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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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일 리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내게 닥치고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인생이 그런 과정의 연속이라면,

외국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내 것일 리 없다고 생각했던 소리가 내 것이 되고

당연한 듯 내 입에서 나오게 되기까지가 외국어 배우기의 전부지만,

인생이 그렇듯 그 과정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많은 이에게 '낭만의 도시'인 파리가 내게는 서투름의 기록이고,

서러운 청춘이며, 그리움이고, 도처에 상처투성이인 도시이듯,

프랑스어도 그렇다. 많은 이에게는 그저 감미롭고 우아하게 들릴 이 외국어는

내게 투쟁의 대상이고 권력의 상징이며 모멸감이고 비루함이자 상처다.

또한 그것은 나의 은신처이고 가면이자 해방이고 자유이기도 하다." (7-8p)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듣게 되면서 낯선 세계를 알게 됐어요.

그건 바로 이방인의 삶이에요. 겪어보지 않으면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이기도 해요. 이 책은 단순히 프랑스 이민자로서의 삶보다는 외국어로 생활하는 삶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언어의 힘, 그 영향력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였네요.

《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는 곽미성 작가님의 에세이집이에요.

저자는 대학 신입생 시절에 급격히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영화에 관한 책을 읽다가 자유와 해방 그리고 영화의 나라라고 소개된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훌쩍 배낭여행을 떠났대요. 그리고 현장에서 덜컥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면서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게 됐고, 대학에 다시 들어가 영화를 만들고 논문과 시나리오를 쓰면서 20대를 훌쩍 보냈으나 현재는 전공과 관련 없는 직장에서 일하며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모국어로 글을 쓰고 있대요. '급격히', '덜컥', '훌쩍'이라는 단어만 봐도 느낌이 '팍' 오네요. 본인은 전혀 생각도 못한 일들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미 내면에서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놓고 있었다는 것, 즉 머리가 아닌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삶을 결정하고 살아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다른 언어의 세계로 떨어진 '이상한 앨리스의 모험'처럼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고생한 경험들을 돌아보면 지우고 싶은 흑역사인 동시에 성장의 발판이니까요. "새로운 언어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고, 익숙한 모국어와 자기 자신을 '외부의' 시선으로 낯설게 보는 일, 외국어를 알아서 생기는 즐거움" (100p)라고 표현했듯이 도전해봐야 아픔이든 즐거움이든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프랑스어를 배워본 적 없는 사람에게 프랑스어는 낯설지만 우아한 소리인데, 직접 배우고 사용하다 보면 프랑스식 화법은 성질 고약한 고양이에 가깝다고 하니 좀 의외였어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언어의 세계인 것 같아요. 프랑스 작가 콜레트는 프랑스어가 매우 어려운 언어라는 것을 프랑스어로 글을 쓴 지 막 45년이 되어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고, 모국어든 외국어든 언어를 다루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네요. 중요한 건 그 언어가 무엇이든 우리는 소통하기 위해 언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우리에게 언어 공부는 정말 중요해요. 모국어 실력부터 쌓는 것이 우선이지만 새롭게 외국어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네요. 저자가 오랫동안 마음에 새겼다는 이 문장, "Chacun cherche son chat. 샤캉 셰르쉬 쏭 샤. 각자 자기의 고양이를 찾아다닌다." (186p)라는 문장처럼 나만의 고양이를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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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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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을까요.

당연하다고 여겼던 조건들, 그 모든 것들을 제치고 단 하나만 따지는 면접관이 여기 있네요.

《황금비율의 인연》은 이시다 가호 작가의 소설이에요.

저자는 도쿄공대 공학부 졸업 후 취업해 직장인으로 근무하며 글쓰기를 병행하다가 발표한 작품이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하네요. 늘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관한 소개글을 읽는데, 이번 소설은 저자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 것 같아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주인공 오노 씨의 마음이에요. 오노 씨는 왜 그랬을까요.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로 인해 마음이 그런 식으로 움직였구나라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면 돼요. 오노 씨가 느끼는 회사 이미지는, "대충, 얼렁뚱땅" 이에요. 단적인 예로 급여 계산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 상사에게 말했더니, "그런 일이 있지, 있어." (25p) 라며 심드렁하게 넘어갔다는 거죠. 화학 전공자인 오노 씨는 K엔지니어링에 들어와 희망 부서인 프로세스부로 배속되었을 때 무척 기뻤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인사부로 '좌천' 되었어요. 오노 씨 입장에서는 '좌천'인데, 인사부장은 그녀의 속도 모르고, "오노 씨, 부탁해. 여성만의 시점을 기대하지." (28p) 라는 거예요. 여성만의 시점이라는 표현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몹시 불쾌해질 수 있어요. 회사 기준과 남자 상사의 관점이 얼마나 편협하고 하찮은지를 깨닫게 된 오노 씨의 선택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거예요. 설마, 이럴 수가... 이런 식의 반응을 느꼈다면 정확하게 오노 씨의 마음을 이해한 거예요. 자신이 겪은 그대로, 똑같이 회사에 돌려준다는 것이 오노 씨의 계획이고, 인사부 직원으로서 충실하게 실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네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내를 이토록 치밀하게 밀고 나가는 오노 씨야말로 진정한 승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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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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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관계 없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부류의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 무심하거나 무덤덤하게 굴 수 있어요. 그 무심함을 탓하는 게 아니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났네요. 생면부지의 타인을 돕는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 그걸 알게 된다면 마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네페스 네페세》는 튀르키예 출신의 아이셰 쿨린 작가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튀르키예인들이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튀르키예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긴박했던 유대인 구출 작전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책 제목인 '네페스 네페세'는 터키어로 '숨 막히는', '긴박한'이란 뜻이에요. 아이셰 쿨린은 한 인터뷰에서, "내 나라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정권은 왜곡된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게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과 기분에 따라 작품을 쓸 만큼 한가롭지 않다." (5p) 라고 말했다고 해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 이면에는 유대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제2차 세계대전의 중립국인 튀르키예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튀르키예 사람뿐만이 아니라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펼쳤고, 이스탄불행 열차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이 소설 덕분에 알게 됐네요.

