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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짜증은 오늘 풀어요 - 최악의 하루를 보낸 당신을 위한 분노 기록장
로타 소니넨 지음, 강한 그림,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1월
평점 :
"오늘의 짜증은 오늘 풀어요."
어린이 그림책인 줄 알았어요. 그림체가 귀엽고 깜찍해서~
오호,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강한 님이 그렸군요.
이 책은 핀란드 작가 로타 소니넨이 긍정에 대한 책을 작업하던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였대요.
오늘도 최악의 하루를 보낸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고 질리잖아요.
으악, 못 참겠어!
이제 참지 말고 짜증내고 화풀이하라고!
와, 그러고보니 어른의 마음속에도 숨어있는 떼쟁이 아이가 있잖아요.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
그 마음을 꾹꾹 눌러버리고 모른 척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콰과광!
어른들에게도 가끔은 속풀이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린 아이처럼 솔직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
이 책은 바로 '나만의 속풀이 노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른바 '최악의 하루를 보낸 당신을 위한 분노 기록장'이라고 하네요.
긍정? 개나 주라고!
나는 마음껏 짜증내고 화를 낼 테니.
단,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 너무 화가 나면 씩씩대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예요.
당연히 뭔가 쓰려고 해도 '화난다, 짜증난다'라는 말 외에는 쓸 말이 없을지도 몰라요.
이 책은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콕콕 집어내어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어떻게? 바로 다음과 같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솔직하게 적으면 돼요.
아하, 아무래도 실명은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크릿, 보안을 위해서.
[어쩌면 내 잘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면...]
배우자 혹은 연인의 문제부터 심도 깊게 파악해보자.
직장 동료가 원수처럼 보이는 이유는 뭔가?
상사를 좋아하기보다 싫어하는 게 더 쉬운 이유는?
한때 친구라고 생각했던 인간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10-11p)
[내일이라도 당장 인연을 끊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 뭐든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
-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
- 최선이 뭔지 모르는 사람
- 기본 예의가 없는 사람
- 입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게 나은 사람
- 두 말 할 필요 없이 가장 짜증나는 진상 유형은...
(18-19p)
뭐야, 짜증나고 화나는 사람과 상황만 적는 거였나,라는 불만이 생길 즈음 새로운 질문이 등장해요.
이것저것 불필요한 감정의 쓰레기를 끄집어냈으니, 그걸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마음속 분노를 어딘가로 보내기 위한 빈칸 채우기 연습장이 나와 있어요.
대차게 날려주고 싶지만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적는 빈칸이 있어요. 여기에 쓰면 실수라도 송신 버튼을 누를 염려가 없어서 안심이에요.
열심히 적다보면 끓어올랐던 감정들이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될 거예요.
이때는 냉철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해요.
"인간은 어리석고 흑역사는 반복된다..." (88p)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자책부터 했다면 좀더 차분하게 여러 각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이 책 속 질문에 답을 하나씩 적어가다 보면 나를 화나게 만드는 것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요.
그동안 나를 괴롭혔거나 지금 괴롭히고 있는 혹은 미래에 괴롭힐 것으로 예상되는 고통스러운 일들도 빠짐없이 기록해요.
마지막은 나만의 분노 언어 사전을 만드는 거예요. 화가 나는 순간을 표현하는 모든 단어를 나열해보는 거예요. 욕이든 뭐든 상관 없어요. 답답한 속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말을 찾아서 마구마구 써보는 거예요. 그밖의 분노 어휘 수집을 위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나와 있어요.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인형 부적과 싫어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어요. 못 그려도 괜찮아요. 누구한테 보여줄 게 아닌데.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싫어하는 것도 있어야
인생이지!" (128p)
맨날 긍정만을 강조하는 이야기에 질렸다면 지금 필요한 건 긍정이 아니라 부정이라고, 이 책이 알려주네요.
"나는 이것이 싫어!"라고 말할 수 있나요? 만약 그랬다면 짜증이 쌓이지 않았을 거예요.
싫어도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고, 열 받고 화나도 꾹 참다보니 인생이 괴로운 거예요. 쌓인 건 풀어내고, 막힌 건 뚫어야 해요.
아주 특별한 분노 기록장은 부정적인 감정의 먼지는 털어내고, 쓰레기는 비워낼 수 있는 심리 워크북이에요.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 완전 제 취향이라서 더 좋았어요. 잔뜩 화난 표정의 소녀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