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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 - 시고 떫고 쓰고, 끝내 달콤한
손수진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너무나도 솔직한 한 사람의 연애사를 봤다. 제목부터 세포 얘기가 왜 나올까 궁금했는데, 그만큼 속내를 자세히 보여주니 딱 맞는 제목인 것 같다. 연애가 마치 살아있는 세포처럼 ‘생성- 증식- 분열 – 소멸’의 과정을 거쳐가듯 자신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려준다. 연인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애세포는 그들의 사랑이 식으면 자연히 사라진다.
아픔을 남기고 떠나간 사랑은 잊어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지나간 옛 사랑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저자가 꽤 용감해 보인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면이 청춘의 특권이라면 부럽기도 하다. 결말에 연연하지 않고 연애 자체를 즐기고 추억할 수 있다면 누구든 낭만주의자다. 세상에 누가 이별을 예견하고 사랑을 시작하겠는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며, 아름다운 것이리라.
연애를 사랑하는 그녀는 낭만주의자다. 우리 삶에 연애가 없다면 시시하고 맥이 빠질 것 같다. 연애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사람에게도 그렇다.
<낭만주의자의 연애세포 관찰기>는 연애를 추억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난다. 처음의 어색함이 점점 설렘이 되고 그리움이 되면서 연애를 시작한다. 서로의 모든 것이 좋아지는 순간, 연애에 푹 빠진 그들은 행복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익숙한 모습들이 지루하고 답답해진다. 결국 깔끔한 이별로 끝을 맺는다.
연애를 경험하기 전에는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다.
첫눈에 반하는 상대를 만나고 싶다던가, 첫키스에 대한 황홀한 기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서 기쁨만큼 실망도 있고, 아픔도 경험한다. 연애를 시작한다는 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자신 이외에 누군가를 사랑하며 아껴주는 마음은 아름답고 성숙하다. 연애가 삐걱거리는 이유는 덜 성숙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어짐은 누구의 탓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서로가 인연이 아닌 것이다.
그녀의 연애는 담백하다. 평범한 듯 느껴지면서도 색다르다. 누구나 할 만한 연애를 하면서 아무나 생각 못할 연애에 대한 관찰기를 썼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그녀는 이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자신의 일기장을 여러 번 들춰보았을 것이다. 연애 당시의 세밀한 느낌이나 기억들이 마치 일기장을 본 것 같다. 그녀는 은밀한 자기만의 공간을 활짝 열어젖히고 우리에게 말한다.
“ 옛사랑을 되돌려보았을 때, 기분 좋은 한 장면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지금 어디쯤을 여행하고 있을까? 괜히 친한 척 안부를 묻고 싶다.
여행할 때 생각나는 술은 뭘까?
그녀의 연애세포가 생성기에는 알싸한 첫 맥주의 한 모금, 증식기에는 정체불명이나 효과는 확실한 폭탄주, 분열기에는 삼키기 힘든 소주의 비릿함, 소멸기에는 향이 깊고 텁텁한 와인의 마지막 한 모금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연애할 때는 술이 적당히 취해 즐겁지만, 헤어질 때는 숙취로 괴로운 느낌과 비슷하다.
연애가 술이라면 술병에 적힌 경고가 도움이 될 텐데. 적당한 음주는 삶의 활력이 되니까.
경고: 지나친 연애는 만성피로와 체력저하를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18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금합니다. 왜? 연애하기에는 어리니까. 어릴 때는 우정을 키워야지. 그래도 어리지 않다고 우긴다면 할 수 없다. 맘대로 해라.
연애는 자유다. 그러나 연애를 제대로 하려면 성숙함이 필요하다.
연애가 무엇인지, 각자의 연애세포를 점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