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이야기 - 틱낫한 스님과 데니얼 베니건 신부님이 세상에 전하는
벨 훅스 엮음, 김훈 옮김 / 황금비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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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신부님이 만났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두 분의 만남은 아름다웠다.

어떤 분열과 다툼이 없이 각각의 종교가 하나의 일치를 향하여 가고 있다.

이 책은 종교 서적이 아니다. 평화와 정의 구현을 위한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종교가 그 교리에만 집착한다면 이미 그 빛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구원하려는 노력은 종교를 초월하며 진정한 평화 운동인 것이다.

 

 베트남전쟁에 대안을 찾고자 미국을 찾았던 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고국으로부터 추방당하고, 미국 예수회 사제인 데니얼 베리건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징집영장을 불사른 죄로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출소하여 반전 평화운동을 펼치다가 1974년 파리에 망명 중인 틱낫한 스님을 만나 나눈 대담을 기록한 책이다.

그 분들이 원한 것은 평화였다. 세월은 삼십 여년이 흘렀지만 세상은 아직도 평화를 구하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베트남전이 진행되는 동안 무사태평하게 지낼 수 있었던 기독교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괴로움만 안겨주는 교수에 불과했습니다. 베리건

불교 교리까지를 포함한 모든 교리에 집착하는 불교도들은

붓다를 배반하는 사람들입니다. 틱낫한

종교는 수단일 뿐 세상을 구하지 않는 종교는 이미 종교의 의미를 잃은 것이다.

두 분이 종교는 다르지만 일치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신앙의 본질을 깨닫고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종교나 정치를 내세워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중동의 불씨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국의 제국주의, 전세계의 정치, 종교적 분열들은 언제 끝날까?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두 분은 근원적인 저항을 이야기한다. 전쟁에 대한 저항보다 더 깊은 온갖 종류의 전쟁에 대한 저항이다. 현대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인간됨, 참다운 자신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우선 체제에 의해 침해당하고, 점령당하고, 폭행당하고, 파괴당하는 것에 반대하여 자아를 치유하자는 것이 저항의 목적인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이나 내용면에서 아름답고, 치유를 도와주고, 우리를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해주는 저항 공동체이다.

많은 수행공동체에서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나 저항은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들이 제대로 기도하고 명상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틱낫한

 

두 분의 이야기를 보면서 눈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무언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그 동안 외면했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전쟁과 폭력은 TV 속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하고 명상하고 내면적인 삶을 사는 것은 중요하다. 건전하고 온전한 마음자세를 가져야 큰 세계와 큰 거짓말과 거리를 두고 참된 세계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 내면에 목적을 의미하는 삶에서 꼭 필요한 순수성과 사랑을 일깨워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 한가지를 꼽으라면 <평화>라고 말하고 싶다.

<평화>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도록 해준 아름다운 책이다.

모든 분들과 함께 <평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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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0분 - 인생 승리의 공부법 55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이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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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실용적인 책이다.

< 꿈을 이루어주는 1일 30분 >은 후루이치 유키오라는 일본 작가의 책이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된 일본의 대표적인 직장인 성공 모델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공부해서 성공했다라는 노하우를 이미 인터넷 상에서 유료로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봤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대단한 공부 비법을 적은 책이니 두꺼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얇은 두께에 또 한번 놀랐다. 저자는 인생 승리의 공부법을 55가지로 요약하고 있으며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내용이다.

우선 기술적인 학습법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자기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면 어떤 공부법도 소용없는 것이다.

내 인생의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해 볼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꾸준히 < 1일 30분 > 공부를 실천하다 보면 당장에 성과가 보이진 않겠지만 점점 꿈이 현실이 되리란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늘 시간이 없다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공부를 게을리 했던 나에게는 엄청난 각성을 주는 책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공부하는 습관이야말로 최대의 자기 투자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실천하지 못했던 것도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습법 55가지 모두 유용한 방법인데 그 중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식을 흡수하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이유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반드시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자기 투자는 책을 사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단 책을 살 때는 되도록 한 권 씩 구입해서 바로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무리하게 많은 책을 사면 결국 책장에 꽂아두고 안 보는 책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반드시 종이에 목표를 써 붙여둔다.

자신의 목표를 매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은 포기하려는 마음을 다잡는 효과가 있다.

자기계발 분야의 권위자인 나폴레옹 힐은 목표를 적은 종이를 가지고 다니며 매일 반복해서 읽으면 꿈이 실현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생각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모든 성공비법을 다룬 책들의 공통점이다.

비법은 있으나 실천하지 않는 비법은 아무 소용 없다는 점이다.

결국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꾸준한 실천에 있다. 즐겁지 않은 일을 꾸준히 하기는 어렵다. 남들 기준의 목표가 아닌 소박하지만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봐야겠다.
즐거운 책 읽기는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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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비밀 -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들이 숨겨둔 이야기
이주은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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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밀이야.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엇이라는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그 비밀이 정말 내가 알고 싶은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모든 비밀은 은밀하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빅토리아의 비밀>은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만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비밀을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비밀이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뻔한 이야기일 것이고 그 신비로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쪽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즉 영국 빅토리아 여왕 통치기(1837~1901)의 그림을 소개하는 책이다. 특히 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제인 버든 모리스가 모델이 된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내가 보기에는 꽤 강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의 얼굴인데 화가들에게는 꽤나 신비로운 매력을 주었던 것 같다. 그녀는 미술공예운동의 선도자인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이자 라파엘전파의 세 거장 (밀레이,로제티,헌트) 가운데 하나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모델이기도 했다. 이들의 실제 이야기는 그림 속 비밀 이야기처럼 흥미롭다.

