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이야기가 날실과 씨실처럼 촘촘하게 수놓아진 삼국지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남자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한 명성을 누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수경선생 사마휘(司馬徽)이다. 어지러운 난세에서 그는 어떤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고 재야의 인재로 있었기 때문에 권모술수로부터 한 걸음 비껴간 학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양성한 후학들이 세상에 나아가 곧바로 뛰어난 자질을 발휘하였으며 그 제자들이 자신의 지예를 의탁한 인물이 바로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이 각별한 애정을 쏟은 유비였기 때문에 사마휘는 삼국지의 은근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삼국지에서 유일하게 ‘선생’이라는 칭호를 듣는 수경선생 사마휘를 통해 아버지 같은, 스승 같은 멘토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중년 남성의 매력을 알아보기로 하자. 
 

칼을 들지 않고, 지략을 꾸미지 않고
다만 사람을 보듬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르되 휩쓸리지 않다.

사마휘(司馬徽)는 도호가 수경(水鏡)선생이며 덕조(德操) 양양 영주 사람으로 삼국지 최고의 실용주의 추남이지 비운의 천재로 손꼽히는 방통과 최고의 신비주의 미남이자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공명의 스승이다. 채모(蔡瑁)에게 쫓겨서 도망쳐온 유비(劉備)와 교류를 하며 재사(才士)인 서서(徐庶)를 유비에게 추천하였고 제자인 제갈량과 방통을 복룡(伏龍)과 봉추(鳳雛)로 부르며 유비에게 이 둘 중 한 명만 얻어도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 사람이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를 소개함에 있어서 한치의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는 참으로 제자 복이 많은 사람이라 할 수 있고, 그런 스승을 만난 제자들 또한 스승 복이 많은 사제간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인 오늘날, 수경선생이 살았던 그 시대와의 공통점을 찾자면, 인재는 많으나 경기가 좋지 않아 정규직 채용을 하는 기업은 드물고 취업은 한없이 어려워 대학을 나온다 하더라도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고달프고 앞날이 투명하지 못한 시대에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스승과 제자로 만나 학문을 쌓으며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시켰다는 점에서 진정한 스승으로써 수경선생의 훌륭함에 감탄한다. 또한 멸망의 기운을 온 몸으로 알 수 있었던 후한 말, 제자들을 한나라 관리로 키워낸 것이 아니라 유비를 만났을 때 그의 가능성을 보고는 비록 남루한 시작일지언정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하게 제자들(방통, 공명, 서서)의 구직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수경선생의 능력과 현실감각에 무릎을 친다.

시대에 방관한 듯 재야에 묻혀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썼지만, 시대의 한 흐름을 당당히 이끌어 간 것은 수경선생의 제자들이다. 그들은 입사 후, 자신들을 추천한 스승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모두 복 많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성과 인덕을 갖춘 미중년의 아름다움
세월이 흐르면 세월의 향기를 먹고 연륜과 지혜로움을 더하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때, 때로 낭비 없는 시간을 보내온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초라할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경선생은 이런 걱정을 단번에 날려주었다. 장차 삼국지에서 큰 활약을 펼칠 쟁쟁한 제자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이 스승은 이미 등장과 함께 독자들의 머릿속에 중년 혹은 노인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깨끗하고 단정하게 나이 들은 노학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숙한 의상을 선보인 것은 오히려 수경선생의 제자 공명이었다. 후한 말의 앙드레 김처럼 눈부신 하얀 색 의상과 부채라는 소품으로 타 책사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독보적인 패션감각을 자랑하며 젊은 나이에 자신만의 룩(Look)을 완성한 공명은 어쩌면 스승인 수경선생의 모습을 몹시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수경선생 밑에서 공명과 동문수학한 친구들은 집안 좋은 방통과 효자로 소문난 서서였으니 일찍 고아가 된 공명이 수경선생을 아버지처럼 생각한 나머지 나이에 비해 노숙해 보이는 패션은 수경선생에게서 살짝 빌려온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난세에도 고아한 학자의 모습을 유지했던 수경선생이나 칠십의 나이에도 말발굽과 함께 피어나는 모래먼지 속에서 무거운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기꺼이 창과 검을 휘둘렀던 황충과 같은 미중년들이 균형을 잡아주었기 때문에 삼국지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특히 무인(武人)인 황충 장군은 아마 체지방 5%를 넘지 않은, 혈관마저 근육으로 빚어진 듯 단단하고 남성다운 몸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스승의 날, 감사의 마음을 마음껏 전해자

삼국지연의 소설 속에서, 역사 속에서 수경선생과 황충은 그저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삼국지에 무게를 실어준다. 조만간 스승의 날이다. 가슴 한 켠이 그리워하는 스승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364일 가슴 속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주는 스승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5월 15일 하루쯤은 그분을 가슴에서 꺼내어 거침없이 달려가 큰 소리로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하는 것이 어떨까.

