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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개정판
이창래 지음, 정영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오랫동안 책장에 꽃혀 있었던 이창래의 Native Speaker를 제치고, 먼저 이책을 읽었다. 한국 "가족"을 보러가기 전, [가족]의소설을 읽는 것은 오비이락격. 일인칭 시점 소설. 나 제리 베틀의 시선으로 바라본 베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족의 탄생, 변화, 소멸, 갈등, 회복등에 대한 이야기를 59세 이탈리안-어메리칸 남자의 눈으로 서술되어지는 소설이다. 내용의 전개보다는 전개에 따른 화자의 생각과 성찰같은 내러이트브가 더욱 마음에 닿는 내용들이 많았고, 중간에 읽기를 멈추고 잠시 생각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때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은 복잡한 언어보다는 그보다 더 폭넓고 깊은 소통 형태들인 것 같다. 이 생각은 더 이상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는 나 자신의 날카로운 감정과도 일치한다. 최소한 순수하게 언어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한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이 삶에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하게 진정한 것은 기쁨 비슷한 것으로 바뀔 수도 있는 즐거움과 슬픈 경이로움을 함께 나누는 상황 뿐인 것 같다." (구판,1권 52p)
제리가 일하는 여행사에, 히스패닉 고객들을 위해서 스페인이 능한 통역자 마일즈를 채용하지만, 정작 마일즈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만큼 몸짓을 훨씬 많이 사용하는 상황을 보고 제리가 한 생각이다. 편하고 안전하고 무해한 사람이 있다. 보통 우리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 편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상 말 통하는 것보다 같이 있을 때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편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사람하고는 어떠한 불편거리가 남아있지 않은체 오로지 나와 상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즐거움과 슬픔의 경이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만 남아 있다는 것을 이렇게 이야기 한건 아닐까?
"우리는 서로에게 관대했고, 점잖았으며, 아주 괜찮기까지 했다. 물론 괜찮다는 것이 서로 기꺼이 대화하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끔 신랄한 얘기가 오가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구판, 2권 248p)
서로 떨어져 살고 있던 가족들이-제리 아버지, 아들부부, 사위- 모두 함께 모여 살게 되면서 그들 가족가운데 변화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괜찮다는 것이 기꺼이 대화하려는 한다는 것이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사실 남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면 이말이 참말임을 깨달을 수 있다. 나 이외의 사람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는 것...참 괜찮은 세상을 이뤄가는데 가장 큰 첫 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에 나온 신간 [My Year Abroad]를 포함해서 총 6권 소설이 나왔던데, 찬찬히 한권씩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