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 유전자에는 없는 세포의 비밀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 지음, 윤서연 옮김 / 드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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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구분할 수 있어요.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육안으로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요. 보편적인 인지 능력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 때로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혼란에 빠질 때가 있어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이후 모두가 유전자에 집중했고, 우리의 모든 것이 DNA로 결정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아요. DNA가 전부 일치한다고 해서 동일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가 일란성 쌍둥이예요. 우리는 단순히 유전자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포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는 발달생물학자인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동물의 발달을 연구하는 발생생물학자로서 유전자와 세포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연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유전자가 인간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는 지배적 관점에 배아 발달이 대치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해요. 이 책은 세포의 기원부터 세포와 유전자의 관계, 세포와 세포 간의 관계를 비롯한 세포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을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믿게 된 것은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와 착각인 거예요. 유전자가 유기체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유전자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건 아니에요. 유전자가 하는 일은 세포의 통제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DNA를 시험관에 넣고 유기체가 생겨나기를 기다린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변화가 생기려면 새로운 DNA가 세포 안에 있어야 해요. 세포가 없으면 DNA는 쓸모가 없어요. 유기체를 만드는 것을 건물 건축에 비유해보면 DNA는 도구와 원자재이고, 유기체 구성을 관장하는 건축가가 바로 세포라는 거예요. 저자는 실험을 통해 유전체에는 세포 범위 내에서 모여 선택적으로 사용될 때 개별적으로는 없던 속성이 생겨나는 부품, 도구, 재료에 관한 암호가 담겨 있고, 세포는 상호작용을 통해 유전체의 활동을 제어하여 유기체를 형성하고 기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러한 창발적 속성이 발견되면서 세포에 대한 관점이 정적인 존재에서 동적인 존재로 바뀌었다고 설명해주네요. 유전자의 발현은 세포의 바코드가 되고, 개별 세포 유형은 발현하는 유전자 목록을 통해 식별될 수 있지만 세포에는 발현하는 유전자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세포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네요. 유기체는 DNA가 만든 도구가 아니라 세포의 도구 저장소였고, 유전자와 세포의 핵심적인 차이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세포는 이타적이라는 거예요. 유기체의 생명은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이기심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암이 발생하며, 암은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만 세포의 질병이 아닌 유전자의 질병인 거예요. 세포의 눈으로 생명체를 보면 다세포 유기체 내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볼 수 있어요. 세포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배아이며, 배아는 유기체라는 작품을 만드는 연속된 창발의 결과물이라고 해요.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는 유전체에 담겨 있을 수 있지만 유전체가 우리의 존재와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결국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유전자가 아닌 세포에 달려 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발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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