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그리고 시작
김명조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남과 북으로 갈라선지 반 세기가 지났다. 한 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대한민국이 바라보는 북한은 맞서야 될 적()이며 국가안보를 위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대상인 것이다.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민족애를 말하기에는 대립의 골이 너무나 깊은 것 같다. 물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과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금기시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탈북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그 영향일 것이다.

<끝과 시작>은 대한민국의 양심적인 검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은밀한 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북한과 대북 정책의 희생자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 사건은 극동 국장 살인사건으로 피해자가 정보부의 국장급 신분이란 점에서 비공개 수사가 진행된다. 살해 혐의를 받은 사람은 피해자의 처로서 이미 범행을 자백했고 공범자는 자살한 상태다. 범인의 자백을 통해 일단락되려던 이 사건이 갑자기 혼란에 빠진 것은 고문과 성폭행에 의한 자백이라는 피의자의 발언 때문이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으면 무죄인 것이 법이다. 검사로서 끝까지 범인 추적에 나선 그는 우연히 의문의 지문을 발견한다. 12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망자의 지문인 것이다. 지문의 흔적을 통해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비극 그 자체다.

실제 사건 속에 숨겨진 더 엄청난 진실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그러나 살아 있으면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분단된 조국이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심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그 실상을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

십 몇 년을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미워한 부부 이야기나 한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선 현실이나 다를 것이 없다. 아무리 부부면 뭐하고, 한민족이면 뭐하나?

그러나 그들의 자녀 혹은 후손들은 어떠한가? 부모가 싸워서 등을 돌렸다고 해서 어느 한 쪽만 편을 들 수는 없다. 갈라선 부모보다 더 괴로운 것은 자녀들이다. 어느 편을 들든 효도와 불효를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부모가 떠나고 남겨진 자녀들은 여전히 나뉘어 싸우는 중이다. 언제쯤 평화가 찾아올까?

<끝과 시작>은 비극이다.

양심적인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분명히 사건의 전말을 밝혀냈고 누가 범인인지 알게 됐으니 법의 심판을 따르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진실은 법의 잣대로 잴 수가 없다. 조국을 위해 침묵했던 그 사람처럼 검사도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지킨다.

사건은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지닌 분단이란 현실은 수많은 비극을 낳았다. 여전히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개인이 국가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국가가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대북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평화 의지를 지녔으면 좋겠다.

육군 대령 황인성,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어쩐지 실존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의 애국심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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