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과 함께 하는 삶 - 21세기의 급진적 영성
존 드라이버 지음, 장진호 옮김 / 대장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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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ldlcool/222617021819

현대에 “기독교 영성”은 침묵, 묵상, QT 같은 단어를 자동 연상시킨다. 또한 집단보다는 개인의 영역에 가까운 용어가 되었다. 이런 현대의 기독교 영성 인식 경향은 많은 부분에서 변질되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존 드라이버는 <성령과 함께 하는 삶>에서 초대 교회의 영성(1, 2장)과 그 맥을 이은 16세기 아나뱁티스트의 영성(3, 4장)을 다루며 21세기 우리의 영성(5, 6장)의 방향을 제시한다.
본서에 의하면 초대 교회, 신약성경이 말하는 “진정한 기독교 영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가장 온전하게 자신을 드러내신 은혜로운 하나님 안에 깊이 뿌리 내린 영성이다.”(28p) 또한 “진정한 기독교 영성은 삼위일체적인데, 이것은 하나님 아버지를 온전히 의지하고, 예수를 따르기 위해 헌신하며, 성령에 의해서 예수의 생명이 함께 스며드는 삶을 의미한다.”(41p) 그리고 “본질적으로 기독교 영성은 공동체 안에 경험되어 진다.”(45p) 마태복음 5장의 팔복은 하나님 통치 안에 있는 공동체와 함께 공유하는 삶을 강조하는 기독교 영성의 좋은 예시다.
초기 기독교 영성의 맥을 이어 16세기 아나뱁티스트는 “우리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순종할 수 있는가?”(52-53p)를 질문하였다. 그들은 “참된 교회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공동체로써,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임재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가시적으로 구현된 교회의 생명은 아나뱁티스트의 영성으로 표현된 실재적인 형태를 꽤 많이 결정했다.”(57p) 세례, 나눔, 조언을 받는 것, 주의 만찬, 상호협력은 그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좋은 표시다. 아나뱁티스트가 말하는 제자도의 영성은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정의와 평화(비폭력)의 영성, 선교적 소명의 영성이며, 본서 4장에서 이를 조목조목 살핀다.
각 장 끝의 “연구질문”은 책의 핵심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록처럼 실려 있는 “교회에서 온 편지”는 콩고 민주공화국, 인도, 남미, 대만, 에콰도르, 짐바브웨 메노나이트 교회의 살아있는 이야기와 세계 곳곳에서 바라본 이 책의 의의를 다룬다.
우리는 150쪽 안 되는 이 작은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아갈 길을 발견한다. 그리고 개인적이고 내적 감동에 빠진 잘못된 기독교 영성이 아닌, 성령과 함께, 공동체와 함께 나아가는 진정한 기독교 영성을 깨치게 된다. 영성의 본질을 알고 싶은 자들이라면 이 책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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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젠더 - 바울의 눈으로 본 그리스도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
새물결플러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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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관련 이슈는 과거 남존여비 사상에서부터 현대의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해왔다. 젠더 이슈의 특징 중 하나는 여혐(여성혐오),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난하는 표현) 등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남성과 여성 둘 중 한편이 다른 한편을 극단적으로 상대화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서로를 그렇게 고깝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생물학적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 쪽에 속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특징으로 볼 때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젠더 이슈를 성경에서도 다룬다. 아담(남성)과 하와(여성)의 창조부터 시작해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고전 11:6),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딤전 2:11), “그러나 여자들이 만일 정숙함으로써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하면 그의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으리라”(딤전 2:15)까지 다양한 본문들이 젠더와 관련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런 젠더 관련 본문은 난제로 여겨질 때가 많다. 당대의 배경 지식 없이 단순히 텍스트 자체로만 읽었을 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석의 난해함을 내포한 민감한 이슈인 젠더 논의를 신시아 롱 웨스트폴 교수는 <바울과 젠더>에서 정갈히 풀어냈다.

