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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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버킷 리스트》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이에요.

나태주 시인은 서시 <버킷 리스트> 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사막에서 천막을 치고 일주일 정도 지내면서 잠을 자기, 전영애 교수 번역본 『말테의 수기』 끝까지 읽기,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듣기." (7p)라고 이야기하네요. 실제 목록을 적어 내려가듯이, 버킷 리스트 첫번째는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 버킷 리스트 두번째는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 버킷 리스트 세번째는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보고 싶은 일'로 나누어 아름다운 시들을 담아냈네요. <아름다움>이라는 시를 보면,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34p) 라고 했는데 우리의 삶도 각자 가장 나다울 때 빛나는 것 같아요. 우리들 가운데 그 누구도 원해서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바란다고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어요. 언젠가는 결국 떠날 것을 알면서도 아닌 척 외면하고,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무를 것마냥 살고 있는 것이 코미디 같기도 해요. 시인의 버킷 리스트를 읽다보니 문득 정말 해 보고 싶지만 아직 못 해본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네요. <오늘>이라는 시에서, "지금 여기 행복이 있고 / 어제 거기 추억이 있고 / 멀리 저기에 그리움이 있다 / 알아서 살자." (332p)라고 했는데 매우 공감했어요. 한때 버킷 리스트가 유행할 때는 나도 뭔가 남들보다 더 멋지고 굉장한 것들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건 진짜가 아니었어요. 현재 행복하다면 굳이 버킷 리스트는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오히려 버킷 리스트 대신 '오늘의 할 일' 리스트를 잘 완수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기쁘게 웃으며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좀 더 추가한다면 신나는 노래를 듣고,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좋은 것들로 시간을 채우고 싶어요. 어제는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참 예쁘다!", 혼자 감탄했네요. 사진으로 남기려고 하늘만 찍었더니 그냥 하늘색종이 같아서, 다시 눈으로 한참 감상하다가 마음에 저장해두었네요. 우울하고 지친 날에 마음 속에 넣어둔 파란 하늘을 꺼내보려고요. 일상의 한 장면, 무심코 지나쳤을 그 순간을 마음에 넣었더니 왠지 풍요롭게 느껴져서 뿌듯해지네요. 아직 햇볕이 뜨겁지만 하늘을 보니 가을이 오는구나,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를 느꼈네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한가로운 오후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동시마냥 맑고, 밝고, 투명한 언어들로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줘서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네요.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거칠고 딱딱해진 마음이 아름다운 시들로 인해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시인이 없었더라면, 시가 없었더라면, 노래가 없었더라면, 음악이 없었더라면, 네가 없었더라면... 뒤집어 보면 전부 우리 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래서 나의 버킷 리스트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하잖아요. 매순간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 속에 행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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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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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은 유시민 작가님의 인문 에세이예요.

저자는 스스로를 '글 쓰는 문과 남자'라고 소개하면서 인문학만 공부해서는 온전한 교양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과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문과 남자가 공부한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크게 인문학과 과학,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으로 나누어 과학 공부를 통해 어떤 지식과 정보를 얻었는지, 과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어요.

"과학 공부를 하면서 예전에 몰랐던 질문을 여럿 만났다. 우선 한 가지만 말하자. '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전통적 인문학과 맞지 않는 형식이다. 인문학의 익숙한 질문 형식은 '나는 누구인가?'다. 인문학의 위기는 질문을 제때 수정하지 못한 데서 싹텄는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누구인지 어찌 알겠는가? 우리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인간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본성을 무슨 수로 밝히겠는가? 인간이 무엇인지 탐구하지 않으면서 사회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 공부에는 너무 늦은 법이 없다는 말, 수학에는 통하지 않는다. 두뇌가 원활하게 돌아가던 젊은 시절에도 되지 않았던 수학 공부가 노년에 접어드는 지금 될 리 없다. 그런 나를 세이건 선생과 도킨스 선생이 격려해 주었다. '수학을 몰라도 돼. 내가 인간의 언어로 말해 줄게.' 나는 그들의 말을 일부 알아들었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문장도 만났다.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문과라도, 나이를 먹었어도, 과학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30-31p)

마지막 문장이 중요해요. 누구든지 지금이라도 당장 과학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유일한 걸림돌은 아마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자기 자신이 아닐까 싶네요. 저자의 말처럼 중요한 건 '바보'를 면하겠다는 결심이네요. "파인만의 '거만한 바보'는 자신이 바보인 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바보'여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살고 죽는 것이 하나의 인생이다. 그러나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게 '바보'인 줄 모르고 사는 것보다 낫다. 부끄러움은 잠시지만 행복은 오래간다.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랬다." (291p)

