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Munro의 작품은 뜻밖의 반전은 지속되나 시원한
결말이 흐지부지한게 특징이 아닐까한다.
읽고나면 내가 뭘 읽었지? 그러나 고요하게 스며드는 안
개같은 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남겨진다.
잔잔함 그대로 적당한 서정적 글 솜씨가 인상적이다.
˝어리둥절하고 낯설게 변한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다. 마
치 마술을 부리는 풍경처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친근하고 평범하고 익숙하다가도 돌아서면 어느새 날씨
는 변화무쌍하고 거리는 가늠하기 어려운 끝끝내 알 길
없이 바뀌어버리는 풍경같은 그 삶을˝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에서 아버지의 살을 조명한 부분이다.
˝낮에는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정원마을도 밤이되니 개발
되지않은 깜깜한 산속으로 뒤꽁무니를 빼는 것 같았다˝
휘황찬란한 집에서의 한 대목이다.
먼로의 작품세계를 두줄기로 요약하면, 한 줄기는
세밀하게 전개되는 글은 자연에서 내면으로 끌어들여 내
안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맘을 일깨운다. 다시금 들
여다 보게한다. 마치 한 사물을 렌즈로 클로즈업 시켜 관찰한 것 처럼.
다른 한 줄기는 여자이기에 겪었고 보았고 느꼈던 경험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살의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의 문이 막히고 닫힌 세상에서 아이들은 물
질만능사회의 온갖 부조리에 익숙해지면서 본연의 순수
한 자기를 배반한다.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보호
받고 싶은 욕구, 숨고 싶은 욕구, 위장하고 싶은 욕구에
휩싸인 그 아이들은 본디 선량하다.
그것이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모두가 그 대세를 따르
는 속세에서 멀찍이 벗어나 꿋꿋하게 자기 신념을 실천하
며 가르치는 할머니 피아노 선생님의 가치관이다.
이 마살레스 선생님의 가치관이 엘리스먼로가 예술로 승
회시킨 결정체라 보여지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염된 사회에 적응하고 그런사회
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도 한때는 모두 맑고 깨끗한 세상의 순수한 어린아
이 였다는 것을 적확하게 클로즈 업 시켜 바라보게 한다.
낮게 드리워진 안개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안개가 걷히면 아니 안개를 헤집고 불쑥 뛰쳐나올 듯한 고요함이 처음부터 끝까지였다.
결코 끝까지 안개를 뚫고 나온 주체는 없었다.
그 주체는 내 마음속에 품게 해 주었고 실천해야할 숙제
로 남겨준 책이되었다.
잔잔함 그대로 나를 돌아본다.
내 어린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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