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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평점 :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을까요.
당연하다고 여겼던 조건들, 그 모든 것들을 제치고 단 하나만 따지는 면접관이 여기 있네요.
《황금비율의 인연》은 이시다 가호 작가의 소설이에요.
저자는 도쿄공대 공학부 졸업 후 취업해 직장인으로 근무하며 글쓰기를 병행하다가 발표한 작품이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하네요. 늘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관한 소개글을 읽는데, 이번 소설은 저자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 것 같아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주인공 오노 씨의 마음이에요. 오노 씨는 왜 그랬을까요.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로 인해 마음이 그런 식으로 움직였구나라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면 돼요. 오노 씨가 느끼는 회사 이미지는, "대충, 얼렁뚱땅" 이에요. 단적인 예로 급여 계산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알게 되어 상사에게 말했더니, "그런 일이 있지, 있어." (25p) 라며 심드렁하게 넘어갔다는 거죠. 화학 전공자인 오노 씨는 K엔지니어링에 들어와 희망 부서인 프로세스부로 배속되었을 때 무척 기뻤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인사부로 '좌천' 되었어요. 오노 씨 입장에서는 '좌천'인데, 인사부장은 그녀의 속도 모르고, "오노 씨, 부탁해. 여성만의 시점을 기대하지." (28p) 라는 거예요. 여성만의 시점이라는 표현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몹시 불쾌해질 수 있어요. 회사 기준과 남자 상사의 관점이 얼마나 편협하고 하찮은지를 깨닫게 된 오노 씨의 선택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거예요. 설마, 이럴 수가... 이런 식의 반응을 느꼈다면 정확하게 오노 씨의 마음을 이해한 거예요. 자신이 겪은 그대로, 똑같이 회사에 돌려준다는 것이 오노 씨의 계획이고, 인사부 직원으로서 충실하게 실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네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내를 이토록 치밀하게 밀고 나가는 오노 씨야말로 진정한 승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