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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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우체국'이란 것 알아?"

"아니, 모르는데."

"좀 낭만적인 서비스인데 말이야. 수요일에 있었던 일을 편지에 써서 '수요일 우체국' 앞으로 보내면, 훗날 다른 누군가의 수요일 이야기가 쓰인 편지가 오는 거래. 그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무렵 '수요일 우체국'은 구마모토현 아카사키라는 곳에 있었는데, 현재는 미야기현 히가시트마시의 '사메가우라'라는 해변에 있대." (107p)


《수요일의 편지》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소설 속 '수요일 우체국'은 일본에서 실제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전혀 모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수요일 이야기를 써서 보내고, 다시 누군가의 수요일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아보는 일이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낭만보다도 더 멋진 변화가 일어났네요. 마흔 살의 주부 이무라 나오미는 고3 아들과 중2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오랜만에 고교동창생인 이오리를 만났는데 친구의 화려한 모습과 즐거워보이는 일상을 자신과 비교하며 질투를 느끼게 돼요. 왜 그럴까요. 나오미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두 아들을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나오미가 왠지 짠하고 안타까웠어요. 억눌린 감정들을 몰래 은밀하게 혼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던 나오미였지만 이오리를 만난 순간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터져버린 거예요.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이오리는 진심으로 나오미를 걱정해주며 '수요일 우체국'에 편지를 써보라고 한 거예요. 망설이던 나오미는 편지를 썼고, 그 편지 한 통으로 인해 우연인 듯 신기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인생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그걸 인정하기 싫거나 바꿀 자신이 없어서 피했던 주인공들의 변화를 보면서 덩달아 기뻤네요. 또한 말과 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어요. 생각과 마음을 담는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은 달라질 수 있어요. 이오리가 나오미에게 알려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한다, 남을 기쁘게 하면 자기도 기쁘다." (38-39p) 라는 세 가지 말, 저 역시도 마음에 새기며 살고 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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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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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 표현의 생경함에 붙들렸던 까닭은 

그때까지도 상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익히 알던 세계의 많은 부분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왜곡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서였으리라." (14p)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싶어요.

남겨진 이들이 겪어야 할 상실과 아픔, 그건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에요. 온전히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는...

《상실과 슬픔》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스린 슐츠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느낀 상실감으로 시작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꺼내어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상실, 잃어버린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는 얼마나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 소소한 물건들부터 믿음, 희망, 원치 않는 결별, 기본적인 신체 능력부터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등등 우리가 상실할 수 있는 것들이 이토록 많았던가 싶어 놀랍기도 했어요. 서로 관련 없어보이는 것들이 결국 상실의 목록으로 이어져 있었던 거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대해 저자는 글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 책에서 상실에 관한 부분보다 발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는 점이에요.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랑을 발견함으로써 극복해낼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생각이 없으므로 슬픔과 사랑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죽음, 그밖의 모든 상실에 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똑같은 상실의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발견이라는 새로운 길을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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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스트리트
제니 잭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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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보인다고 해서 진짜 그들이 행복할까요?

늘 그렇듯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걸 또 우리는 직접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바로 소설을 읽는 이유네요.

《파인애플 스트리트》는 제니 잭슨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집안의 세 여성의 이야기예요. 스톡턴 가는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파인애플 스트리트에서 자리잡은 특권층이에요. 집안의 맏딸인 달리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출산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고, 둘째 딸 조지애나는 유쾌하고 때로는 철부지 같은 구석이 있어요. 샤샤는 스톡턴 가의 아들과 결혼하면서 파인애플 스트리트의 대저택에서 살게 된 것이라 가족 모임에서 외부인 취급을 당하고 있어요. 똑같이 가족으로 묶여 있지만 세 여성은 각자의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뉴욕의 상류층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동시에 그들도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의 고민과 숨겨진 비밀, 속사정을 가졌다는 사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돈과 사랑 그리고 관계의 문제들을 생각하게 만드네요. 파인애플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미국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는데, 달리가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과 함께 스스로를 오렌지라고 표현한 부분이 묘한 공감을 불러오네요. 새콤달콤한 크랜베리와 대조되는 오렌지,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는데 그것이 과일과 인간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생김새가 어떻든간에 성격이나 취향이 무엇이건간에 달라지는 건 없어요.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흥미로운 이야기 덕분에 즐거웠네요.

"달리는 자신이 오렌지라는 걸 알았다. 어렸을 적 그녀의 친구들은 누가 '샬럿'이고, 누가 '서맨서'이고, 누가 '캐리'인지 정하며 놀곤 했다 ('미란다'는 없었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 '블랑슈', '도로시', '로즈' (미국 시트콤 「골든 걸스」의 주인공들.)도 정했다. 하지만 달리는 동생들과 은밀히 다른 놀이를 했는데, 각자를 동네 이름인 과일로 정했다. 코드는 당연히 파인애플이었다. 바보스러워 보일 정도로 항상 유쾌하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고, 어떤 모임이든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버리니까. 반면 조지애나는 크랜베리였다. 밝고 아름다운 막내였지만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다. 이로써 달리는 오렌지가 되었다. 지루하고, 믿음직하고, 늘 주변에 있고, 칭찬은 좀처럼 받지 못하는. 또, 두툼한 껍질에 싸여 있으니, 시간을 들여 그 껍질을 벗길 용의가 있는 사람들의 수중에만 들어간다." (2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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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합격하는 사분면 공부법 - 도쿄대생이 알려주는 초단기 고효율 학습 전략
니시오카 잇세이 외 지음, 고정아 옮김 / 프런티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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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일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수능 보기 전 필독! 사분면을 그리면 대학 합격이 보인다!"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어요. 우리나라 못지 않게 일본도 입시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습법도 다양한 것 같아요. 요즘 일타강사가 30일간 도전 학생과 밀착 수업을 하며 성적 향상을 돕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던 중이라서 사분면 공부법이 궁금했네요.

