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전철에 앉아 있으면 조심스레 사람들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의 관찰 대상이 되겠지만. 관찰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보여지는 모습 1%를 가지고 혼자만의 상상을 즐기는 심심풀이 정도다. 바라보던 대상이 전철을 내리면 관심은 사라진다.

요시다 슈이치가 쓴 이 책은 여자에 관한 열 한 가지의 이야기다. 마치 전철에서 마주보게 되는 수많은 여자들 중 열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 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이야기는 평범하게 느껴진다. 다만 그 평범함 속에 지극히 현실적인 예리함을 지니고 있다.

여자가 남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다반사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우라면 특별한 사건이 될 것이다. 각 단편의 무슨 여자들은 모두 이별을 경험한다.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하기엔 조금 시시할 수도 있지만 삶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삶의 사건들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특별한 것이다.

여자는 두 번 떠난다.

그냥 떠난다고 하면 될 것을, 왜 두 번이라고 했을까?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상황이든 곁에 있던 남자를 떠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떠난다는 것이 여자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사랑이란 몸과 마음을 다해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이별은 그 반대일 것이다. 이미 멀어진 남자 곁을 떠나고, 그 남자를 사랑했던 자신의 마음을 떠나야 비로서 이별이 된다.

주인공 남자들은 하나 같이 여자들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여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다. 이별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여하튼 그 남자들은 여자를 몰랐다. 그런데 작가는 너무나 섬세하게 여자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있다.

<울지 않는 여자>를 보면 그녀는 정말 눈물이 많다. 작은 일에도 펑펑 울던 그녀가 둘 사이에 심각한 상황에서는 울지 않는다. 남자는 바보같이 묻는다. 오늘은 안 울어?라고.

너무나 울고 싶을 때는 눈으로 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운다는 걸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더 바보는 그녀다.  그만둘 수가 없었나 봐.라고 말한다. 솔직히 자기 얘길 못하는 그녀는 다른 사람 얘길 하고 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들여다보는 남자와 여자, 그녀는 냄비 뚜껑을 거칠게 닫는다. 그걸로 끝이다. 과연 남자는 보글보글 끓는 냄비 같은 그녀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나 있을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아마도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길거리에서 혹은 전철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단순히 겉만 봐 왔다면 이 책을 통해 속마음을 본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볼 줄 알아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떠나 보낸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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