자신이 바보인 줄 모르고 살면서 주변에 아무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바보'라서 주변의 모두를 고통에 빠뜨린다면 그건 재앙이 아닐까요. '자유'를 떠든다고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요, '과학'을 운운한다고 과학을 아는 것은 아니리... 그러니 우리 모두 과학 공부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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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추억의 힘 - 탁현민 산문집 2013~2023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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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가리키는 나침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여윈 바늘

끝을 떨고 있습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바늘 끝이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나침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신영복, <지남철>


첫 장에 적혀 있는 이 글을 읽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네요.

가슴 떨리는 무언가가 없다면 과연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소한 추억의 힘》은 공연연출가 탁현민의 삶을 스쳐 간 사람들과 그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가 올해 기획했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저한테는 공연과 함께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겠지요.

이 책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의 기억과 추억, 여러 회고가 담겨 있는데, 두 권의 책을 합본하고 지난 1년 동안 회고한 글들을 추가했다고 하네요. 원고를 합본하다가 저자가 깨달은 것은 "절망과 위로, 그 모든 순간에 그것이 극단으로 치닫게 하지 않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성찰과 웃음이었다.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과정의 성찰은 곧 위로였다. 또한 괴롭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은 가장 뛰어난 탈출 버튼이었다. 모든 위로의 순간에는 반드시 성찰과 웃음 포인트가 함께 있었다." (9p) 라는 거예요. 요즘 시기에 더욱 공감되는 깨달음이네요.

앞서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강한 울림을 느꼈는데, 신영복 선생님과의 인연과 임종의 순간을 읽으면서는 좀 울컥했네요. "울지 마세요. 울지 마세요. 다음에 또 만나면 되지." (49p) 우리 시대의 진정한 스승, 마지막 순간에도 울고 있는 제자를 다독이며 맑게 웃으셨군요.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늘 책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던 터라 그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아요. 저자는 "요즘은 부쩍 선생님 생각이 난다. 아마도 다시 막막하고 막연해진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괜히 혼자 있고 싶어진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럴수록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요즘에야 그 말씀이 이해가 간다. 세상에 혼자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혼자서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애초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삶의 문제 대부분은 서로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관계를 통해서만 풀릴 수 있다. 선생님 말씀대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간다. 가르치고 배우는 연쇄 속에서 자기 자신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53p)라고 했는데, 저자의 추억 덕분에 덩달아 좋은 말씀을 되새길 수 있었네요. 사소한 것들이 무시당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 사소함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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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수식 -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위대한 수식들
도미시마 유스케 지음, 강태욱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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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지긋지긋하게 싫어서 포기한 사람들은 주목해주세요. 수학은 몰라도 수식 독해력은 꼭 필요해요. 왜냐고요? 그건 이 책 속에 전부 설명되어 있어요. 그냥 수학책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위대한 수식들을 소개한 책이에요.

《세상을 바꾼 수식》은 도미시마 유스케의 책이에요. 저자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요. 도쿄대학 이학부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게 연구과에서 입자물리학을 전공했고,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세계 최대의 입자 실험 프로젝트에 참가했어요.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CFA협회에서 인정하는 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메가뱅크에서 퀀트(금융에 관한 수리 분석의 전문직)로서 각종 금융 파생상품과 일본 국채와 주식의 운용을 담당했으며 뉴욕 헤지펀드를 거쳐 2016년부터 보험회사 운용 부문에서 일하고 있어요. 또한 2023년부터 다마대학 대학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에요.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저자의 직업은 퀀트이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교수예요. 이 책을 쓴 목적은 '수식 독해력을 길러서 창조적인 사람이 되자' (8p)라고 밝히고 있어요.

