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 철학과 신학의 경계에서 에라스무스 총서 3
김동규 외 지음 / 도서출판100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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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티장(<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에 초대되었다. 거기는 지성인들, 즉 6명의 국내 신학·철학 신진 연구진들과 우리 시대를 수놓는 기라성 같은 8명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모인 자리다.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6명의 국내 연구진(김동규, 김승환, 김진혁, 손민석, 윤동민, 최경환)은 우리에게 8명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스탠리 하우어워스, 로완 윌리엄스, 미로슬라브 볼프, 찰스 테일러, 존 카푸토, 장-뤽 마리옹, 리처드 카니)을 소개해주기 위해 친히 이 자리에 와주었다. (2명을 소개해 준 김진혁, 김동규 님을 제외하고는) 국내 연구진 1명이 사상가 1명을 전담 마크해 그들, 그리고 그들의 연구물에 대해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나는 파티장에 오기 전부터 무척이나 설레었다. 인문학과 신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에라스무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의 연구진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연구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기에 주목하던 분들이고, 그들이 소개해 주는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역시 21세기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신학·철학자들이기에 알아 가고픈 사람들이었다. 이런 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설레지 않을 수 없는 파티이자, 초대였다.

파티장에 오기 전부터 (조금) 알고 있던 사상가들이 있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어렴풋이 그리던 이미지가 명료해졌다. 그것은 몇 권의 책을 통해 인식해 온 사상가의 모습 혹은 주장을 국내 연구자의 안내로 재확인하거나 미처 몰랐던 모습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우선적으로 만나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미로슬라브 볼프”인데, 그들과의 만남은 기대만큼이나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들을 알아갈 유일한 단서였던 저서를 그것도 시차를 두고 띄엄띄엄 읽어온 나였기에, 탁월한 연구자 김승환 님과 최경환 님의 소개를 통해 두 신학자를 입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하우어워스는 끊임없이 ‘교회’에 대해, 볼프는 끊임없이 ‘세계, 광장,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된다. ‘결이 달라 보이는 이 두 사람을 나는 왜 동시에 좋아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이 파티장에서 처음 해보았다. 나는 ‘나 혹은 우리’라는 존재가 ‘교회’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 두 신학자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나를 끌어당길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튼 저서로만 만나온 사상가들, 그들을 향한 파편화된 이미지가 통합·발전되는 경험이 이 파티장에서 일어난 건 분명하다.

언제나 그렇듯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조금) 주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만남에는 (약간의) 기대감 혹은 설레임도 동반된다. 이 파티장에서는 두려움보다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국내 연구진들의 탁월한 능력을 믿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은 꾸준하게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가르쳐 왔다. 그리고 본인이 소화해 낼 수 있는 학자를 선택하고 소개하기에 신뢰할만하다. 사상가의 ‘생애’를 기반으로 한 인간적인 면부터 ‘핵심 사상’을 기반으로 한 철학·신학적인 면까지, 주어진 50분(50쪽 남짓한 분량을 말함) 동안 열성을 다해 소개해주기에 우리는 국내 연구진을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학술적’ 뉘앙스가 풍기지만,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소개도 없을 테다.

소개의 끝에는 사상가를 더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더 읽을거리」와 「참고문헌」을 통해 이 파티가 끝난 후에도 일상에서 ‘교양의 파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파티의 초대장을 원하는가? 서점을 향하라. 그리고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도서출판100 출간)을 집어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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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네가 누구인지를 - 세례를 받는 모든 이에게 비아 에세이
윌리엄 윌리몬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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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왜 이제 출간되었나?”

