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도 바울의 사회적 배경과 맥락 - 천막짓기와 사도직 신행신학 시리즈
로널드 F. 호크 지음, 이성하 옮김 / 알맹e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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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일하는 목회자’ 관련 이슈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목회자 신분이 아니기에 그 논의의 넓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곁눈질만 했을 뿐이지만 내 몇몇 페친들께서도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신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짧지 않은 기독교 역사 가운데 많은 목회자가 본으로 삼는 바울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을 다룬 책 한 권 없을까 싶었는데 막상 머릿속에 생각나는 책이 없었다. [여기에는 당연하게도 나의 부족한 독서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이 주제가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주제였거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란스러운 때에 이런 고민에 도움을 주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바로 <일하는 사도 바울의 사회적 배경과 맥락>(로널드 F. 호크 지음, 이성하 옮김, 알맹e 역간)이다. 사도 바울이 천막 만드는 일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 후에 바울이 아덴을 떠나 고린도에 이르러 아굴라라 하는 본도에서 난 유대인 한 사람을 만나니 글라우디오가 모든 유대인을 명하여 로마에서 떠나라 한 고로 그가 그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이달리야로부터 새로 온지라 바울이 그들에게 가매 생업이 같으므로 함께 살며 일을 하니 그 생업은 천막을 만드는 것이더라”(행 18:1-3). 이 책은 성경에 명시되어 논쟁의 여지가 없는 그의 천막짓기 일을 사회적 배경과 맥락의 관점으로 되짚어 보는 책이다. 거기에 부제인 ‘천막짓기와 사도직’에서 알 수 있듯이, 일로 대표되는 ‘천막짓기’와 복음 전파자로 대표되는 ‘사도직’이 어떻게 병행되었는지를 곁들여 다루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바울의 생업은 가죽제조업이었고(32쪽), 그는 이 생업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을 것이다(36쪽). 떠돌아다니는 교사였던 바울은 집주인에게 묵는 기간을 연장하자고 할 권위가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기 싫어 그렇게 하길 자제한다(52-53쪽). 바울은 일출 전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여 하루의 대부분을 계속 일했고(56쪽), 바울은 작업장에서도 선교 활동을 했다(78쪽). 당시 철학자들에게는 요금을 청구하는 것, 부자와 권력자의 집에 들어가는 것, 구걸, 그리고 일이라는 네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101쪽), 가끔 고린도에 왔던 일부 경쟁 선교사들이 바울이 자급 생활을 위해 일하는 것을 비판했다(97쪽).

하지만 바울은 자신의 생업인 ‘천막짓기’에 대해 분명한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족할 줄 알았고(참조. 빌 4:11)(35쪽), 자신이 생업을 가진 것을 스스로 종이 되고(고전 9:19) 자기를 낮춘 것으로(고후 11:7) 생각했다(68쪽). 바울은 천막짓기가 사도직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그것이 사도직에 대한 자기 생각이라고 공식화했다. 즉 바울은 생업 덕분에 자신이 복음을 “값없이” 주었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123쪽). 곧 그는 천막장이 바울이었다(133쪽).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생업에 대한 바울의 확신과 그에 따른 움직임들이 그의 신학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된다. 자족하고, 종이 되며, 자기를 낮추고, 값없이 주는 것 말이다.

책은 400여 개의 각주가 달린 연구서이다. 바울의 생업과 사도직에 관해 넘겨짚지 않고 여러 내용을 검토해서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을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뛰어난 교사이자 복음 전도자인 바울의 모습만 부각해 오는 바람에 ‘옮긴이 후기’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바울의 손에 박힌 굳은살과 그 어깨의 통증과 피곤함에 지친 몸과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그의 생애의 한 단면”(138쪽)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한번 옮긴이 후기를 인용하며 이 책의 의미를 상고해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 목양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자기 몸을 노동의 현장으로 들이민 모든 목회자, 거룩한 사명자들의 마음을 크게 어루만지며 위로해 줄 것이다(1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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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할 땐 뇌과학 - 불안하고 걱정하고 예민한 나를 위한 최적의 뇌과학 처방전 현대지성 테마 뇌과학
캐서린 피트먼.엘리자베스 칼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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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정 장소에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가? 게다가 그곳이 바로 직장 사무실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감이 잘 오지 않을 텐데, 도무지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용기가 있으면 초기에 정신건강의학과로 달려가 상담과 약물의 도움을 받고 빠르게 호전될 수도 있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할 경우에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상태가 매우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런 중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불안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늘 자리하고 있다. 가스 불을 끄고 나왔던가, 문은 잘 잠궜었나 같은 생각들도 불안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불안을 잘 다루는 것이 만족스러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그 불안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잘 설명해 놓은 <불안할 땐 뇌과학>이 최근에 번역되었다. 미국에서 2015년에 출간된 후 아마존 신경심리학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영미권 아마존 리뷰 7,300개를 자랑하는 검증된 책이 국내에 번역된 것은 즐거운 소식이다.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 불안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흥분하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뇌 이해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소개한 후(1부), 불안 요인인 편도체(2부)와 피질(3부)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에 대해 각각 다룬다. 그게 끝이다. 뭐가 이렇게 간단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단순한 메커니즘 안에 불안을 다스리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생각과 이미지를 통한 불안은 ‘피질 통로’에서 발생한 불안이고, 세포 회로에서 상황이나 대상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감정 기억을 형성함으로써 오는 불안은 ‘편도체 통로’에서 발생한 불안이다(16, 21쪽). 이 두 통로가 불안을 생성한다. 편도체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 전략에는 이완 요법(6장), 노출(8장), 운동(9장)이 있고, 피질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 전략에는 생각 패턴을 인지하기(10장), 인지 재구성하기(11장)가 있다. 

