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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즐겨 보던 만화 캔디가 생각난다. 그 때는 주인공 캔디가 너무 좋아서 이름도 정말 멋진 줄 알았다. 캔디, 사탕이잖아. 심심할 때 달콤한 맛으로 즐거움을 주는 사탕을 사람 이름으로 쓰다니 귀엽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껌보다는 낫지 싶다.
<어쩌면 후르츠 캔디>라는 개성 있는 제목 덕분에 잠시 들장미 소녀 캔디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봤다. 만화 주인공 캔디에 익숙한 세대라면 캔디는 밝고 강인한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조안나 역시 캔디 못지않은 성격이다. 다만 그녀를 지켜줄 안소니 혹은 테리우스가 곁에 없을 뿐이다. 적절히 현실적인 상황과 우스운 오해들 뒤섞인 에피소드가 주말연속극을 본 듯한 느낌도 든다.
조안나는 학벌이나 외모로 내세울 것 없지만 당당히 젊은 패기로 메이저 광고대행사 자이언트 기획에 취직한다. 우연히 회장님의 친척과 이름이 같아서 로얄 패밀리로 대우받는 묘한 상황이 펼쳐진다. 과연 조안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사탕을 입에 물면 달콤한 맛에 입 안이 저릴 때가 있다. 이런 자극적인 달콤한 맛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분명 함께 즐거움을 나눈 것 같은데 사탕은 사라지고 허전함이 남는다. 인생은 어쩌면 후르츠 캔디가 아닐까?
캔디의 달콤함을 즐기는 순간이 있으면 사라진 순간의 허탈함도 받아들여야 하는.
조안나가 후르츠 캔디를 즐겨 먹는 것은 단순한 기호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현실을 마치 CF처럼 표현한 것 같다. 광고회사 직원답게 모든 것이 CF 카피로 연상되는 걸 보면 그녀의 삶은 ‘어쩌면 후르츠 캔디’라는 카피가 딱 어울린다.
기발하고 산뜻한 몇 줄의 광고 카피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
대기업의 신입사원이 된 조안나의 회사 생활이 그렇다. 답답하고 힘든 상황도 왠지 금새 사라질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열정을 지닌 사람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신입사원,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조안나의 순수한 열정이 사랑스럽다.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 때가 묻고 반짝이던 열정은 그 빛을 잃어가니까.
조안나라는 톡톡 튀는 주인공이 없었다면 이야기는 평범한 신입사원의 에세이가 될 뻔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 대부분은 일보다는 인간 관계인 것 같다. 동료와의 경쟁, 상사와의 불화는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한다. 특별한 배경을 지닌 로얄 패밀리라면 모를까, 대부분 사회 초년시절의 스토리는 비슷할 것이다. 현실에서 실력보다 앞서는 것이 외모고, 그 모든 것을 능가하는 것이 배경인데 조안나의 경우는 실력으로 버틴 것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뻔한 내용만을 말한다. 사탕을 입에 물면 달다는 것만 가르치고 그 다음은 안 가르쳐준다. 인생의 성공, 행복, 즐거움을 사탕에 비유하자면 사람은 더 많은 사탕을 얻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노력할 필요 없이 이미 많은 사탕을 갖고 있다. 못 가졌다고 좌절하거나 더 많이 가진 자를 시기하지 말자.
사탕은 더 많이 가졌다고 그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다. 한 개를 먹더라도 내 힘으로 얻은 사탕이 제 맛이지 않을까?
조안나가 즐겨 먹는 후르츠 캔디는 그녀만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외로움에 대한 처방약쯤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아작아작 맛나게 씹어먹는 캔디 맛처럼 인생의 달콤함을 위하여 멋지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