<기억하라, 네가 누구인지를(Remember Who You Are)>을 읽으며 몇 번을 되뇐 말이다.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원서가 ‘1980년’에 출간되었다. 나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한 책인데, 이 책이 굳이 국내에 출간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매일, 매달 좋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출판계에서 굳이 40년 전 출간된 영미권 책을 국내에 소개할 이유가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둘째, ‘윌리엄 윌리몬’의 단독저서이다. (평신도인 내 관점으로 보자면) 윌리엄 윌리몬이라는 이름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함께 쓴 책들(<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2006년), <십계명>(2007년),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2008년), <성령>(2017년)(이상 복 있는 사람 출간))이 국내에 하나 둘씩 소개되며 조금씩 알려졌다. (평신도들에게) 세계적인 신학자의 공저자 정도로만 기억되어도 영광이지 않은가? 굳이 그의 단독저서가 나와야 할 이유가 있는가? 혼자서 집필한 책이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지만 ‘설교’나 ‘목회’ 분야로 그 영역이 제한적이었다. 이 책은 탁월한 설교자이자 저술가, 실천신학자인 그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셋째, ‘세례’에 관한 책이다. 다른 많은 주제 혹은 예식들 중 왜 하필 세례인가? 그리고 세례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 얼마나 되는가? 세례는 그리스도교 입교 시 중요한 관문이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채 세례문답과 예식 절차가 바쁘게 진행되기도 한다. 세례의 성경적, 공동체적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도구(책)의 부재도 아쉽다. 이 책은 중요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히 알려주지 않은 ‘세례가 가진 함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본다면, 이 책이 왜 이제 나타났느냐가 아니라) “지금에라도 출간되어 감사하다”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이든, 후든 세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핑계를 댄다면, 그럴 기회 혹은 계기 혹은 도구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기억하라, 네가 누구인지>는 세례가 우리의 삶, 우리의 믿음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명료하게 알려준다. 저자는「들어가며」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책이며 생명에 관한 책입니다. 그렇기에 세례에 관한 책, 물에 관한 책, 정확하게는 ‘물과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세례에 관한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세례가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모습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알려준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책을 썼습니다(8p).”
책의 시작에는 2세기 무렵 로마 가정 교회에서 행하던 ‘세례 장면’이 묘사된다(이 부분은 <고린도에서 보낸 일주일>(벤 위더링턴 3세, 이레서원), <1세기 교회 예배·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로버트 뱅크스, IVP)처럼 가상의 이야기로 구성되었고, 짧지만 무척이나 흥미롭다). 초대교회에서의 세례는 ‘복잡하고 고된 과정이었고, 회심과 성장이라는 긴 과정의 정점이자, 교회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하였다(1장). 세례는 우리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의례이다. 세례 받은 우리의 정체성은 바로 ‘왕족’이다(2장).
상당수의 모태신앙들이 어릴 때 세례를 받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세례는 구원을 확증하는 인장을 찍는 행위이자, 주님의 활동이기에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인한 ‘재세례’는 불가능, 혹은 반복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미 그분 안에 있다(3장). 세례는 ‘자녀양육’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신앙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놓아주지 못한다. 윌리몬에 따르면 세례는 ‘놓아주는’ 시간이다. 언젠가는 더 좋은 선생, 성직자, 친구들에게 아이를 보내주어야 한다. (교단에 따라 입장 차이를 보이는) ‘유아세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다(4장).
현대사회에서는 ‘죄’를 무지로 인한 문제 혹은 극복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죄’ 그 자체이며, 우리의 죄인됨이다. 세례는 우리가 죄에 빠져있음과 그리스도의 온전한 속죄를 드러낸다(5장). “구원은 공동체의 산물이며 공동체적으로 받는 선물(113p)”이다. “세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상기(113p)”시킨다. 그렇게 세례와 공동체성,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의 유아세례에 대해 한 번 더 말한다(6장).
신-오순절 운동의 영향은 ‘방언 은사’를 ‘성령 세례’라 칭하는 흐름을 낳았다. 우리는 “세례 이후 받게 되는 성령의 산물이나 회심 체험, 견진과 같은 예식들은 매일 세례를 체험하는 일, 매일 세례를 갱신하는 사건으로 이해(144p)”해야 한다(7장). 세례는 거듭남(새롭게 됨)과 연결되어 있다. “세례는 우리 안에 주님의 형상을 형성하고, 그에 걸맞게 우리가 자라도록 돕(170p)”는다. 그렇게 주님의 부름에 일생을 통해 응답하며 살아간다(8장).
세례는 또한 죽음과 겹쳐져 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예수와 함께 죽었는데, 우리의 이전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이 죽은 것이다(9장). 무엇보다 우리는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왕족이자 영원한 주님의 소유임을 세례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받은 세례를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일이며 우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기억하는 일”이다(212p)(10장)

“세례를 받는 이라면, 공동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라!”

