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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인생에서 청춘은 무엇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그 숫자에 연연할 때가 많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십대의 미숙함을 벗어나지 못한 풋풋한 청춘을 상징하기도 한다.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는 59년생의 평범한 남자다. 대학 입시에 떨어진 뒤 도쿄에 와서 재수 생활을 한다. 다행히 그 다음 해,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집안 사정으로 중퇴하고 스물 한 살에 광고 회사에 취직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사회 생활은 그를 점점 기성세대의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돈을 벌기 위해 취직을 한다는 건, 자신의 꿈과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를 경험하게 된 히사오는 카피라이터 일에 열성적이고 능력을 발휘한다. 히사오가 바쁘게 회사 일을 하면서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스무 살 풋내기에서 서른 살의 어른이 되어간다.
내 나이가 서른을 넘겨서인 것 같다. 히사오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
그의 자유분방하던 스무 살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 청춘은 단순히 젊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내 삶에 꿈이라는 날개를 달아보는 시기이며,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때다. 청춘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더 이상 청춘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은 서글프다.
이 책은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하기 전에 청춘을 즐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서른의 히사오는 열정을 지녔다. 돈 걱정을 하면서도 돈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자신이 꿈 꾸던 일은 아니지만 현재 일에 만족할 줄 안다. 어쩌면 아직 미혼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감당 못할 부자가 되느니, 창조적인 일에 푹 빠져 살고 싶어 한다. 그렇다. 청춘은 열정이다.
친구 오구라는 결혼을 앞두고 울적하다. 왠지 자신의 이십 대를 모두 폐기 처분하는 기분이다. 인생은 과도기를 겪게 마련이다. 계속 어린애로만 살 수는 없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세월을 따라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의무와 책임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은 짊어진 짐만큼 얻는 것이다. 힘들다고 던져버리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오구라의 결혼 전야 축하 파티는 서른을 맞이 하는 이들의 심정을 드러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냉전이 끝난 평화 시대를 맞은 1989년 11월 10일이다. 청춘을 치열하게 투쟁하며 살았다면 그것을 족한 것이다.
인생에서 스무 살은 한 번뿐이지만 내게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오구라의 친구들은 서른에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되었다고 말하지만 아니다. 청춘을 제대로 즐겨야 비로소 인생은 시작되는 것이다.
히사오의 열 여덟, 열 아홉, 스물, 스물 하나, 스물 다섯, 스물 아홉 해를 살아가는 모습은 현대 젊은이들의 삶일 것이다.
스무 살을 청춘이라 말한다면 서른 살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우리 인생에서 청춘은 스무 살도, 서른 살도 아니다.
나만의 꿈을 간직한 사람은 누구나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다.
청춘은 그리워하고 아쉬워할 젊음이 아니라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