에 놓여 있어서 차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식이 진보하면서 드러난 무지의 수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제 막 여행을 시작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440p)
저자는 지식이 가장 엄격히 뒷받침 되는 최선의 믿음이라고 할 때 우리가 그 지식을 믿는 것이 합리적인 아닌지를 생각해보자는 거예요. 지식은 분명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지만 새로운 지식은 새로운 무지를 불러오는 역설에 빠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대로 얼마나 무지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거죠. 저자는 지적 정직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들을 12가지, 즉 핀홀 문제, 은유 문제, 지도 문제, 기준 문제, 진실 문제, 프톨레마이오스 문제, 망치 문제, 등불 문제, 간섭자 문제, 판독 문제, 파르메니데스 문제, 종결 문제로 분류하여 설명하면서, 탐구를 방해하는 12가지 문제를 과학, 역사, 심리학 분야의 탐구 조건으로 설정하고 있어요. 이 문제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 엄청난 지식 생성과 동시에 더 엄청난 무지를 알려주는 새로운 탐구 세계가 열렸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최근에 배운 과학, 역사, 심리학에 관한 지식과 무지를 탐구하는 여정인 거예요. 과학, 역사,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면서 앞서 언급했던 질문을 통해 탐색과 성찰을 한다는 점에서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의 최전선을 넘어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네요. 최근에 이뤄낸 거대한 진보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탐구 활동이며, 이러한 성찰이 곧 인간 노력의 핵심이자 철학이라는 것을 배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