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우아하고 품격있는 명화 옆에 웬 잡사?
솔직히 잡사, 즉 잡스러운 역사라서 더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마냥 날것 그대로의 욕망이 꿈틀대는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아트인문학'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김태진 작가님의 《명화잡사》는 그야말로 명화로 보는 막장 드라마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선 친절하게 《명화잡사》만의 특별한 그림 감상법을 알려주네요. 한 편의 명화를 어떻게 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작품에 푹 빠져드는 것, 즉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림 속 장면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보라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야기예요. 저자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우리에게 명화 속 주인공의 주관적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골라 흥미롭게 풀어내주네요.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본 다음, 다시 첫머리로 돌아와 작품 해설을 읽고나서 그림에 집중하는 거예요. 이때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림에 흠뻑 빠져든다면 명화 속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어요. 우리가 드라마를 시청한 뒤에 일부러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전반적인 내용과 흐름, 주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듯이, 이야기가 더해진 명화들도 이야기의 마법이 통한 것 같아요. 빵집 딸과 사랑에 빠진 로마 최고의 스타 화가 라파엘로의 이야기,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의 재혼 상대인 앤 불린이 재혼을 반대하러 온 프랑스의 두 대사에게 선물한 초상화의 비밀, 여왕이 된 지 9일 만에 쫓겨난 소녀의 정체는 헨리 8세의 조카 손녀인 제인 그레이, 그녀의 비극적인 이야기, 겨울왕비라는 별명으로 역사에 기록된 엘리자베스 스튜어트의 이야기, 마지막 순간까지 렘브란트를 걱정했던 아내 사스키아의 이야기, 바람둥이 루이 14세의 현명한 왕비 마리 테레즈와 애첩 루이즈의 이야기,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2세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요제프 2세의 역사적 만남, 전 국민으로부터 미움을 받았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 혁명의 괴물 장 폴 마라를 죽인 여인 샤를로트 코르데의 이야기, 연인의 동료 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의 모델이 된 여인 조애넌 히퍼넌의 이야기, 나폴레옹 3세에게 속은 합스부르크의 바보 막시밀리안 황제, 성공한 화가 제임스 티소의 영원한 뮤즈 캐슬린 뉴턴, 구스타프 말러의 아내이자 희대의 팜므파탈 알마 말러와 그녀에게 푹 빠져 버린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의 젊은 시절 연인이자 뮤즈였던 발리 노이질, 환희와 절망이 뒤섞였던 프리다 칼로의 삶까지 모두 열다섯 점의 명화 속 드라마를 만날 수 있어요. 중간에 '인문학 카페'를 통해 명화 속 주인공들이 살았던 시대를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네요. 예술과 역사 그리고 인문학으로 녹여낸, 아주 특별한 미술 감상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