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하나님 나라의 비밀 - 하나님 나라 내러티브와 교회의 비전과 사명
스캇 맥나이트 지음, 김광남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 후반, 고등학생 때부터 다닌 교회에서 배운 바로는 삼위 하나님(성부, 성자, 성령)과 몇몇 성경인물들, 그리고 예수를 잘 믿으면 천국에 간다(?)는 내용이 기독교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대학교 선교단체 활동을 시작하며 기독교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 중 일부분이었던 “하나님 나라”라는 단어는 나를 때로는 군사로, 때로는 시민으로, 때로는 일군으로 만들었다. 왠지 세상으로부터 그 나라를 지켜야 할 것 같아 군사가 되었고, 천국 거주민이 되고자 시민이 되었으며, 열매를 많이 올려드리고자 일군이 되었다. 그렇게 캠퍼스에서 나만의 이미지로 그려왔던 “하나님 나라”는 이제 지역과 규모, 형태와 교파를 초월하여 어느덧 현대 기독교의 핵심 주제가 되어버렸다. 생소함에서 출발했던 “하나님 나라”가 어느덧 일상화 되었다.
 
하지만 그런 보편성에 부합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평신도 입장에서 보면 양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교회에 다니거나, 열정 넘치는 리더십을 만나지 않는 이상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길은 거의 전무하다. 그렇게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 고심하던 찰나에 좋은 책 한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스캇 맥나이트의 “하나님 나라의 비밀(새물결플러스 역간, 2016)”이다. 이전에 저자의 책 중 하나인 “ONE, LIFE(성서유니온 역간, 2015)”를 통해 제자도에 대한 통찰의 유익을 얻었던 터라 이번 신간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도대체 우리가 자주 말하는 “하나님 나라”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저자라면 잘 설명해 줄 것 같았다. 그렇게 펼친 이 책은 30대 평범한 회사원인 나에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바른 관점을 세우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세 가지 점에서 이 책의 유익을 말하고 싶다.
 
첫째, 이 책은 현대인과 현대 기독교가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지 깨닫게 해주었다. 저자는 친구 목사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단상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현대의 이해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를 사회정의와 평화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스키니진 스타일”과 하나님 나라를 구원과 복음전도 차원으로 이해하는 “정장바지 스타일”이 그것이다. 저자는 두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점들을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 완전히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이 모든 것은 하나님 나라의 사명의 일부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형성하는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창조-타락-구속-완성”의 전통 방식이 개별적인 구원과 각 개인을 구속하시는 예수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메시아, 왕 되신 그분의 모습과 이스라엘 공동체적 접근은 온데간데없다.
(저자가 만든 용어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유형들을 유목화 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둔다면) “스키니진 스타일”, “정장바지 스타일” 이런 유형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하나님 나라를 “삶”이라는 “현실”과 연결시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것을 마치 하나님 나라의 전부로 대치해 버리는 오류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본 토대인 성경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이자 핵심인 “성경”으로 돌아가 거기서부터 그 나라와 사명을 이해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주었다. 스캇 맥나이트는 성경 이야기로의 회귀를 외친다. “나는 성서를 믿는다. 또한 나는 우리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신학은 성서를 통해서 그리고 성서에 의해서 형성된 신학이라고 믿는다(53p).” 유일한 방법인 성경으로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성경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창조(C)-타락(F)-구속(R)-완성(C)”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A(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통해 통치하고자 하시지만 인간은 스스로 통치하고자 함)-B(하나님을 대신해 이스라엘을 위한 인간 왕이 세워짐)-A’(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다시 통치하심)”라는 이야기 방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님 나라는 “창조-타락-구속-완성”에서 보인 개인적 구원의 차원을 넘어 통치자이자 왕이 되신 예수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통치하시는 예수로부터 출발하여, 당대 이스라엘이 그랬듯 세상의 지배적인 이야기들에 맞선 그분의 백성들의 이야기에 이르게 한다. 그렇게 “교회”를 만난다.
 