본서는 바울 전집에서 전통적으로 젠더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는 구절을 ‘문화’(1장), ‘고정관념’(2장), ‘창조’(3장), ‘타락’(4장), ‘종말론’(5장), ‘몸’(6장), ‘부르심’(7장), ‘권위’(8장)라는 테마들로 엮은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디모데전서 2:11-15’(9장)에 대한 재해석을 제공하며 마친다. 주제별 편집 방식은 물론이고, 내용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다. 여성들이 베일을 쓰고 예배드리는 것,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 남성의 몸(할례, 신체 단련, 분노 관리), 여성의 몸(정결, 아름다움과 장식품), 성관계, 결혼과 독신, 은사와 여성 리더십 등 성경을 읽으며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던 젠더 관련 이슈들을 하나하나 다루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쓰인 편이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핵심 내용을 요약해놓아 주제 파악이 명료해지도록 도움을 준다.

바울은 젠더 관련 이슈에서 당대 사회․문화였던 그리스-로마 세계관 및 고정관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예를 들면, 당시 여성들의 베일 쓰는 법을 만든 남성들은 신분의 차이를 주고자 (노예와 같은) 특정 계층 여성들에게는 베일을 쓰지 못하게 하였다. 반면, 당시 여성의 명예와 보호를 상징하는 베일을 모든 여성들은 벗기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동체에서 모든 여성이 베일을 써야 한다는 바울의 가르침은 기독교 공동체에서 모든 여성들이 서로 동등하게 만들었다.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어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바울은 하와가 아담으로부터 창조된 것이 남성과 여성의 전형이라고 주장하지만, 출산의 과정을 통해 모든 남성이 여성에게서 나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이 자기 머리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이어서 바울은 상호 의존성에 관해 진술함으로써 여성의 권위 혹은 권리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타당하게 만든다.”(145p) 이처럼 바울은 당대 사회․문화 혹은 고정관념을 가져와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등하게 오직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준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의 결론은 “젠더에 관한 바울 본문을 철저히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518p) 젠더에 관한 전통적 해석이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결론 내려졌으며 이를 수정하거나 재검토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는 것을 저자 웨스트폴 교수는 경계한다. 한국 기독교도 이 책의 결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남성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조차, 아니 교회 안에서 오히려 더 많이 차별하거나 받게 되는 것들이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이 책을 읽은 목회자는 젠더에 관한 내용의 설교 준비나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학적 지식 전달을 위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목회자를 포함한)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서로 다른 젠더를 통해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삼위일체의 위격 간 관계 및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 간 관계에 부여된 똑같은 심각성과 관심이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일관된 이해에 적용되어야 한다.”(518p)

모든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것에 대한 바울의 지지는 공동체 내의 사회적 관계를 동등하게 하는 것이었으며, 베일과 관련된 문제가 그의 통제 하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는 문화적으로 지위를 거부당한 교회의 여성들을 위해 존중, 명예, 성적 순수성을 지켜준 것이다. - P85

바울은 모든 인류를 속는 자로서, 그리고 사탄을 속이는 자로서 특징짓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결코 모든 여성 신자가 속는 것에 대한 특별한 잘못이 있다거나, 여성이 사탄이 가장 좋아하는 표적이라고, 혹은 공격에 더 쉽게 쓰러진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 P210

그중에서도 여성, 어린이, 노예가 교회 공동체의 기능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문화의 사회적 권력 구조 안에서 특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폐하시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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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의미
폴라 구더 지음, 이여진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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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에 묵상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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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피터 맘슨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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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인 조현은『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한겨레출판)에서 미국 브루더호프를 “지상에 만들어가는 천국”이라는 부제로 소개하였다. 사유재산이 없는 시스템 안에서 노동을 가치롭게 여기는 브루더호프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은 한없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이런 공동체, 브루더호프는 에버하르트 아놀드-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까지 3대에 걸쳐 계승되어 왔다. 

<부서진 사람>은 공동체 창시자의 아들인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이하 하이너)의 생애를 손자 피터 맘슨이 기록한 전기이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하이너 “인생의 성장기에 집중해 내용의 상당 부분을 그분이 청장년으로서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채”워졌다(17p). ‘교회 안과 밖 사람들의 신앙 여정을 담은 즐거운 책’을 만드는《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당사의 색깔에 딱 맞는 책을 냈다.