이 책은 부제처럼 [세례를 받는 모든 이에게] 권할 책이다. 좀 더 확장시켜 세례를 앞둔 이, 어릴 때 세례를 받아 재세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는 이, 태어난 아이를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혹은 예비 부모)도 독자 대상에 포함된다.
아울러, 이 책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세례 받는 이를 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기 원한다면, 세례 예식 이전에 그 의미를 서로 공유하며 각자를 향한 선물이 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 책은 내용적 측면은 물론이고 편집까지도 그 여정을 위한 맞춤형으로 준비되어 있다. 매 장 시작점의 「읽기 전 생각해 보기」에서는 해당 주제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매 장 마지막의 「정리해 보기」에는 그 장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상기해 볼 수 있도록 단답형 문제가 출제되어 있고,「생각해 보기」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토론해 볼 수 있도록 열린 질문들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책 마지막에는「인도자를 위한 안내」까지, 세례가 공동체적이라는 걸 책 구성 자체가 몸소 보여준다.
세례를 ‘받는’ 모든 이들과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이 다 함께 읽을 책, 그래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온전히 세워갈 책, 바로 <기억하라, 네가 누구인지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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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의 심장 - 요한계시록의 열 가지 핵심 주제 이해하기
J. 스캇 듀발 지음, 홍수연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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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일명 신천지)’가 큰 주목을 받았다.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됨과 동시에 ‘이단’으로서 이름이 알린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른 교리를 가르치는 이들인 ‘이단’이 흔히 인용하는 성경 중 하나가 바로 ‘요한계시록’이다. 144,000이나 666과 같은 ‘숫자’와 아마겟돈, 생명책, 붉은 용, 두루마리와 같은 ‘환상 속 단어’의 등장은 신자들의 요한계시록 해석을 주저하게 만들고 그 해석의 권한을 ‘이단’에게 넘겨주면서 신자들과 요한계시록이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요한계시록의 심장>은 이단(혹은 거짓 가르침)으로부터 요한계시록 해석에 대한 권한을 빼앗아 오는 첫 걸음에 매우 적절한 책이다. (본서「서론」에 의하면) 우릴 적잖이 당혹스럽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요한계시록은 읽는 이로 하여금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나타내게 한다. 첫째는 완고한 무지이고, 둘째는 광신적인 집착이다. 저자 스캇 듀발은 이 두 범주를 넘어 ‘문맥에 따른 읽기’를 제3의 독법으로 제안한다.

