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희 옮김, 변광배 해설 / 코너스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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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상공에 머무는 느낌,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것과 조종석은 다를 거예요.

한 번도 비행기를 조종해본 적은 없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해봤어요.

《야간 비행》은 1931년 출간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이에요. 같은 해에 페미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대문호 앙드레 지드의 찬사가 머리말로 수록되어 있고, 193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어요. 1920년대 상업 항공이 시작될 무렵이라 항공기의 야간 운행은 초기에 거센 비판에 부딪쳤는데 그만큼 야간 비행은 목숨을 거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었어요. 앙드레 지디는 머리말에서 "항공 업계에도 마치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한 탐험 시대처럼 초기 개척기가 있었으므로, 어떤 항공 개척자의 비극적 모험을 그리고 있는 《야간 비행》이 일종의 서사" (9p)f로 다가온다고 소개하고 있어요.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기 조종사였고 아르헨티나 야간 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을 이 작품에 잘 녹여냈어요. 야간 비행을 개척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브에노스아이레스 항공 우편국의 총책임자인 리비에르와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오르는 조종사들의 모습이 처음엔 평범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상황처럼 느껴졌는데 점차 그들이 해내야 할 임무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니 고뇌하는 그들의 입장에 몰입하게 된 것 같아요. 리비에르와 조종사들은 야간 비행에 대한 거센 비판에 맞서 싸우면서 그들 나름의 전우애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모든 저항과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위험천만한 비행을 지켜보는 일은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적어도 리비에르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가볍게 여기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102p) 하나의 조직을 책임져야 할 리더라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결과만으로 승리와 패배를 나누는 건 옳은 것 같아요. 목표를 향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였다면 강하게 저항했을 텐데 모두가 동의하고, 함께 이뤄내기 위한 목표였기에 그들만이 판단할 수 있어요. 만약 그 상황에서 나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그건 알 수 없어요. 사람 목숨보다 더 귀한 건 없으니까요. 결국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건 조종사들의 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야간 항로를 개척했던 조종사들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밤하늘을 가르며 천 킬로미터를 지나온 조종사만이 비행기를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느끼며 거센 파도를 만나 오르내리며 희망의 빛줄기에 이르는 감동과 승리감을 만끽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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