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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평점 :
헤르만 헤세는 1877년 7월 2일, 독일 뷔르템베르크주 칼프에서 태어나 1962년 8월 9일, 스위스 루가노주 몬타뇰라에서 여든다섯 나이로 생을 마감했어요. 그의 대표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을 비롯해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그 답을 찾았어요.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는 헤르만 헤세의 치열한 사유가 담긴 선집이에요. 제목은,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라는 시의 마지막 행인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19p)에 나와 있어요. 이 책을 엮어낸 폴커 미헬스는 헤르만 헤세의 가장 큰 매력은 그의 인간적인 고결함, 윤리와 미학이 서로 상충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상처받으며 꼿꼿하게 자신을 지킨 사람이라고 평했어요. 수많은 말과 글을 쏟아내지만 말한 대로 살아가는 이는 드문데 헤세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헤세의 시, 에세이, 소설, 편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의 문장들을 모아 엮어낸 보석 같은 문장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열림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총서 '열다'는 거장들의 품격 있는 문장과 사유를 소개하는 것으로, 헤르만 헤세가 첫 번째 주자가 되었네요. 폭력과 야만의 고통을 견디면서 그 미친 세상마저도 사랑했던 헤세, 그의 문장들이야말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어요. 헤세의 대표작뿐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기록 속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혼에 어두운 파도가 일렁일 때는 잠잠하게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헤세의 글은 차분하게 삶을 성찰하게 만드네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용기를 내야 할 모두를 위한 책인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이 머리로만 너무 많은 것을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연의 잔혹성에 대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가슴으로 보면, 당신이 자연의 잔혹성을 발견한 것처럼
모든 자연의 근본 원리로서 사랑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생에서 당신이 타인을 돕고 무언가가 되어야 할 사명감을 느끼는 지점에서 시작해 보십시오.
그런 다음 겉으로만 이기적으로 보일 뿐인 '자연'의 이기심에 당신이 실제로 따르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이타심을 자신의 사명감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슴속에서 그 요구를 인정하려고 하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그 뒤 당신의 가슴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십시오.
인생은 당신이 의미를 주는 만큼 의미가 생깁니다.
(···) 의미 없이 살아가는 건 동물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기적인 쾌락에서 벗어나 최대한 사랑의 사명감을 수행할 때 인생은 의미를 얻습니다.
우리가 이 사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의미'는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_ 1933년경의 한 편지에서 (38-39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