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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ㅣ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평점 :
피도 눈물도 없는 비즈니스 세계를 그려낸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읽고 싶어질 거예요.
<변두리 로켓> 시리즈 그 첫번째 이야기예요.
주인공 쓰쿠다 고헤이는 로켓 연구원이었어요. 자신이 개발한 신형 엔진을 탑재한 시험위성 '세이렌'의 발사 실패로 연구자로서 설 곳을 잃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회사 쓰쿠다제작소라는 변두리 공장을 이어받게 되었어요.
어릴 적 쓰쿠다의 꿈은 우주비행사였고, 우주에 대한 흥미가 로켓공학으로 옮겨가 전공하면서 연구자가 된 것인데... 쓰쿠다의 꿈은 로켓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아 사라졌어요.
변두리 공장의 사장이 된 쓰쿠다는 신형 엔진 개발과 특허를 내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어요. 대출만 해결되면 다행이다 싶은 그때, 경쟁사 나카시마공업이 특허 침해로 쓰쿠다제작소를 고소했어요. 손해배상액은 90억 엔.
5년 전에 출시한 스텔라는 소형 엔진과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쓰쿠다제작소의 라인업 가운데 최고의 효자 상품이고, 매년 개량을 거듭해 최신형을 작년 봄에 출시했어요.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료 시스템인데, 나카시마공업이 자사에서 개발한 엔진을 베꼈다며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으니 너무나 억울한 노릇이죠. 이 소송 때문에 은행 대출이 막히고, 납품하던 회사와의 거래가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알고보니 나카시마공업의 비열한 전략이었어요. 일단 베기고, 상대방 기술에 트집을 잡아 풍파를 일으키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안타깝게도 쓰쿠다제작소가 특허낸 제품 자체는 훌륭했지만 특허 내용에 허점이 있었어요. 나카시마공업은 그 부분을 공략한 거예요.
첫 번째 구두변론 당일, 쓰쿠다제작소를 맡은 변호사는 완패했어요. 같은 변호 업무인데 기술 분야를 잘 몰라서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어요.
낙담한 쓰쿠다는 며칠 전에 통화했던 전처 사야가 떠올랐어요. 사야는 기술 분야를 잘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는데, 쓰쿠다가 거절했던 거예요.
변호사 가미야 슈이치. 그는 나카시마공업이 계약한 법률사무소에 있었던 사람으로 현재는 독립했다고 해요. 지식재산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수완가라고.
역시 가미야는 쓰쿠다제작소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봤어요.
"그들은 합법이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차지해왔죠.
법률을 역이용해 약자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 그게 그들의 전략이이에요.
이번에는 쓰쿠다 씨가 표적인 겁니다." (98p)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 그것도 로켓분야의 신형 엔진 밸브 기술에 관한 법정 다툼을 다룬 이야기.
이 정도로만 설명하면 영 재미없는 이야기 같지만,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했어요. 쓰쿠다는 타고난 연구자라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녹록치 않아요. 평소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의견을 나누던 터라 직원들이 쏟아내는 불만을 외면할 수 없어요. 돈, 생계를 위해서는 중요하니까. 하지만 쓰쿠다는 로켓의 꿈을 놓지 못하고...
변두리 로켓의 반란, 아슬아슬하지만 통쾌한 한판 승부를 보며 나도 모르게 응원했어요. 정의는 살아있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서,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으니 둘다 멋지게 이뤄내자고요.
"난 말이야,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꿈만 좇아서는 먹고살 수 없고, 먹고 살아도 꿈이 없으면 인생이 갑갑해.
자네도 우리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었을 거야. 그건 어디로 갔지?" (353p)
"1층은 현실, 2층은 꿈" - 이케이도 준
[저자의 서명이 책 안쪽에 인쇄되어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