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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발견 - 사랑을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는 법
캐스린 슐츠 지음, 한유주 옮김 / 반비 / 2024년 6월
평점 :
"제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 표현의 생경함에 붙들렸던 까닭은
그때까지도 상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익히 알던 세계의 많은 부분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왜곡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어서였으리라." (14p)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싶어요.
남겨진 이들이 겪어야 할 상실과 아픔, 그건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에요. 온전히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는...
《상실과 슬픔》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스린 슐츠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아버지가 사망한 후에 느낀 상실감으로 시작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꺼내어 들려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상실, 잃어버린다는 것이 우리 삶에서는 얼마나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처 알아채지 못했어요. 소소한 물건들부터 믿음, 희망, 원치 않는 결별, 기본적인 신체 능력부터 심각한 질병이나 부상 등등 우리가 상실할 수 있는 것들이 이토록 많았던가 싶어 놀랍기도 했어요. 서로 관련 없어보이는 것들이 결국 상실의 목록으로 이어져 있었던 거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에 대해 저자는 글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이 책에서 상실에 관한 부분보다 발견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는 점이에요.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랑을 발견함으로써 극복해낼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생각이 없으므로 슬픔과 사랑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죽음, 그밖의 모든 상실에 대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네요. 똑같은 상실의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발견이라는 새로운 길을 알려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