왜 수학 능력이 아니라 수식 독해력일까요. 수학 능력은 저자와 같이 수학을 활용하는 전문직에는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창조성이며 그 창조성을 높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무기가 바로 수식 독해력이라는 거예요. 저자가 정의한 수식 독해력은 수식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며, 수식 독해력으로 길러진 사고력은 본질을 보는 돋보기인 수식을 구사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뜻밖의 응용 방법을 찾아내어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식은 모두 현재 세상을 바꾸는 것들이며, 세상을 바꾸는 모든 프로세스는 수식의 창조 사이클이라는 도표로 확인할 수 있어요. 기업의 실적을 평가하는 수식 ROE(Return On Equity : 자기자본이익률)는 투자자와 경영인의 가치관을 바꾸어 행동변용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인간의 뇌 시스템을 나타내는 수식은 컴퓨터로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기술에 사용되어 최근 AI 에 없어서는 안 되는 수식이 되었어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수식으로 사람이 손해와 이득을 어떻게 느끼는지 나타낸 수식 덕분에 행동경제학이 시작되었고, 사원수(쿼터니어)은 컴퓨터 영상 속 입체적인 물체를 회전시킬 때 어떻게 보이는지를 계산하기 위한 수식인데 가상현실, 메타버스 분야의 기원이 되었어요. 자산 운용에서 주식 등에 투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계산하기 위한 수식은 경제학 이론으로 개인의 계획적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나라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기업들의 투자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삼각함수는 정보 기술에 없어서는 안 되는 수식인데, 수학자 푸리에가 다양한 파동을 삼각함수로 나타내기 위해 푸리에 변환이라는 계산 방법을 발명했는데 현재 온갖 정보를 전파 통신으로 주고받기 때문에 이 전파도 파동의 종류라서 삼각함수로 나타낼 수 있어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비롯한 정보 통신 단말기는 수신한 전파를 삼각함수로 나타내서 데이터 처리를 하고 있으니 삼각함수가 없다면 디지털 시대는 없었을 거예요.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서 발전한 질량과 속도에 관한 수식은 로켓 공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수식이고, 베이즈 정리는 인공지능과 관계가 있는 수식이며, 광전 효과를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의 수식은 청정에너지 분야와 태양광 발전의 원리를 나타내는 수식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을 발전시키는 데 한몫을 했네요. '망델브로 집합'이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형을 그리기 위한 수식은 놀랍게도 예술 분야의 수식인데 수학의 새로운 분야인 프랙털 기하학을 만들었고 컴퓨터의 성능 평가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저자는 여기에 소개된 수식들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고, 그 수식이 나타내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수식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하네요. 수식 사이클을 통해 세상은 변하였고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며, 우리 역시 수식 독해력으로 삶이 바뀔 수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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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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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 어떻게 생각해?"

"내 생각을 말하면···, 왜?"

"이유는 과학자들은 그 메시지를 듣겠다고 옛날부터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여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으니까. 난 과학자들이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기 싫어."

"내 말은, 왜 하필 난데?"

"넌 전학생이잖아. 넌 아직 어떤 편인지 안 골랐잖아.

그리고 넌 비밀을 지킬 수 있어."

   (31-32p)


열두 살이란 나이는 신기해요. 당사자일 때는 다 컸다고 느꼈는데, 그 시절을 지나고 나니 모든 걸 감당하기엔 버거운 어린아이였네요.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는 에린 보우의 주니어 소설이자 2024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에요. 주인공 사이먼 오키프는 열두 살, 엄마 아빠와 함께 네브래스카주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근데 마을 이름이 그린 앤 베어잇(Grin and Bear It), 억지로라도 웃으며 견디라는 뜻을 가졌다는 게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린 앤 베어잇, 줄여서 그앤베에서 살게 된 사이먼은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고, 그 비밀을 숨기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커다란 전파 망원경에 둘러싸인 마을이라서 그앤베에서 사는 사람들은 외계 전파 신호 탐지를 방해하는 그 어떠한 전파도 방출해선 안 된다는 동의를 했기 때문에 라디오를 제외한 텔레비전,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인터넷은 사용하질 않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동네로 이사온 거예요. 낯선 동네, 낯선 학교, 낯선 아이들... 그앤베 중고등학교 7학년으로 전학 온 사이먼이 그들 가운데에서 눈에 띄지 않을 방법이 있을지, 아니 애초에 왜 감춰야 하는 건지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어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네요. 전파 천문학자들이 오랫동안 외계인의 신호를 기다렸듯이, 우리는 어쩌면 사이먼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너무 어리지도, 너무 늙지도 않은 열두 살의 주인공을 통해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건과 경험을 했네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모든 걸 이해하게 되는 반전과 재미 그리고 감동이 있어요.


"아케이트한테 나는 지금의 사이먼이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이먼 가라사대' 게임을 할 때 그 사이먼 말고, 구글에 나오는 그 아이 말고, 사진 속 얼어붙은 그 아이 말고. 

그때 우리는 우주에서 온 메시지에 대해 말하던 중이었다." 

  (4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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