첫 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학살의 위험에 놓인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튀르키예 외교관들의 명단이 나와 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살상 무기가 아니라 살리고자 하는 마음, 인류애라는 것, 그때 튀르키예 외교관들이 행동했듯이 힘을 가진 사람들은 신중하게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해요. 최근 바이든의 결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충격을 주고 있네요. 평화에 앞장 서야 할 지도자로서는 최악의 결정으로 기록될 거예요. 우리의 삶은 수없이 떠들어댄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바뀌고 변화될 수 있어요. 소설은 튀르키예 외교관들을 대단한 영웅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내고 있어요. 여러 인물들은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타인이라는 관계로 연결되어 각자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라는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네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행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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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 - 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
김상유.김삼봉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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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던 김상유는 1960년대 전반 황량한 화단의 폐허 위에서 출발했다.

그 당시 현대미술의 새로운 추세로 미술계를 풍미하던 '앵포르멜 미학'을 발판으로 삼고

한국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칭(동판화) 작업에 투신하면서 화가로서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수 기계를 조립하여 자작해 낸 판화기의 원시적인 수공에 의해 참신한 추상적 발상의 작품을 제작해낸 것이다. 한국 현대판화의 불모 영역을 처음 개척한 선구적 위치에 섰던 그의 첫 개인전은 당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_ 김인환(미술평론가), 정송갤러리에서 열린 '김상유판화전' 도록 중   (29p)


《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는 김상유 화백의 작품 회고집이에요.

우선 이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매력적인 그림이라고 느꼈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인물 뒤로 온통 초록빛 배경 위에 하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는데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끌렸어요.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나도 모르게 그림 속 인물과 하나가 되어 고요한 세계로 잠시 들어간 느낌을 받았네요. 한마디로 그림에 반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는 얘기예요.

화가 김상유의 존재와 작품 세계를 알려준 이 책은 특별한 전시회이기도 해요. 직접 전시회장에서 실물 작품을 마주하는 것과는 비길 수 없겠지만 화가 김상유의 작품 세계에 관한 해설과 함께 에칭 원판, 목판화부터 완성된 작품들을 차근차근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인간 김상유의 삶과 화가 김상유의 작품 세계의 시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요. 1980년대 유화를 보면 색감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네요. 차분하면서도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는데, 이후 판화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색은 단조로워지고 여백은 많은데 오히려 더 꽉 채워진 느낌이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어쩐지 그림을 보다가 우리의 삶도 유화에서 판화로, 드러나는 색감보다는 깊이 파고드는 질감을 더해가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네요. 판화라고는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해봤던 게 전부일 정도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훌륭한 판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판화의 매력을 알게 됐네요. 또한 아버지 김상유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가족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예술의 세계는 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작품들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끼고 감상할 수 있으니, 예술의 힘은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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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 스위치 - 고객의 무의식을 사로잡은 히트 상품의 비밀 86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 지음, 정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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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관련 서적은 딱 봐도, '이거네!'라는 특징이 있어요.

눈에 띄는 색깔과 디자인, 책 표지부터 강렬하거든요.

《본능 스위치》는 하쿠호도 히트 습관 메이커스의 책이에요. 저자 이름일 리 없는 명칭이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주식회사 하쿠호도의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이 모인 횡단형 조직이며,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석해 '히트(HIT)를 만드는 습관'을 연구하고, 이를 무기로 삼아 기업과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상품 및 서비스 개발부터 커뮤니케이션 진행까지 이끄는 원팀이라고 하네요. 역시 아이디어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누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첫 장에서는 '본능 스위치'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 '인간의 뇌' 그림 표를 토대로 나와 있어요. 성공한 마케팅 사례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는데,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을 '본능 스위치'라고 표현한 거예요. 자신도 모르게 갖고 싶어지게 만드는 연출이 곧 본능 스위치라는 거죠. 이 책은 히트 습관 메이커스 팀원들이 찾아낸 본능 스위치의 다양한 사례 모음집이에요. 마케팅 전문가들답게 책의 구성이 세련되고 깔끔해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요. 본능 스위치의 종류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는데, 강한 자극으로 효과를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민트형 본능 스위치', 에어 캡 뽁뽁이를 톡톡 터뜨리는 손장난 같은 쾌감을 주는 '컴포트형 본능 스위치', 그래프나 수치를 통해 시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댐형 본능 스위치', 디지털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는 실감'을 더해주는 '아날로그형 본능 스위치', 특정 의식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소환되듯이 간접적으로 동물 뇌에 작용하는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가 있어요. 다섯 가지 본능 스위치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소개한 사례들을 보면서 너무 신기한 경험을 했네요. 숨겨진 본능 스위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보니, 그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네요. 각자 개인의 취향이라고 여겼던 부분들이 '동물 뇌'를 자극하는 고도의 심리 기술이라는 것, 역시나 인간의 소비 심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성공적인 마케팅 비결이네요. 이 책에서는 이미 성공한 사례를 소개할 뿐 아니라 히트 습관 메이커스의 팀원들이 실제로 담당했던 상품의 사례들을 분석해주고 있어요. 본능 스위치를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나만의 새로운 본능 스위치를 찾아내는 연습을 해보는 거죠. 기발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는 번개처럼 번쩍 생기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히트 상품 속에 감춰진 메커니즘을 통해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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