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ㅣ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평점 :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아무리 말로 설명한들 그 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필사가 참 좋은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를 고민해봐도, 역시 직접 써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처음 필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는 모두를 위한 필사책이에요.
마음시선 출판사에서 나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각 페이지를 실로 엮어만든 사철 제본이라서 시각적으로도 멋진 데다가 펼침성이 뛰어나서 필사하기가 편하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요.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매일 하루 한 장을 읽고 쓸 수 있어서 좋아요. 내부 디자인이 아기자기한 그림과 귀여운 줄 노트 형식이라서 마음에 들어요. 그림이 있는 부분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빈 칸으로 되어 있는 것도 세심한 배려인 것 같아요. 나만의 필사책답게 단순히 옮겨 적는 것 말고도 노트를 자유롭게 꾸밀 수 있어요.
"사막은 아름다워."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사실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막을 사랑했다. 사막의 모래언덕에 앉아 있으면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다. 그러나 침묵 가운데서 뭔가가 고동치고 빛을 발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모래가 신비롭게 빛을 발하는 까닭을 불현듯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오래된 집에는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사실 아무도 그 보물을 찾을 방법을 몰랐다. 아마 그걸 찾아보려고 시도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설로 인해 그 집은 마법에 걸려 있는 듯했다. 우리 집은 깊숙한 곳에 비밀 하나를 감추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 집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지!" (230p)
삭막해진 마음을 위로해주는 어린 왕자, 그래서 늘 곁에 힘이 되어주는 친구 같기도 해요.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드문데, 유독 어린 왕자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읽게 되더라고요. 마지막 장면에서 "안녕,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서 반갑게 맞이하는 거예요.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라고요. 근데 이 필사책 덕분에 매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이미 읽었고 아는 내용이지만 하루 한 장이라는 짧은 문장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특별한 것 같아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