책의 전반부는 브루더호프 창시자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이너의 관점에서 그의 아버지 에버하르트가 어떻게 공동체를 세워왔는지를 증언한다. 후반부에는 하이너 자신이 무대 중앙에 선다. 개인의 삶을 그린 전기라고 하지만 그 삶이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었기에 그의 전기는 곧 공동체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줄곧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길,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길 힘써온 에버하르트와 하이너의 일화 속에서 그들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 공동체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공동체와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에버하르트가 죽은 후 공동체 지도자로 지목된 한스와 조력자 게오르크의 존재는 하이너에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한스는 하이너를 질투하여 타국으로 보내는 등 부당한 처분을 지속적으로 내렸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독단적으로 운영하였다. 그런 그를 하이너는 용서하고 또 용서했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병원운영비 등 공동체에서 재정의 자급자족이 안 될 때는 여러 지역에 사람을 파견하여 후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화들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까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공동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런 환난 중에 있는 공동체를 위해 사람들은 왜 애쓰기를 그치지 않는 것일까?’ 등 여러 의문들이 스친다. 현대 사회의 주류 사고방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걷는 그 길의 열매(사람들의 회복과 치유 등)와 공동체를 찾아오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런 의문을 품은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하이너가 아들 크리스토프에게 말한 것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새길 부분이다.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셔야 한다. 공동체는 끊임없이 내적으로 갱신되어야 해.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524p) 그리고 우리는 브루더호프 창시자인 에버하르트의 말대로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이웃을 위한 삶을 도전해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론이나 이상적인 목표, 예언자와 지도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겐 형제애와 자매애가 필요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정의와 용서, 일치의 삶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51p) 그렇게 순전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다보면 타타와 에버하르트의 대화가 우리의 대화가 될 것이다. “바로 그 ‘큰일’ 때문에 처제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어. 추운 날씨에 모금을 다니느라 이렇게 병이 위태로워진 거잖아.” 타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랬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하나님 나라에 보탬이 되었다면 그걸로 족해요. 그래봤자 벽돌 하나 얹은 정도일 텐데.” “하나여도 아주 요긴한 하나였을 거야!” “맞아요. 정말 멋진 나날이었어요. 정말 놀라운….”(129p)

그리스도를 위한 삶은 부서진 삶이다. “안전이나 평온과는 거리가 먼 삶”(537p)인 부서진 삶을 사는 자들을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 나는 부서진 삶을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 <부서진 사람>을 부서지게 추천한다.


후기. 책 곳곳에 반가운 이름들이 등장한다. “루돌프 불트만”, “선다 싱”, “디트리히 본회퍼”, “프리드리히 프뢰벨”, “도로시 데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헨리 나우웬” 등 이들이 등장인물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책읽기 방법일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론이나 이상적인 목표, 예언자와 지도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겐 형제애와 자매애가 필요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정의와 용서, 일치의 삶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 P51

떠난 사람들은 그저 모든 것을 실험으로 보았을 뿐이야. 우리는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거고. - P74

감정에 기초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떨 때는 바라는 만큼 감정이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계속 가야한다. 네가 받은 소명에 묵묵히 순종하면서 말이다. - P97

우리는 언제나 믿음으로 결정했지, 재정을 살피고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 P110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꿋꿋이 버티기로 다짐한 개인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온 세상에 드러내며 굳세게 서 있는 교회는 더 위대합니다. - P157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산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절대 뒷걸음치지 마세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세요. 하나님 나라를 찾으세요. 그 나라는 너무나 강렬해서 여러분을 압도할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고민과 세상의 온갖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사랑할 것입니다. 분열과 죄, 고통, 어둠, 죽음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다스릴 것입니다. - P274

…우리에겐 하나님을 해석할 권리가 없어요.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어라. 더는 죄를 짓지 말아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나눠 주어라. 더는 죄를 짓지 말아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이 말씀은 실천하라고 있는 것이지 해석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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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성경, 이야기 - 약속의 땅에서 다시 보는 성경
존 A. 벡 지음, 김태훈 옮김 / 선한청지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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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창조와 함께 시작된 땅의 역사는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존과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백성들이 얽힌 “땅의 이야기”는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땅, 성경, 이야기>는 지리를 기반으로 한 성경 이야기에 접근할 때 매우 좋은 가이드북이다.

