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크래시 1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놀랍다. 1992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전혀 내용이 구식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의 인터넷 세상에 대한 출발점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컴퓨터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인 메타버스는 너무나 기발하다. 지금은 흔한 아바타라는 존재를 실제로 처음 접했을 때, 꽤 신선하고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것들이 눈 앞에 펼쳐진 경이로움이었다.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만으로 그려낸 미래 사회가 현재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으니 더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SF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도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 그런데 뭔가 껄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아마도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때문인 것 같다. 프리랜서 해커, 세계 최고의 검객, 소프트웨어 분야 정보 전문이라는 그는 혼혈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일본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군인인 아버지 때문에 일본에 살았다는 배경이 너무 강하다. 등 뒤에 두 개의 검을 매고 있는 모습은 닌자를 떠올리게 한다.

SF영화를 볼 때도 같은 의문이 들었다. 일본풍의 다다미 방과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은 미국인 입장에서는 아시아의 신비로운 분위기 연출일 수 있겠지만 왠지 거부감이 든다. 미래 사회가 일본을 떠올릴 만큼 일본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다. 은근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스노 크래시>는 미래 사회를 보여주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을 꼬집는 듯 하다.

사실 미래가 된다고 해서 배경이 바뀌는 것이지, 인간 자체가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편리해진 세상이 어떤 때는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공존해서 혼란스러울 것 같다. 현재 디지털시대를 살면서도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으로서 그리 반가운 미래는 아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듯 쉽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스트리트 안에서 아바타로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에 대한 도전으로 상징되는 바벨탑처럼 과학은 불가능한 영역에 대해 도전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스노 크래시>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아바타를 제외한 생소한 용어들로 잠시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상상을 현실로 느끼면 정말 현실이 되는 것 같다. 히로와 와이티라는 독특한 캐릭터마저도 왠지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가상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히로의 모습은 흔한 영화 주인공처럼 영웅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히로? 히어로?

이 책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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