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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존 (반양장) ㅣ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서 우리는 비호감을 표시한다. 단순히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존 웨인라이트(일명 이상한 존)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존재는 '지적인 천재 그 이상'이란 점에 동의한다. 그가 일반인과 다른 것은 지적인 능력만이 아니다. 아예 인류라는 호모 사피엔스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라고 해야 하나?
존은 호모 수페리어(우월한 사람 혹은 초인)이다. 어떤 이들에겐 괴물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는 겉보기에는 존의 아버지 친구로서 보호자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는 존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차차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들려주는 존에 대한 설명이 내게는 부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줬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박사를 떠오르게 만드는 섬뜩한 광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기이한 출생 과정(11개월만에 강제분만을 통해 태어났으며 외형은 7개월 태아수준임)과 성장 과정이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를 지닌 채,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심정으로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 것이다. 그만큼 존은 사악한 천재같았다.
왜 '같았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느냐 하면 사악함의 기준이 무엇인지 잠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상한 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최면에 걸린 것 같다. 존에게 설득당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존이 추구하는 신인류, 신세계가 진정한 이상향일까?
인간 중에 진짜 인간임을 자처하는 존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결국은 헤어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존도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존이 한심한 인간들을 비웃으며 인간 세상을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그렇다. 너무나 고매한 정신을 소유한 호모 수페리어들을 파괴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힘은 무엇일까?
바로 섬뜩한 광기? 그러나 존의 무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들에게 대항하는 방법을 말이다.
존과 그의 무리들이 지닌 외형적인 특성은 마치 UFO에서 튀어나온 외계인과 흡사하다. 평균보다 큰 머리와 눈을 지녔고 거미같이 사지가 긴 모습이 다양한 인종을 뛰어넘어 공통된 특징이다. 엄마 자궁 속에서 11개월 머물고 신체 발육은 정상에 비해 더딘 것도, 생명을 지닌 태아 시기부터 전부 기억한다는 것도 동일하다.
주인공의 이런 특징 때문일까?
작품 해설을 보니 이 소설을 과학 소설로 분류하고 있다. 좀 의외였다.
이 책이 발표된 시기는 1935년이다. 국내에 소개된 것도 완역이 아닌 줄거리를 각색한 아동판 SF문고 <이상한 존>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73년 만에 제대로 완역된 <이상한 존>을 만난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존의 존재가 이 책이 갖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원래 올라프 스태플든은 SF 장르와 무관한 철학자이자 작가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SF 장르의 선두에 있다는 것은 작품의 영향력이 시대를 초월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미래의 오늘까지 뻗쳐있다.
존의 일대기를 봤지만 존이 과연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안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존을 통해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수의 호모 사피엔스로서 희망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