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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4년 8월
평점 :
《가연물》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단편집이에요.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서 3관왕을 달성한 작가님의 신작이라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인물이 바로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형사예요. 이번 작품이 처음이라 가쓰라 경부의 캐릭터를 잘 몰랐는데 인간적으로는 별론데 수사 능력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 탐정 스타일이네요. 은근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묵묵히 원칙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단서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는 탐정의 모습이랄까요. 그래서 추리소설의 클래식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낭떠러지 밑>은 스키 사고로 조난당한 사람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실종된 네 명 중에서 두 명이 발견되는데 그 중 한 사람의 죽음이 명백한 살인이라서 함께 있던 부상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이에요. 문제는 주변에 아무런 흉기를 찾지 못했다는 거예요. 진짜 범인은 누구이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가쓰라 형사가 하나씩 추리해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워요. 책 소개에서 "독자에게 도전하는 다섯 편의 공정한 수수께끼!"라고 표현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졸음>에서는 새벽 3시의 교통사고를, <목숨 빚>에서는 허술하게 유기된 토막낸 시체를, <가연물>에서는 대형 화재가 되지 않은 연쇄 방화 사건을, <진짜인가>에서는 이상한 인질극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가쓰라 형사보다 더 빠르게 진상을 밝혀내기엔 역부족이지만 다 읽고 나면 '아하, 이런 단서가 있었군.'이라는 뒷북을 치게 되네요. 어쩐지 현경 수사1과 가쓰라 팀 형사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아요. 자기들을 제치고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가쓰라를 누가 말리겠어요. 넘을 수 없는 실력자 앞에서는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겠죠.
"수사는 어차피 사람의 소행, 완벽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딘가 운명적인 틈이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머리카락 한 오라기의 차이라도 완벽에 다가설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아마도. 가쓰라는 생각했다. 동기가 핵심이다.
평소 수사할 때 가쓰라는 동기를 중시하지 않는다. 동기는 결국 '욕망'이라는 한마디로 귀결된다.
보통 사람들의 욕망은 뻔해서, 그 대부분이 금전 욕구와 성욕, 화풀이로 집약된다.
하지만 그 세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 욕망도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지혜를 쏟아부어도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믿고 수사하면 미로에 빠져든다.
그렇기 때문에 가쓰라는 평소 동기를 중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2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