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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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은 두 책방지기가 주고받은 편지로 탄생한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편지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와 누군가로부터 온 답장, 한때는 동네에 빨간 우체통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싹 사라지고 말았네요.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동네 책방이 줄어들더니 요즘은 지역마다 손에 꼽을 지경이 되었으니 말이죠. 그래서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분들이 참 대단하단 생각을 했어요.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님의 책을 읽게 된 것도 책과 책방에 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 책도 그 연장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편지로 오고가는 이야기가 무척 좋았어요. 만나본 적 없는 두 사람의 편지를 들여다보면서 혼자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즐거웠네요.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두 사람을 보면서 살짝 부러웠어요. 물론 독서모임이나 북콘서트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교환편지라는 방식이 재미있게 느껴졌거든요. 읽고 쓰고 나누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이제껏 안 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네요.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의 편지를 읽으면서 각자의 취향과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유유히 자신만의 속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참으로 멋지네요. 핸드폰을 보느라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줄어들고, 편지 쓰는 건 아예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이제는 조금 달라질 것 같아요.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은 봐도 또 보고 싶듯이, 책도 좋아하면 읽을 수밖에 없잖아요. 아직 책을 좋아할 마음이 없다면 그냥 재미있는 책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책방지기의 교환편지가 제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네요.



루이스 캐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처럼 책으로 연결되어 편지를 나누기도 하고 백 년 전 쓴 글로 인해 오늘이 두근두근하기도 하니까요. 그럼 저는 이제 짧은 글 한 편을 마감하러 갑니다. 다음 편지를 기다릴게요. (29p)


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에 깊은 생각을 하고, 정리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물론 에너지도 채워요. 그래서 자발적 고독과 외로움을 겸비한 고독의 장인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고독으로부터 만들어진 단어와 문장들이 저를 빠져들게 했지요. 선아 님과 저는 좋아하는 책 장르과 다른데도 은근히 겹치는 부분들이 많네요. ... 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책이 없었다면 제가 책방을 열지도 않았을 거고, 책방을 통해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했을 겁니다.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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