책에서 얻은 유익의 마지막은 이 책의 핵심 주제인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같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귀 기울여 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스키니진 스타일”과 “정장바지 스타일”에서 충분하게 시도해 보지 않은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 파악을 성경과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 근거하여 주도면밀히 해나간다. 예수의 세계에서 하나님 나라는 “왕에 의해 다스림을 받는 백성”을 의미했다. “’하나님 나라’가 필연적으로 ‘백성’을 의미한다면, 그때 하나님 나라와 교회의 관계는 무엇보다도 백성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질문은 하나님 나라에는 누가 있고, 교회에는 누가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161p).” 질문의 해답을 위해 베드로의 고백("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바요나야, 너는 복이 있다. 너에게 이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시다. 나도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세력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표준새번역, 마태복음 16:16-19)을 가져온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수가 현재의 교회(백성)를 미래의 하나님 나라(백성)와 연결시키고 있다. 즉 예수는 베드로가 지금 교회에서 하는 일을 하나님이 미래에 그분의 나라에서 하실 일과 연결시킨다(162p).”는 점이다. 베드로 뿐 아니라 바울도, 사도 요한도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연결한다. 그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님 나라의 사명이 곧 교회의 사명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위한 삶은 교회와 연관되어 구체성을 띄게 된다. 그렇게 7장부터 11장까지 이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사명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교회의 사명이자 비전이 된다. 이것은 “스키니진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사회정의, 공동선, 평화와 “정장바지 스타일”에서 강조하는 구원, 복음전도 모두를 포괄할 뿐 아니라 그것을 넘어 미래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품게 한다.
나는 저자의 하나님 나라와 교회가 같다는 주장을 통해 모호했던 하나님 나라의 실체가 환희 드러나는 느낌을 경험했다. 하나님 나라는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환상의 그 무엇이 아니었다. 그것은 백성들의 연합을 통해 완성된 교회라는 분명한 현존이었다.
 
그렇게 나는 스캇 맥나이트의 "현재에 대한 분석-성경으로의 회귀-그 속에서 발견한 교회"라는 관점에 빠져들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풍요” 속에서 교회와 그 백성들의 연합의 “빈곤”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어 감사했다. 하지만 이런 유익들 사이에 남는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있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나 같은 평(범한)신도들에게는 어려운 신학적 논리들 보다 삶의 “이야기” 한편이 훨씬 더 와 닿고 심지에 불을 지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을 살아가며 때로는 패배감으로 하나님 나라가 멀게 느껴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때 우리의 예언자적 상상력을 깨우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역시 바로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학자 다운 저자의 탄탄한 신학적 논리 위에 그 “이야기”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가 덧붙여졌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곳곳에서 제시한 하나님 나라로서의 교회의 사명이 다양한 모습들(교회의 내 옆 성도를 향한 구체적인 헌신, 세상을 향한 자유민의 삶-나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왕이신 예수의 말을 들을 것이다, 공적인 영역과 직업에서의 선한 행실, 죄와 악한 자의 지배와 조직적인 악에서의 구출, 돈과 소유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타인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 등)로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건 “이야기”라기 보다 딱딱한 계명(?) 같이 느껴진다. 구약의 이스라엘 “이야기”처럼 오늘날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 나라의 사명에 충실했던 교회들의 실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누어졌더라면 이 책이 (나 같이) 평(범한)신도들에게도 충분히 전복적인 것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마 그랬다면 이 책을 접한 (실제로 교회를 이루어 가는 중인) 모든 신도들의 삶에 구체적인 열매 맺음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는 실제적인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라는 나의 바람을 이 책을 읽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 같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가 교회라는 단서를 가지고 왕의 통치를 받는 백성으로서, 교회로서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할 것이다. 부디 내가 속한 교회가, 한국과 세계 곳곳의 교회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인 (‘지금’과 ‘아직’의) 교회가 되어 가길 감히 소망해본다. 하나님의 통치가 우리를 통해 어떻게 이뤄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밌어서 밤새읽는 소립자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다케우치 카오루 지음, 조민정 옮김, 정성헌 감수 / 더숲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립자라는 단어는 인문학도인 저에게 굉장히 낯서네요. 저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럴거라 생각됩니다. 그 익숙치 않은 분야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해놓았으면 제목에 "재밌어서 밤새읽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요? 실망하지 않는 출판사 "더숲"의 책이기에 더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