《반드시 합격하는 사분면 공부법》은 도쿄대생이 알려주는 초단기 고효율 학습 전략서라고 하네요.

이 책의 저자는 '성과를 내는 공부법 연구 집단'으로 현역 도쿄대생과 유명 입시학원 강사, 대학교 부교수 등 많은 인재들이 모여 도쿄대생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인터뷰를 토대로 대학교 교육학부 교수님들의 의견을 듣고 분석한 모든 결과를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거나 책으로 발간하고 있다고 해요. 대표 저자는 현역 도쿄대생 작가인 니시오카 잇세이로 고3 때까지 하위권 성적이었는데 극적인 반전을 일으켜 도쿄대 합격을 했고, 현재는 여러 고등학교에서 공부법을 지도하고 있대요. 재미있는 건 일본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싱글맘으로 3명의 아이를 키우며 연기 활동을 하는 오구라 유코 씨를 대학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맡았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는 거예요. 이런 극적인 합격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특정 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사분면 공부법은 일률적인 방식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공부법, 노력의 방법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방식이에요. 자신에게 맞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해요. 그 도구가 사분면이에요. 사분면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세로축에는 '잘함'과 '못함', 가록축에는 '좋아함'과 '싫어함'을 표시하여 사분면으로 나눠지는 표를 그린 다음에 자기 분석의 결과를 적어나가면 돼요. 표를 완성하면 네 가지 분류, 즉 '좋아함 X 잘함', '좋아함 X 못함', '싫어함 X 잘함', '싫어함 X 못함'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이 네 가지 분류에 따라 각각 공부법이 달라지는데, 바로 그것이 사분면 공부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확하게 자신의 상태를 분석해 올바른 노력의 방향성을 찾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저자는 학생들에게, "노력하지 말 것, 이것이 바로 도쿄대 합격을 위한 첫걸음이다." (37p)라고 조언한대요.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노력의 양보다 질을 높여야만 의미 있는 노력이 된다는 뜻이에요. 노력의 양이 부족하지 않다면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것이 노력의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이므로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거예요. 결국 어떻게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도쿄대생들이 증명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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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 유전자에는 없는 세포의 비밀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 지음, 윤서연 옮김 / 드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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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구분할 수 있어요.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육안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요. 보편적인 인지 능력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 때로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혼란에 빠질 때가 있어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이후 모두가 유전자에 집중했고, 우리의 모든 것이 DNA로 결정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아요. DNA가 전부 일치한다고 해서 동일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가 일란성 쌍둥이예요. 우리는 단순히 유전자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포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는 발달생물학자인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동물의 발달을 연구하는 발생생물학자로서 유전자와 세포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연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유전자가 인간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는 지배적 관점에 배아 발달이 대치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해요. 이 책은 세포의 기원부터 세포와 유전자의 관계, 세포와 세포 간의 관계를 비롯한 세포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을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믿게 된 것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와 착각인 거예요. 유전자가 유기체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유전자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건 아니에요. 유전자가 하는 일은 세포의 통제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DNA를 시험관에 넣고 유기체가 생겨나기를 기다린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변화가 생기려면 새로운 DNA가 세포 안에 있어야 해요. 세포가 없으면 DNA는 쓸모가 없어요. 유기체를 만드는 것을 건물 건축에 비유해보면 DNA는 도구와 원자재이고, 유기체 구성을 관장하는 건축가가 바로 세포라는 거예요. 저자는 실험을 통해 유전체에는 세포 범위 내에서 모여 선택적으로 사용될 때 개별적으로는 없던 속성이 생겨나는 부품, 도구, 재료에 관한 암호가 담겨 있고, 세포는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체의 활동을 제어하여 유기체를 형성하고 기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러한 창발적 속성이 발견되면서 세포에 대한 관점이 정적인 존재에서 동적인 존재로 바뀌었다고 설명해주네요. 유전자의 발현은 세포의 바코드가 되고, 개별 세포 유형은 발현하는 유전자 목록을 통해 식별될 수 있지만 세포에는 발현하는 유전자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세포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네요. 유기체는 DNA가 만든 도구가 아니라 세포의 도구 저장소였고, 유전자와 세포의 핵심적인 차이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세포는 이타적이라는 거예요. 유기체의 생명은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이기심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암이 발생하며, 암은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만 세포의 질병이 아닌 유전자의 질병인 거예요. 세포의 눈으로 생명체를 보면 다세포 유기체 내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볼 수 있어요. 세포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배아이며, 배아는 유기체라는 작품을 만드는 연속된 창발의 결과물이라고 해요.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는 유전체에 담겨 있을 수 있지만 유전체가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결국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유전자가 아닌 세포에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발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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