지리에 대한 이해는 왜 중요할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경의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현실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실재하는 백성들을 만나시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이야기의 내용 역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에게 지도책(atlas)이 필요하다. 주님께서 어떤 것은 지리를 사용하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18p)
고대 이스라엘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식량을 생산하고, 제국을 건설하고, 여행에 우호적인 땅(21p)]의 일부였다. 경상북도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그 약속의 땅은 기근이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군사적인 침입을 받는 곳이었기에 그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세 개의 대륙이 만나는 교통의 중심지인 그 땅을 통해 주님은 그분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전파되기를 원하셨다(35p).
성경의 땅을 이해(1부)하고 나면 2부에서는 에덴동산이 어떤 곳이었을지부터 요한계시록에서 지리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여러 이야기 속 지리가 가진 의의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예를 들어보자. 4장에서 광야 지역의 지리적 특징을 말하는데 광야는 물이 거의 없고, 곡식 생산이 어려웠으며, 거대 포식 동물부터 독사와 전갈까지 서식하는 곳이었기에 충분히 위협적인 곳이었다(63-64p). 그렇다면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왜 광야에 머물게 하셨을까?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겸손하게 하시기 위해, 시험하시기 위해, 이스라엘을 가르치시기 위해 광야를 사용하셨다(64-67p).
"하나님께서는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이 자신의 사명을 이어 가기 전에, 주님은 광야에서 그들의 이해(하나님에 대한, 그리고 그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와 그들의 믿음을 새롭게 빚으셨던 것이다."(67p)
이처럼 주요한 성경 맥락을 따라 각 상황에 맞는 다양한 지도들을 제시하고, 그 맥락의 의의를 풀어놓는 여정은 성경 개관서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에덴동산, 창세기 3-11장의 세 장소, 갈대아 우르-하란-가나안, 아브라함과 야곱의 땅 구입(3장), 아브라함 가족이 애굽을 꺼렸던 이유, 주님께서 구원 이야기를 애굽으로 이동시키신 이유, 광야의 위협, 광야에 머무르게 하신 이유, 요단 동편 정복 이야기(4장), 여호수아가 본 가나안 땅, 여호수아서 이후 변화점(5장), 통일 왕국 이야기(6장), 분열 왕국 이야기(7장), 바벨론과 앗수르 포로민 정책의 차이점, 포로 귀환이 무색해진 땅에 관한 사실들(8장), 로마의 지배 속 이스라엘, 갈릴리의 세 구역, 갈릴리 주민들 특성, 예수께서 이방지역으로 가신 이유, 유대지역 유대인들이 예수를 경계한 이유, 갈릴리 사람들에 대한 유대인들의 견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특징, 예루살렘이 특별해진 이유(9장), 예루살렘이 초대 교회 이야기를 형성한 과정,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의 초대 교회 이야기, 복음이 가이사랴에 이르는 길의 두 가지 장애물, 바울 여행에서 보인 문화적 맥락과 세계관의 극적인 변화들, 요한계시록에서 지리의 역할(10장) 등 흥미진진한 성경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이런 이야기들에 몰입하다보면 성경 이야기에서 지리가 가진 의의가 매우 크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주제와 내용은 물론이고 책의 구성도 매력적인데 컬러로 된 각종 지도들은 성경 옆에 두고 주석처럼 활용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 번역자의 세심함도 돋보이는데 "일러두기"에 역자가 밝히듯 평소 익숙지 않은 지리학의 용어나 특이한 표현의 경우에는 영어 단어(혹은 한자까지)를 병기했고, 원서의 마일이나 피트 등의 단위를 우리에게 익숙한 미터법으로 환산한 점도 고마운 배려이다.

우리는 장소의 사람들이다.
"주님께서 우리로 장소와 더불어 살아가도록 지으셨기에 우리는 언제나 장소의 사람들(people of place)이 될 것이다."(179p)
처음 시작했던 에덴과 같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주님을 맞을 것을 소망하며!
"우리는 우리가 시작한 곳에서 끝을 맺게 될 것이다."(180p)


p.s. 본 후기는 선한청지기 출판사의 후원으로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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