책을 읽으면서 라파엘전파 (Pre-Raphaelite Brotherhood)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처음에 설명이 없어 궁금하다가 중간쯤 설명이 나와있어 반가웠다. 1848년에 왕립 아카데미에 다니던 스무 살 전후의 세 명의 미술학도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 개혁운동이라고 한다. 라파엘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를 지칭하지만 상징적으로 고전주의풍을 뜻하며, 그 당시 획일적인 그림 공식을 버리고, 자연으로부터 직접 영감을 얻어 그리자는 운동인데 이후에는 유미주의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영국의 미술사까지 알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들은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는 빅토리아 여왕이 나라를 다스리니까 여성의 권위가 최고였을 줄 알았다. 물론 여왕의 권위야 최고였겠지만 여성 자체의 권위는 미약한 수준이었다. 여자는 남편의 보호 아래 아무런 사회적 책임도 권리도 없었고 오직 남편에게 충성할 의무만 있었다고 한다. 사랑하고 믿음직한 남편을 만났다면 행운이겠지만 무자비하고 무심한 남편을 만났다면 그 불행은 오로지 아내라는 여성의 몫인 것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빅토리아 시대 소설가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소설로 한 인간 내면에 극단적인 선과 악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야기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를 처단한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를 떠올린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목을 치고 오는 길에 묶여 있는 안드로메다를 발견하고 그녀를 구해낸다.

그런데 메두사와 안드로메다는 둘 다 자신의 미모를 자랑하다가 저주를 받은 여인들이다.

아름다운 여인과 저주 받은 괴물.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의 순결, 정조와 남성의 금욕, 절제를 강조할수록 사회와 예술은 성적인 환상과 에로티시즘에 빠져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작가가 말하는 로제티 그림의 매력은 바로 관능이 철철 넘치는 화려한 여인 이미지에서 어떤 정신 수행을 통해 얻은 고결한 정수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매력은 그림 속 여인보다 그 주변 세밀한 요소들의 상징을 하나씩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드러나 있으면서 감추어진 로제티의 그림은 하나의 작품이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로제티 이외에도 다른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나에게 이 미술 작품은 새롭게 알게 된 비밀들이다. 비밀을 조금 알게 되니 욕심이 생긴다.

저자는 영국의 박물관과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이 곳의 분위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된 취향이지, 하루 아침에 디자인된 형태가 아니라고 했다. 과연 어떤 곳이길래 그토록 마음을 움직였을까?

 

취향 (taste ) 그 자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기호 (favorite)이다.

취향은 미적인 내공을 쌓은 자, 즉 오래도록 축적해온 안목과 미에 대한 애착과

오랜 세월 추구해온 미적 방향성이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취향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적 환경에 한껏 노출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영국처럼 박물관과 도서관이 많지는 않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원래 빅토리아의 비밀은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면 단풍이 물들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바라보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누구나 취향을 가질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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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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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에도 친구 같은 나무가 있었다. 우리집 앞마당에 있던 라일락 나무였는데 봄만 되면 그 라일락 향기가 골목길 가득 퍼졌다. 내가 향기를 뿜는 것도 아니건만 우리집 라일락이라는 이유만으로 괜히 으쓱해지고 자랑스러웠다. 마당에서 나뭇잎이랑 꽃을 따다가 소꿉장난도 하고 맘에 드는 꽃은 꽃병에 꽂아 두기도 했다. 그냥 늘 그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있던 라일락 나무는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향기로운 친구였다.

작가 이순원님이 태어나고 자란 시골집에도 커다란 밤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한다. 한 백년 전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인데 이 책에 나오는 바로 그 할아버지나무이다.

할아버지 나무는 손주 같은 작은 나무에게 이야기를 들려 준다.

옛날 옛날에 열 세 살 어린 신랑이 있었단다……”

작은 밤톨 하나가 커다란 아름드리 밤나무가 되는 과정과 나무마다 봄을 맞이하는 나름 대로의 방식을 이야기 해준다. 우리도 작은 나무와 함께 그 이야기를 듣노라면 나무가 자라나면서 겪게 되는 상황들이 우리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열 세 살 어린 신랑이 심었던 나무들이 5년, 10년이 흘러 저마다 열매를 맺자, 사람들은 그 열매를 부러워 하면서도 정작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묘목을 준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어느 천 년에 묘목이 자라 열매를 맺을까, 하며 심을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나무는 말한다.

아이들도 빨리 자라지만, 나무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빨리 자란다고 한 말 말이다.

 그건 우리 나무에 대해 나무를 나무라고 부르는 것만큼의 진리거든.

