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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평점 :
정말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인물'이에요.
아마도 그 인물을 언급한다면 대부분의 반응은 "당연히 그러한 인물이 존재했겠지, 근데 뭐?" 이지 않을까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인물, 그만큼 대중의 관심에서 완전히 밀려난 인물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 인물의 정체는 영화 <해리 포터>의 '해리 포터'를 뽑는 오디션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던 두 소년 중 떨어진 한 명이에요. 당시 오디션 경쟁률이 4만대 1이었다는데, 대중들의 기억에는 책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모습뿐일 거예요. 최근에 드레이코 말포이 역을 맡았던 배우 톰 펠턴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을 봤던 터라, "우리가 몰랐던 또 한 명의 '해리 포터'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고 에세이 장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두 번째 아이》는 다비드 포앙키노스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먼저 첫 장에 '독자에게 드리는 주의사항'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이 소설의 일부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저자는 완벽히 허구적인 줄거리에 따라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걸 중시했습니다." (5p)
저자는 왜 해리포터가 될뻔했던 소년에게 주목했을까요.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충격을 이해하긴 어려워요. 애초에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이니 얼마나 아쉽고 속상했겠어요. 이 소설에서는 마틴 힐이라는 소년이 겪은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 그보다 앞선 상처와 아픔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단순히 캐스팅 탈락이라는 사건 이전에 마틴에게는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었고, 공교롭게도 불운한 사건이 그 시기와 겹쳐서 결정타가 된 거예요.
마틴은 바닥 없는 질투가 온몸을 휩싸는 걸 느꼈다.
"왜 내가 아니라 걔야?"
마치 쓰라린 심정의 후렴구처럼, 그는 쉼 없이 되풀이했다. (98p)
완전히 정반대의 경우지만, 불행한 일을 겪을 때 사람들은 "왜 하필 나야?"라고 말해요. 행운이든 불행이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삶은 늘 불공평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근데 마틴은 겨우 열 살 나이에 혹독한 일을 겪었고 이를 극복할 힘이 부족했을 뿐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틴처럼 최종 후보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눈앞에서 기회를 놓치는 경험은 해봤을 거예요. 이미 떠나버린 기회는 마음에서도 놓아줘야 하는데 그걸 붙들고 있으면 미래에 더 멋진 기회들을 포기하는 거예요. 선택받지 못한 아이, 마틴의 삶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네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 삶은 나의 선택과 결정으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미래는 아직 나에게 달려 있으니까요. 행복은 내 안에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