80개의 구체적인 ‘사례’와 불안과 관련된 각종 ‘훈련’ 매뉴얼들(여기에는 다양한 불안 유형에 대한 체크리스트까지 포함된다), 각 장 끝에 핵심을 정리해 놓은 ‘요약’을 보면 이 책이 왜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수많은 리뷰가 달린 주목받는 책이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세밀한 요소들 하나하나가 모여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매개체가 되어 준다. 

많은 유익한 내용들 중에서도 내게 놀랍게 다가온 부분은 불안의 순간에 도망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불안하게 되면 그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나 역시 가끔(혹은 자주) 어떤 특정한 공간, 사람,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면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편도체’ 기반 불안 통제 전략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는 그 상황에서 곧바로 도망치려는 강력한 충동이 생길 텐데 이를 억누르는 게 중요하다....가능하다면 긴장을 풀고, 숨을 깊게 쉬고,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버티며 남아 있으려고 노력하라....편도체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면 반드시 ‘편도체가 작동하는 상황 안에서’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137쪽). 편도체가 작동하는 상황 안에서 통제를 배우고 새로운 감정으로 내 감정을 연결 짓기 하는 바로 그때에 비로소 불안이 극복될 수 있다. 이 내용이 내게 얼마나 큰 통찰을 주었는지 모른다. 아마 불안함으로 힘들어 하다가 이 책에까지 이르게 된 독자들 모두가 나와 같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공저자는 ‘나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살 수는 없지만, 편도체 기반 전략과 피질 기반 전략을 모두 사용하여 불안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277쪽)고. 불안이 내 삶의 주도권을 잡아 나 자신의 시공간을 제약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펼쳐 하나씩 실천해 보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적어도 불안이 내 삶을 좌우하는 끔찍한 일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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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머니 레슨 -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찐' 돈 공부
샘 베크베신저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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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를 살며 돈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어차피 돈과 뒹굴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라면 그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벌고, 사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돈이 사람을 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돈을 부리도록 말이다.

그런 면에서 <10대를 위한 머니 레슨>을 매우 뜻깊게 읽었다. 돈에 대해 쉽지만 진지하게 가르쳐 주고 있어서 그랬다. 

책에는 총 세 번의 수업이 진행된다. 첫 번째 수업은 ‘돈이란 무엇일까?’인데, 돈과 가족(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 우리 가족의 금전 문화 등), 복리의 마법, 우리를 둘러싼 세계(성별, 나라별 불평등 등)에 대해, 두 번째 수업은 ‘돈은 어떻게 벌까?’로서 용돈(용돈 찬반론, 용돈 외 돈을 챙길 수 있는 방법 등), 부업의 기술(베이비시터, 인플루언서 등), 미래의 직업(내가 가진 기술 생각해 보기, 대학을 꼭 가야 할까요? 등)에 대해, 세 번째 수업은 ‘돈은 어떻게 관리할까?’로 돈 관리의 시작(나만의 봉투 만들기, 카드보다 현금, 노는 데 쓸 돈은 마지막으로 등), 돈을 불리자(예금 계좌로 출발해요, 저축의 원수 인플레이션, 인덱스 펀드 등), 똑똑하게 소비하기(광고에 저항하기, 사기에 대처하기 등)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보충 수업은 자선 단체 기부, 세금, 윤리적 소비, 능동적 참여, 인생을 즐기기를 언급하며 ‘돈은 선을 위한 힘이다’로 모든 수업을 마치는데, 돈을 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돈은 요물스럽기만 한 게 아니었다.

책 곳곳에서 돈을 알고자 하는 10대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시도가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스타워즈와 같은 캐릭터들을 소환하고, 표나 그림도 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주고자 십분 활용된다. 어려운 금융 용어들(배당금, 지분, 채권 등)도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고, 중요한 개념인 복리에 대해서는 간식거리를 가지고 하는 놀이로 익힐 수 있게 돕는다(93쪽). 

저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인데 우리나라 10대가 읽는 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는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편집이 큰 일을 했다고 생각된다. ‘직업별 소득’(34p, 167p), ‘지폐 위조 방지를 위한 방법’(64p), ‘환율’(106p), ‘사기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154p), ‘행복의 기준이 되는 돈의 액수’(164p) 같은 것들을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정보 제공해놓았다. 번역서의 낯선 느낌이 전혀 없다!

<10대를 위한 머니 레슨>은 돈에 관한 실용적이면서도 가치관 정립을 돕는 매우 유익한 책이다. 제목에 얽매여 10대들에게만 권할 것이 아니라 성인들도 모두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우린 아직 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지 않는가?


