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은 혼자만 읽기 아까워서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상대방도 좋아하란 법은 없기 때문에 선물하기가 쉽지 않아요.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도 각자의 취향이 걸린 일이니까요. 근데 왠지 이 책은 호불호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가 될 테니 말이에요. 왜냐하면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마음, 그 두 가지만 있으면 '책'이 얼마나 괜찮은 친구인지를 느끼게 될 거예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활자중독자 김미옥님의 첫 단독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그동안 SNS 파워 북 인플루언서이자 스타 서평가로서 활동해왔고, 이 책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책에 빠지게 되었는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어요.

"아무도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느낄 때, 나는 글을 쓰라고 말한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글이 나를 살게 했던 것처럼 당신도 살게 할 것이다." (4-5p)

무턱대고 글을 쓰라고 하면 한 글자도 쓰기 어렵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그 책에 관한 내용을 적어본다면 보다 수월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여기에서는 글쓰기에 앞서서 책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애정하는 책들을 차근차근 소개하면서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해주네요. 그 책이 어떤 책이냐, 그 내용은 달라지지 않지만 책이 전하는 의미는 읽는 사람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까, 구구절절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대신 책을 통해 느낀 것들, 생각하게 된 부분들을 말해주고 있어요. 그 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너무 과하지 않게 담백하게 표현해줘서 좋았어요. 이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하다고 느꼈어요. 새롭고 다양한 책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그 책들 중에서 마음이 끌리는 책을 찾았거든요. 캐나다의 음악사학자 케빈 바자나가 쓴 글렌 굴드 평전 『뜨거운 얼음』 을 읽은 저자의 소감은, "나도 믿는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의 힘을. 피아노가 명상이 되고 신념이 되고 종교가 되어버린 사람, 글렌 굴드의 이야기다." (265p)였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서,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암튼 세상에 내가 모르는 멋진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새삼 확인하면서 반가웠네요. 어디선가 자신만만하게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뭘 읽을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혼자 끄덕였네요. 앞으로 만나야 할 친구들아,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미분식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웃음이 뭐라고, 그 웃음마저도 인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만 마주쳐도 반갑게 웃어주는 사람이 있어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웃어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어쩐지 살맛나게 만드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유미분식으로 오세요.

《유미분식》은 김재희 작가님의 힐링 소설이에요. 동네마다 분식집은 흔하지만 유미분식의 사장님 같은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 똑같은 분을 알고 있다면 그건 정말 행운인 거고요. 소설은 <초대장>으로 시작되네요. 유미분식 김경자 사장님의 딸 황유미가 10년 만에 보내는 편지의 수신인은 유미분식의 단골손님들이에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기셨는데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어머니가 남긴 것을 전해드리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유미분식에 모인 손님들은 각자 추억의 음식을 대접받으며 김경자 사장님과의 인연 혹은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네요. 사장님이 세상을 떠나고, 그 딸인 유미 씨가 유미분식이라는 공간에서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파티를 마련했다는 것이 좀 신기했어요. 분식집 사장님과 손님들의 관계가 친하고 가까울 수는 있지만 죽은 뒤에 유언을 남길 정도의 사연이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어쨌든 분식집에서 종종 엄마를 도왔던 유미 입장에서도 그 손님들은 익숙한 얼굴들이라 10년 만에 만남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네요. 과거 분식집에 자주 오던 왕년이모, 연경 씨, 지아 엄마 영순 씨, 개떡 남편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저씨, 은둔 청년 대호, '국씨 아재라 부르던 건물주 아저씨, 경찰시험 준비생이던 미성 씨, 대박을 꿈꾸던 청년 순기 씨는 각자 즐겨 먹는 김밥, 돈가스, 쿨피스, 최애 떡튀순 세트, 소불고기덮밥, 어묵탕 국물, 치즈라면을 대접받는데, 재미있는 건 중간에 '유미분식의 레시피'가 나와 있어서 누구나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거예요. 학창 시절에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렀던 분식집과 친구들이 문득 그리워지네요. 암튼 마지막 메뉴는 열무비빔국수인데 메뉴판에는 없고 유미분식 사장님이 혼자 즐겨 먹던 음식이 나오네요. 도대체 김경자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싶었던 걸까요. 읽는 내내 궁금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결말이라 좋았어요. 솔직히 지아 엄마 영순 씨와 개떡 남편은 왜 초대장을 보냈을까 싶을 정도로 진상 손님이라 좀 놀랐거든요. 어떻게 유미분식 사장님은 무례하게 구는 손님들에게도 친절할 수 있는지, 살짝 답답하고 화나는 부분이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분이 가까이에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웃어주는 사람, 친절하고 상냥한 유미분식 사장님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매서운 찬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님이듯, 진심은 어떻게든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유미분식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책은》은 굉장히 특별한 '책 여행'을 담아낸 책이에요.

