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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평점 :
와우, 이런 감동을 주다니!
청소년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아요. 일본 소설이지만 2020년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예요.
《이 여름에 별을 보다》는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그전에 읽었던 『츠나구』, 『거울 속 외딴 성』 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데다가 시간적인 배경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이라서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네요. 첫 장에 등장인물 소개가 나오는데, 이바라키 현의 스나우라 제3고등학교 천문부 학생들과 고문 선생님, 도쿄 도의 히바리모리 중학교 과학부 학생들과 고문 선생님, 나가사키 현의 이즈미 고등학교의 학생들이에요. 낯선 이름만큼이나 크게 몰입할 만한 요소가 없어서 살짝 실망했는데, 웬걸, 점점 읽어갈수록 빠져드는 게 신기했어요.
"밤이 따스하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언제나 머리 위에 펼쳐진 밤하늘. 당연히 별이 빛나는 밤하늘.
전 같으면 밤길은 좀 무서웠을 테고, 어두운 곳도 싫다. 태양이 없는 시간은 싸늘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만이 아니다. 이렇게 모두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밤은 늘 처음 발을 들여놓는 별세계 같다." (7p)
프롤로그 첫 문장인데,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는 전혀 감흥이 없지만 똑같은 이 문장이 뒷 부분에서 다시 등장할 때는 뭉클한 감동을 느꼈네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일, 그저 낭만적인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소설 덕분에 '함께'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네요. 어쩐지 하늘, 별, 우주에 대한 관심까지 부쩍 커진 느낌이랄까요.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관측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꼭 해봐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명확하게, 더 가까이 별을 들여다볼 때의 기쁨을 아직까지 모르고 살았다니... 무엇보다도 그 별을 모두가 같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감동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소설 속 마도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일도, 별을 같이 볼 일도 없었을 거예요. 마도카는 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관악부인데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취소됐고, 절친인 고하루가 거리두기를 하자는 말에 상처를 입게 돼요. 아닌 척, 괜찮은 척해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가봐요. 부모님이 료칸을 운영하셔서 외지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데, 섬 사람들이 이런 시국에 아직도 손님을 받느냐며 뒷말을 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우연히 같은 반인 무토 슈가 혼자 울고 있던 마도카에게 말을 걸었고, 천문대에 가자는 제안을 하면서 그 여름에 별을 볼 일이 생긴 거예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봉쇄되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들이 새삼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느꼈더랬죠. "나쁜 건 코로나야. 아무도 나쁘지 않아." (447p) 끝날 것 같지 않던 코로나19 팬데믹은 3년 4개월 만에 해제되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중요한 건 우리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별'과 '친구들' 덕분에 배웠네요.
"별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늬가 아니라 하나하나 깊이를 갖고 저마다 크기며 반짝임, 거리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 하늘은 '입체'였구나!" (127-128p)
"... 이런 여름에 모처럼 자신들의 의지로 모여서 하는 일이잖아.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2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