처음 요한계시록 말씀을 들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유대인, 거짓 선생들로부터 여러 압력을 받았다. 그런 그들(고난당하는 신실한 이들)에게는 위로와 확신을 주고, 세상의 체계와 타협하는 이들에게는 엄중히 경고하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 바로 요한계시록이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코자 요한은 편지, 예언, 묵시의 문학 장르를 사용한다. 우리는 ‘문맥에 따른 읽기와 해석’을 위해 원래 독자에게 주신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문자 그대로의 해석에 유의하며, 각 환상의 주된 신학적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요한계시록 개론을 다룬「서론」뒤의「신적 드라마인 요한계시록의 등장인물」에서는 요한계시록 속 42개 난해한 단어들을 추리고 올바른 의미를 제시한다. 요한계시록 맞춤형 성경사전인 셈이다. 예를 들어, ‘144,000’은 “12(하나님의 백성 및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의 제곱에 1,000(아주 크고 완전한 숫자를 의미함)을 곱한 숫자다. 이 숫자는 예수를 추종하는 모든 자 혹은 인 치심을 받고 영적 전쟁에 참전하는 하나님의 참 이스라엘을 상징한다(7:4).”고 서술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요한계시록 성경읽기에 유용한 참고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본격적인 내용의 주제는 “요한계시록의 열 가지 핵심 주제 이해하기”다. 이 책은 수려한 문장과 창의적 해석을 기반으로 한 주석 혹은 한 문장 한 단어의 뜻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그런 장(場)이 아니라, 저자의 말대로 “요한계시록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쓰인 책”이고 그 역할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그는「하나님 / 예배 / 하나님의 백성 / 성령 / 우리의 원수들 / 사명 / 예수 그리스도 / 심판 / 새 창조 / 인내」를 요한계시록 열 가지 핵심 주제로 뽑았다. 요한계시록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맥락을 잡기 어렵기 때문인데 요한계시록 주석 집필 경험자가 10개의 키워드를 뽑아내고 이를 입체적으로 다루는데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나. 요한계시록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요한계시록 앞에 선 독자들의 그림 그리기를 돕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다. 각 주제 안에는 몇 개의 소주제들이 제시되는데, 이는 키워드 안에 키워드가 있는 격이다(인상 깊었던 주제인 ‘새 창조’에는 ‘약속’, ‘장소’, ‘사람’, ‘임재’라는 소주제가 있다). 좀 더 명료하게 각 주제를 드러내고, 맥락으로 요한계시록 읽기를 위해 선택한 서술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읽기 쉽게 쓴 문장과 틈틈이 등장하는 예화 역시 어렵게 느껴진 요한계시록에 관한 해석의 문턱을 낮춰주었다. 그리고 주제별 마지막 부분에는「결론」과 함께 7개 안팎의「그룹 토론 문제」를 실어두었다. 토론 문제는 저술목적과 같게 요한계시록의 단어나 구절에 따른 ‘나무’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요한계시록 전체라는 ‘숲’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질문이다. 철저히 성경 맥락 안에서 우리 삶과의 연계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거기에 주제에 해당하는「핵심 구절」과「참고 본문」은 보너스. 해당 주제를 성경 말씀으로 좀 더 묵상하고자 할 때 필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요한계시록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요한계시록에 대한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키워드별 중심을 잡고 요한계시록을 읽다보면 적어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진 않으리라는 확신도 든다. 그것은 곧 이단으로 빠지거나 거짓 가르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의미한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의 메시지가 얼마나 희망찬 메시지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삼위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예배하는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을 돌보시고, 악한 자는 그날에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명 안에서 인내함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야 한다. 온전한 새 창조의 그 날을 고대하면서 말이다.
“하나님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시고, 귀한 자녀인 당신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악한 세력이 차지하도록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71p)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계획하신 일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종종 모든 것이 제자리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우리가 이 망가진 세상을 신실하게 살아내는 데 큰 힘이 된다.”(310p)
하나님이 승리하신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승리에 대한 거룩한 상상력이 필요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요한계시록과 친해지기를 돕는 이 책은 요한계시록의 핵심을 간추린 책이지만 요한계시록에 갇힌 책은 아니다. 열 가지 핵심 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주제들은 모두가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요한계시록의 문턱을 넘고자 하는 신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믿는 이들에게 권해야 할 책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무미건조한 생활에 지쳐가는 요즘, ‘심장(가슴)’ 뛰는 경험을 원하는 자에게 이 책 <요한계시록의 심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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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
강혜은 지음 / 하영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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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변화와 어려움 중 하나는 집 밖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시간은 때로는 소중하게 때로는 힘겹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언제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 머무를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요구하고 보채는 걸 경험하고 있자면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다양한 매체와 도구가 간절하다. 책, 종이접기, 만들기, 블록 쌓기, 보드게임, 유튜브 등 이것저것 동원된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 점점 놀이의 소재도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런 시기에 도움 될 책 한 권을 접하였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는 아이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소개한 책이다. 놀이 도구 만드는 과정까지도 놀이방법 중 하나로 생각한 저자는 ‘활동개요’에서 놀이에 관한 간단한 안내와 함께 준비물을 소개한 뒤 ‘이렇게 만들어요’에서는 만드는 방법을 순서대로 상세하게 안내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놀아요’에서는 만든 놀이 도구를 활용한 놀이법을 소개해주는데, 총 50개의 놀이를 이런 구성으로 소개한다.
유사한 부류의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긴 하지만 이 책만이 가진 장점들이 분명히 눈에 띈다. 먼저, 방송 작가이자 놀이 칼럼리스트인 저자가 자녀와 직접 체험한 놀이들을 모은 쓴 책이다. 재활용품인 휴지심, 음료수 뚜껑, 요구르트 병 같은 것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part 1을 시작으로, 실험이나 악기 만들기, 요리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법은 part 2에서, 색다른 것을 만들거나 몸을 움직이면서 놀 수 있는 방법은 part 3에서 소개한다. 부모와 함께 활동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놀이법은 part 4에서, 책을 활용한 독후활동은 part 5에서 다룬다. 스튜디오에서 구도와 조명의 완벽한 조화로 멋들어지게 찍힌 활동사진들은 아니지만, 일상복을 입고 만든 도구를 가지고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엄마와 아이의 상호교류가 서로를 얼마나 즐겁게 했을 지가 그려진다.
둘째, 쉽게 읽히면서도 핵심적인 양육 지혜를 담아낸 책이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생각과 자기 고백, 책과 놀이의 중요성, 양육 시 부모가 가질 태도 등으로 채워진「프롤로그」에는 저자의 자녀 양육 철학이 엿보인다.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덩달아 이런 철학을 가진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스마트폰보다 엄마표 놀이 가이드」에서는 자녀와 놀이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가장 이상적인 놀이는 아이가 원하는 놀이라는 점, 아이들은 자연을 좋아한다는 점, 육아 일기와 사진을 남겨둘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 읽기를 위한 환경 조성 방법들은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실제적인 조언들이다.
셋째, 자녀 관계에서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는 스마트폰 관련 교육서이기도 하다.「내 아이의 건강한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위한 Tip 10」에서는 자녀 양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랑’과 ‘유연성’, ‘적절한 제한’과 이를 위한 ‘스마트폰 계약서’ 활용, ‘예외에 대한 허용’과 함께 ‘논리적 설명’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거기에 좀 더 실제적으로 ‘컴퓨터 사용 장소’라든지, ‘유해 정보 차단 애플리케이션 사용’, ‘스마트폰을 찾지 않아도 되는 환경 만들기’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받기’가 제안된다.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전에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정리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 리뷰를 읽으면서도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책이 단순한 놀이방법 소개 책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뻔하고 흔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저자의 경험과 사례들을 읽다보면 정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해온 부모가 글을 썼구나, 아이 키우며 힘들어하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느낌은 자연스레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아직 책에 나온 여러 놀이를 아이와 함께 해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아내와 같이 공유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가 같은 양육기준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처럼 당장 놀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부모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볼 것을 권한다. 단순하게 놀이법을 제시하는 책을 넘어 부모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돌아보고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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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병과 기독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
황을호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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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대한민국에서는 유례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봄기운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할 3월의 신학기가 사라지고, ‘4월 신학기라는 낯선 이가 우릴 기다린다. 부부가 오랜 시간 함께 집에 있다보니 이혼률이 증가했다는 중국발 웃픈 소문과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출근보다 더 힘들다는 재택근무가 권장되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온라인 예배라는 신문물 앞에서 어리둥절하다. 이처럼 다양한 낯선 풍경을 가져온 주인공은 바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일명 코로나19”.

