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고기를 즐겨 먹지 않았다.  그나마 먹었던 고기와 관련된 음식은 삼겹살, 돈가스 정도였다. 이유는 아빠가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가족의 음식취향은 아빠취향에 종속됨 ㅠㅠ). 윤리적인 탓인 아닌 습관,취향적인 탓에 고기의 맛을 잘 모르고 자랐다. 상대적으로 각종 나물, 야채, 과일의 풍미와 식감에 대해서 일찍부터 눈을 뜨게 되었다. 


크는 동안 엄마가 걱정을 좀 하셨다. 초등학교때까지 앞에서 1,2 번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의 키가 작았는데, 원인은 고기를 먹이지 못한 탓일 거라고 안절부절 하셨다. 그래도 채식위주의 식사는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놀랍게도 중학교 3년동안 일년에 8~10cm 씩 쑤욱 커서 지금의 평균의 신장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걱정은 사라졌다. 


대학교 때 학교 보건소에서 인바디 검사를 했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측정기록을 보시고 보건소에 계시는 분이 체육과처럼 안 생겼는데 체육과 학생이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근육량과 비율이 체육과 학생들의 수준을 넘는다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운동도 없다고 했더니, 육식을 즐겨하냐고 반문하셨다. 답은 노! 아주 잠깐 이었지만 그 이후로 나의 별명은 머슬녀였다. ㅎ   타고난 머슬 비율 탓인지 오래매달리기 같은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종목은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험을 통해 운동선수든 아니든 상관없이 채식주의자들이 지구력에 있어서는 육식가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고기를 먹는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지구력의 수치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의 평균 지구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67p)


"고기가 간접적으로 채소라는 사실[인간이 먹는 고기의 근간은 풀을 뜯어 먹는 초식동물이다]과 평균적으로 채소가 고기보다 두개나 더 많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하고 있는데도 여성이 자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것처럼, 우리가 채소가 그 자체로 식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67p)


운동선수의 실험에도 그렇듯이 나 역시 고기의 섭취는 운동능력과 신체적인 변화에 상관관계 없다는 근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그것은 다음 페이퍼로..) 여전히 남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은 육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식의 사고는 여전한 것같아서 답답하다. 일단 나부터 먼저 제대로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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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3 0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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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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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08: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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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0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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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0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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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8 02: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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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1-01-23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일일식을 한 지 7년째입니다. 하루에 한 끼만 섭취하니 주로 고기 위주로 먹었는데 점점 채식으로 바뀌더군요.
사람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 주로 채식 위주로 먹으면 영양실조에 안 걸리냐고(제가 고기를 먹는 날은 외식뿐)..
그런 일은 없더군요. 채식만으로도 모든 영양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채식이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는 거짓이죠.

han22598 2021-01-26 00:42   좋아요 0 | URL
우와! 일일일식을 하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저는 채식 위주이긴 하지만 일일 다식을 하기 때문에 ㅠ 일식은 꿈도 못 꿉니다. 육식이 영양섭취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 누구에게 고기가 배분이 되고, 누가 섭취하고 있느냐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2021-01-23 14: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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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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