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 - 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
김상유.김삼봉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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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로 오랫동안 알려져 왔던 김상유는 1960년대 전반 황량한 화단의 폐허 위에서 출발했다.

그 당시 현대미술의 새로운 추세로 미술계를 풍미하던 '앵포르멜 미학'을 발판으로 삼고

한국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칭(동판화) 작업에 투신하면서 화가로서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수 기계를 조립하여 자작해 낸 판화기의 원시적인 수공에 의해 참신한 추상적 발상의 작품을 제작해낸 것이다. 한국 현대판화의 불모 영역을 처음 개척한 선구적 위치에 섰던 그의 첫 개인전은 당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_ 김인환(미술평론가), 정송갤러리에서 열린 '김상유판화전' 도록 중   (29p)


《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는 김상유 화백의 작품 회고집이에요.

우선 이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매력적인 그림이라고 느꼈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인물 뒤로 온통 초록빛 배경 위에 하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는데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끌렸어요. 홀로 있으나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나도 모르게 그림 속 인물과 하나가 되어 고요한 세계로 잠시 들어간 느낌을 받았네요. 한마디로 그림에 반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는 얘기예요.

화가 김상유의 존재와 작품 세계를 알려준 이 책은 특별한 전시회이기도 해요. 직접 전시회장에서 실물 작품을 마주하는 것과는 비길 수 없겠지만 화가 김상유의 작품 세계에 관한 해설과 함께 에칭 원판, 목판화부터 완성된 작품들을 차근차근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인간 김상유의 삶과 화가 김상유의 작품 세계의 시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요. 1980년대 유화를 보면 색감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네요. 차분하면서도 따스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는데, 이후 판화 작품으로 넘어가면서 색은 단조로워지고 여백은 많은데 오히려 더 꽉 채워진 느낌이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어쩐지 그림을 보다가 우리의 삶도 유화에서 판화로, 드러나는 색감보다는 깊이 파고드는 질감을 더해가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네요. 판화라고는 학교에서 미술 시간에 해봤던 게 전부일 정도로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훌륭한 판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판화의 매력을 알게 됐네요. 또한 아버지 김상유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가족의 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예술의 세계는 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작품들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느끼고 감상할 수 있으니, 예술의 힘은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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