세계보건기구(WHO)가 판데믹(pandemic, 대유행병)을 선포하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가 큰폭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이런 혼란의 때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 시기에 코로나19를 포함한 대유행병과 기독교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책 한 권이 나왔다. 황을호 씨가 쓴 <대유행병과 기독교>.

20203월 기준으로 코로나19를 소재로 삼은 국내도서는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상당수가 코로나19 최초 발병국인 중국에서 발간된 책을 번역한 책인 상황에서 국내 저자가, 그것도 기독교 출판사에서 이렇게나 발 빠르게 사회적 현안 관련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은 나를 적잖이 놀라게 했다.

저자가 시작하면서에서 밝히듯 이 책은 대유행병의 상황을 바라보며 저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쓴 글이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자는 제안과 함께 만나 출간되었다. 코로나19에 관한 의학 전문서도 아니고, 논문 형태로 된 신학 전문서도 아니다. 오랜 기간 기독교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신학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한 저자가 사회의 큰 이슈를 바라보며 가만있을 수 없어 쓴 글을 60여쪽의 얇은 책으로 만든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저자는 먼저, 세계적 대유행병을 뜻하는 판데믹의 정의, 역사, 특징들을 살핀다(1). 그리고 그런 대유행병에 관한 기독교의 몇 가지 시각에 대해 논한 후(2) 그런 여러 신학적 시각들을 가질 때 유의할 점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언급한다(3). 마지막에는 그렇다면 대유행병 앞에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로 마무리한다(4). 책은 제목 그대로 대유행병 상황과 기독교의 태도에 대해 매우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4장에서 주장한대로 우리는 겸손하게 하나님의 주권과 사랑을 인정하고, “일반 은혜로 주신 지혜를 존중하며,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지원함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기도하기에 관한 부분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이자, 대유행병 앞에서 상황에 눌려 잊고 있던 점이었다.

 

만일 재앙이나 난리나 견책이나 전염병이나 기근이 우리에게 임하면 주의 이름이 이 성전에 있으니 우리가 이 성전 앞과 주 앞에 서서 이 환난 가운데에서 주께 부르짖은즉 들으시고 구원하시리라 하였나이다”(대하 20:9)

 

주께 부르짖음을 하나님께서는 들으신다. 그리고 우리를 구원하신다. 하나님께서 대유행병이라는 상황에서도 일하고 계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웃을 위해, 복음을 위해 사명을 다하고 있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돌보아주시길 간구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들으신다. 그런 의미에서5. 판데믹을 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기도(57~61)는 현재 우리가 날마다 드려야 할 기도이다.

 

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 앞에 놓인 그리스도인들이 이 현상을 이해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간략한 책!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책인 만큼 우리의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을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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