*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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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밀러의 오색사막 순례 이야기 - 길 위에서 만나는 빛, 아름다움, 그리고 하나님
도널드 밀러 지음, 허진 옮김 / 잉클링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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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도널드 밀러.그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소설류에는 손이 안 가는 편인데,도널드 밀러 책은 확실히 다르다.그가 쓴<천년동안 백만마일>에서 좋은 이야기의 삶을, <아버지의 빈자리>에서 상실을 더 나은 이야기로 바꿔감을, <연애 망치는 남자>에서 좋은 관계를 배울 수 있었다.그에게서 이야기의 힘을 배운다.
그의 신간<오색사막 순례 이야기>가 출간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챙겨봤다. 20대 초반의‘돈’이 친구와 함께 구형 캠핑용 밴을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경험을 담은 이 책에서,단순한 여행길을 순례의 길로 바라볼 수 있는‘돈’특유의 능력이 여실히 드러난다.그는 계속 말썽인 차로 힘겹게 이동했고,저질 체력으로 산행을 할 때는 고통스러웠으며,만난 사람들로 인해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그의 경험은 내게 간접경험으로 다가와 나 역시 그가 여행에서 묵상한 하나님에 대해,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였다.

“모든 사람은 변화되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끝나버리고 맙니다.우리는 모두 떠나야 합니다.집을 떠났다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그래야 새로운 이유로 다시 자신의 집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떠나세요.…걱정하지 마세요.당신이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은 여기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변화되는 것은 당신입니다.”(11, 15쪽)
“즉,어떻게라는 질문이 중요한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왜라는 질문이다.그렇기에 나는 왜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이다.그들은 직업을,커다란 집을,예쁜 아내를 얻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것이 다른 무엇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지,그들의 왜가 그들의 어떻게를 정당화하는지 묻지 않기 때문이다.”(45쪽)
“그리고 이게 바로 내가 하도록 되어 있는 거야,난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거야라고 깨닫는다.삶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고,빛은 은유이며,하나님은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려고 이런 일들을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133-134쪽)
“삶은 괜찮아질 테니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가족들에게 좋은 차나 뭐 그런 것을 사줄 수 없더라도 걱정하지마.그냥 아이들 방으로 가서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 돼.이 세상에는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고,그건 뭔가를 소유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까.”(203쪽)
“우리는 사막에 서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초원에서 잠들면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별들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친구들을 사랑하기 위해,사람들에게 이야기를,평화롭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인생의 이유를 소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삶 자체가 영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378쪽)

두려워 말고 삶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자!
삶을 묵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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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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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후 검찰의 힘이 막강해 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그 집단의 권력 남용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이미 충분한 권력 집단인 검찰이 더 큰 힘을 가지게 될 때 발생될 수 있는 위험성은 누구나 예견 가능하다.검찰은 자신들의 집단이 가진 권력의 크기와 무게를 인식하고 움직여야 할 책임을 가진 조직이다.

빙산의 일각과 일반화의 오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모르겠지만,권력을 오남용 한 검사들의 사례는 검찰 집단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진다.그런 검찰 조직 안에서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그중 한 명이 바로 임은정 검사다.그녀가 이번에“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부제)을 주제로 책을 출간했다.

일명‘도가니 검사’로 알려진 그녀의<계속 가보겠습니다>는 총2부로 나뉜다. 1부(난중일기)는 검사 내부 게시판인‘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모았고, 2부(나는 고발한다)는‘경향신문’의 정동칼럼을 통해 연재한 글을 모았다.총성 없는 전쟁터인 검찰계에서의 자성의 목소리를 담아‘일기’처럼 써간 게1부라면, 2부에서는 무소불위의 검찰이 항상 깨어있게 지켜봐달라고 온 국민에게 호소하고‘고발’한다.글마다 덧붙여진‘뒷이야기’를 통해 좀 더 세부적인 내막과 그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정의를 위한 검찰 조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사명감이 아니었다면 벌써 그만뒀을 내부 고발 행위들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검찰과 그 법의 테두리 안에 살아가는 국민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검찰 내부망에 선언적인 글을 올린 후 다리가 떨렸고,검찰 조직의 관례와 타협한 순간을 자기 고백하는 모습은 정의가 연약하지만 뜻을 가진 인간을 통해 점차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검찰은 왜 바뀌어야 하는 조직이 되었을까.이 고민은 권력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권력을 가진 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권력 행사가 낳을 결과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그렇지 않는다면 권력은 곧 무기가 되어 누군가를 해치는 도구가 될 것이다.그런 점이 있지 않은지 기민하게 살피고 나은 방향으로 방향타를 움직이려 한 것이 내부 고발자의 역할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독자 곧 국민에게 검찰을 계속 감시해 달라고 호소하는 부분은 다소 불편하다.처음에는 내부적으로 알아서 잘 해야지 왜 그 짐을 국민들과 나누려고 하는가라는 생각에 불편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검사의 모습은 반기면서도,그 길을 같이 걸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냉랭해지는 내 모습이 곧 개혁의 대상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불편했다.개혁은 나부터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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