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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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관계 없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부류의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 무심하거나 무덤덤하게 굴 수 있어요. 그 무심함을 탓하는 게 아니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났네요. 생면부지의 타인을 돕는 마음이 어떻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 그걸 알게 된다면 마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네페스 네페세》는 튀르키예 출신의 아이셰 쿨린 작가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튀르키예인들이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튀르키예와 프랑스를 배경으로 긴박했던 유대인 구출 작전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책 제목인 '네페스 네페세'는 터키어로 '숨 막히는', '긴박한'이란 뜻이에요. 아이셰 쿨린은 한 인터뷰에서, "내 나라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정권은 왜곡된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게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과 기분에 따라 작품을 쓸 만큼 한가롭지 않다." (5p) 라고 말했다고 해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 이면에는 유대인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제2차 세계대전의 중립국인 튀르키예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튀르키예 사람뿐만이 아니라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한 비밀 작전을 펼쳤고, 이스탄불행 열차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이 소설 덕분에 알게 됐네요.

첫 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학살의 위험에 놓인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튀르키예 외교관들의 명단이 나와 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살상 무기가 아니라 살리고자 하는 마음, 인류애라는 것, 그때 튀르키예 외교관들이 행동했듯이 힘을 가진 사람들은 신중하게 올바른 선택을 해야만 해요. 최근 바이든의 결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 충격을 주고 있네요. 평화에 앞장 서야 할 지도자로서는 최악의 결정으로 기록될 거예요. 우리의 삶은 수없이 떠들어댄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바뀌고 변화될 수 있어요. 소설은 튀르키예 외교관들을 대단한 영웅이 아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내고 있어요. 여러 인물들은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타인이라는 관계로 연결되어 각자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방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할 것인가.' 라는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네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행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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