일단 현실에 존재하는 두 사람이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제가 좋아하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님과 마타요시 나오키 작가님이 '그 책'에서 왕의 요청으로 세상에 '진귀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예요. 책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1년 후 돌아왔고, 왕에게 다양한 책 얘기를 들려주는데, "그 사람이 말하기를 그 책은 ······." (15p)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첫째 날 밤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열셋째 날 밤까지 이어지고, 두 남자에게서 수많은 책 얘기를 들은 왕은 기뻐했어요. 왕은 신하에게 말했어요. "역시 책은 재밌군. 두 사람이 모아 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게." (186p) 다음 달, 왕은 세상을 떠났어요. 왕의 마지막 명에 따라 신하들은 두 사람이 모아 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어요. 여기에서 끝났다면 그저 평범한 이야기였을 텐데, 아무도 몰랐던 비밀이 드러나는데... 역시 뛰어난 이야기꾼은 뭔가 다르구나 싶었어요.

아마 두 작가님을 모르는 독자였다면 이 책을 동화책이나 그림책으로 착각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라고요.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는 누가 읽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아주 신기한 이야기거든요. 그야말로 '책을 위한 책'이라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선물일 것이고, 책과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흥미를 갖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정말 기발하고 엉뚱하면서도 찰떡 같은 비유에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라서 두고두고 펼쳐보게 될 책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책은 - 13일 동안 이어지는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책, 정말 매력이 넘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 -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우리가 사랑한 작곡가와 음표로 띄운 37통의 편지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음악이 마음에 위로를 준 적이 있어요.

가만히 아픈 마음을 쓰다듬어주듯이 음악의 선율이 와닿는 느낌.

어쩐지 그때 그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을 만나게 됐어요.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는 20년차 피아니스트 조현영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에게 클래식이라는 친구를 소개하듯이 다정하게 클래식 음악과 작곡가들, 그리고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책을 읽는 과정이 마치 나에게 온 편지를 읽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우리가 사랑한 작곡가와 음표로 띄운 37통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었나봐요. 클래식 연주자로 살아온 저자의 삶과 클래식 음악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작곡가 베토벤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저자처럼 저 역시 최근에 베토벤의 곡에 매료되는 경험을 했어요. 베토벤의 교향곡은 워낙 유명해서 익숙한데도 마치 처음 듣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낀 것은 아무래도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클래식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가, 마음이 열리는 순간에 비로소 밀려드는 감동을 주나봐요. 저자는 그러한 감동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에 관한 지식들과 우리가 사랑한 작곡가의 생애와 곡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슈베르트, 베토벤, 비발디, 베르디, 비제, 말러, 슈만, 엘가의 곡들을 QR코드로 감상할 수 있어요. 글을 읽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동시에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클래식 초심자를 위한 친절한 입문서인 동시에 음악으로 배우는 인생 수업이네요. 음악의 힘을 통해 삶의 위로와 희망,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네요. 다시 한 번,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길 바래.'라는 제목이 나를 위해 건네는 말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네요. 우리의 삶에 음악이 없다면, 그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도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행복해져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