나무가 제대로 나무 구실을 하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나 나무 자신이나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 시간을 빠르다고 한 것은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에는 한없이 길던 하루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하루 시간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변한 것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기다릴 줄 안다. 나무가 제 뿌리를 깊게 내릴 때까지.

세상 일도 그렇다. 못할 것 같은 일도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잘 해 낼 수 있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앉아 있고 어느새 아장아장 걷는 모습처럼 말이다.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시작이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가?

실제로 나무를 심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마다 한 그루의 나무, 바라는 소망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다.

 

우리가 나무로 한세상을 살다 보면, 매화나무나 벚나무처럼 다른 나무보다 일찍 꽃을

피워 부러움을 사는 나무가 있지. 반대로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알차게

자신을 채워가는 나무도 있는 거란다.

대추나무는 매화나무가 일찍 꽃을 핀다고 시샘하지 않는다. 나무마다 자기 몫을 알기 때문이다. 매화나무는 대추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네가 더 똑똑하다고, 네가 더 많이 가졌다고 시샘하고 부러워하는 것은 자기 때를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뿐이다. 꽃을 먼저 피운들, 열매를 많이 맺은들 나무는 제 뿌리만 든든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책을 통해 할아버지나무의 지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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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2008-02-2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이 좋아서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
전인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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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예술은 너무나 멀리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전공자가 아닌 사람에게 예술은 고상한 취미 내지 그들만의 세계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예술이 나를 멀리한 것이 아니라 내가 예술을 외면하고 있었다.

<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 >은 미술에 대해 비전공자인 저자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무관심한 사람들.

천재화가 혹은 미치광이 예술가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사람으로 이중섭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화가 이중섭을 통해 한국 미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사랑이 한국 미술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예술은 현실에 반영이며 현실과 괴리된 세계가 아니었다. 이중섭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교과서에 실린 그림 몇 점이 전부였는데 그의 생애를 살펴 보니, 정말 이 사람이야말로 예술과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진정한 예술가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중섭의 예술 논리는 매우 간명하고 단호했다고 한다.

그림은 내게 있어서는 나를 말하는 수단밖에는 다른 것이 못 된다.

예술이 곧 자기 표현이었다.

이중섭 예술의 흐름은 자신의 성장과 자아의 발견 -> 연애 -> 결혼 -> 첫아들의 죽음 -> 가족의 형성과 이별 -> 자아 분열 등 자신의 인생 행로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평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예술에는 시대의 아픔이 들어 있으며 너무나 한국적인 화가였다. 그만의 뿌리깊은 공동체적 자아관은 한국적인 예술을 표현해냈다. 스스로를 화공, 그것도 참다운 화공, 정직한 화공이라고 했는데, 그는 자신을 독립된 예술가가 아니라, 중세 시대의 도공들처럼 하나의 공동체에 봉사하는 성실한 일꾼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 이중섭 예술의 시기 구분 >

1.       소그림 (오산중학교 이후 ~ 1956년 사망까지)

2.       엽서그림(1940년 ~ 1943년)

3.       닭그림과 음담패설(1945년 결혼 ~ 사망까지)

4.       군동화(1946년 첫아들의 죽음 ~ 1956년 사망까지)

 

위와 같은 그의 수많은 예술 작품보다 나를 더 감동시킨 것은 바로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평소 말수가 적었다는 그가 편지에서 보여주는 사랑의 언어들은 너무나 적극적이고 열렬하다. 그의 편지는 어느 예술 작품 못지않은 정성과 노력이 담겨 있다.

편지지 여백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과 사랑의 글이 어우러져 내게는 그의 어떤 작품보다 감동을 준다. 또한 봉투에 쓰인 글씨체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나의 귀엽고, 나의 소중하고, 나의 가장 크고 유일한 기쁨

최애의 사람, 내 마음을 끝없이 행복으로 채워주는 오직 하나의 천사,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남덕군(君) !

우리들 부부보다 강하고, 참으로 건강한 부부는 달리 또 없을거요. 대향이는 남덕이를 믿고, 남덕이는 대향을 믿고 있지 않소? 세상에 이처럼 분명한 사실이 또 어디 있겠소.

여기서 남덕은 이중섭이 아내 마사코에게 붙여준 한국식 이름이고 대향은 이중섭의 호다.

강력하게 정신적으로 아내와 결합 또는 의존을 하고 있던 그에게 아내와 두 아들의 빈 자리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편지마다 아내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그 사랑의 굳건함을 자꾸 확인하는 표현이 많은 것도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당시 이중섭의 나이는 37세, 결혼 8년째였다고 한다.

 

그는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었다. 돈과 이익, 세속적인 욕심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예술가의 영혼은 그 순수함이 마치 세상에 버려진 천사처럼 상처 받지 않았을까.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 결합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음을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말해준다. 그의 아내가 왜 그와 만날 수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이중섭 위작이 그의 차남과 관련되어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의 아들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함께 하지 못했던 세월 만큼이나 낯설은 존재였던 것일까.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아들, 아버지의 예술을 돈으로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에게마저 이해 받지 못한 예술가의 비극을 보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가 이중섭, 그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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