글 : 칼럼니스트 조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외에 부처님의 생일부터 사랑하는 연인들이 만들어낸 ‘로즈데이(2월14일 발렌타인데이의 세 번째 재탕, 5월14일 – 남자가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까지 5월은 항상 공인된 기념일로 가득하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이유는 8할이 어버이날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비뚤비뚤한 글씨로 감사 편지를 썼지만, 스무 살이 넘어서도 색종이로 꽃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형제가 많은 집에서는 오랜만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민하며 우애를 돈독하게 쌓는다. 삼국지에서 ‘남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인물로는 오나라의 손권(孫權)과 위나라의 조식(曹植)이 있다. 손권(孫權)은 형의 뒤를 이어서 오나라의 군주가 되지만 조식(曹植)은 위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입지를 갖지 못하고 죽었다. 조식(曹植)에게는 슬픈 일이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조식(曹植)은 삼국지 유일의 ‘남동생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삼국지 유일의 남동생 캐릭터 - 문학소년 진사왕 조식(陳思王 曹植)

걸출한 남자 조조(曹操)의 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조비(曹丕)와 조식(曹植)은 아비의 능력으로 인해 살아서 주류 사회에서도 최고의 신분을 누릴 수 있었던 행운아들이다. 그러나 조식(曹植)의 삶이 영원히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이 칠보시(七步詩)는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 조식(曹植)이 형제간의 불화를 빗대어 지은 시이다. 친형이자 황제인 문제 조비(文帝 曹丕)로부터 자신이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완성하지 않으면 대법(大法)으로 다스리겠다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지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시이기도 하다. 결국 집안문제이긴 했지만, 조식(曹植)은 형에게 미움을 받았던 것이다. 그것이 또한 조식(曹植)이라는 한 남자의 좋아하기에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온다.

부족함이 없기에 오히려 여인들의 동정을 받은 왕자님

위, 촉, 오 각각 영웅들이 기반을 다지기 위해 몸을 날려서 싸우고, 지략을 겨루던 격동의 시기에 조식(曹植)은 등장하지 않는다. 조식이 등장하는 것은 조조가 위 나라를 세우고 무제로 즉위할 즈음부터이다. 전쟁 대신 잔잔한 평화가 더 길어질 무렵 한참 어린 조식이 왕의 아들로, 왕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덕분에 일찍부터 적성에 맞는 문학적 재능을 꽃피운 조식(曹植)은 피와 계략으로 얼룩진 삼국지에서 어떤 캐릭터와도 닮지 않은, 유일무이하게 여성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인물이다. 해맑은 얼굴로 붓을 쥔 감수성 예민한 미소년의 이미지는 오직 조식(曹植)뿐이다. 안정된 황실에서 여린 감수성을 가진 시인으로 내내 군가만 울려 퍼지던 삼국지에 부드러운 발라드를 선사한 조식(曹植)은 조비(曹丕)의 철저한 경계 하에 정치적 뜻을 펼치지는 못했다. 조금도 부족함 없는 배경과 환경 더불어 조비(曹丕)라는 매력적인 악역까지 갖춘 조식(曹植) 삶은 과연 연상의 여인들의 동정과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하다.

설득력 있는 단 하나의 단어를 만났을 때,

주책스러움은 당당한 현상이 되고 뻔뻔함은 유머러스한 사상이 된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와 무게를 짐작할 수 없는 가벼운 인터넷 세상에서 비주얼은 간단하게 사상이 되어버린다. 드라마 속에서 연상의 여인을 향해 열심히, 성실하게, 때로 가슴 설레게 들이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순식간에 주가가 상승한다. 팬심과 모성애를 동시에 자극할 때, 아이돌은 비로소 무조건적인 응원 대신 판매량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제력을 갖춘 든든한 후원자를 갖는다. 20대를 넘어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열광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상의 대상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의 20대는 폭풍처럼 격변하는 대중문화의 격동을 온 몸으로 겪어낸 세대이다. 성숙하고 침착해진 그들은 숙소 앞에서 마냥 스타를 기다리는 대신 밤을 새워 키보드를 두드리며 찾아낸 자신들의 마음을 하나의 현상으로 정리해 세상에 공개했고, 그것은 상당한 진지함과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보다 어린 남성 연예인에게 열중하는 대규모, 대단위의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에 헌정된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는 비난이 아니라 고상함이 잔뜩 함유된 ‘누나이즘’이라는 단어였다. 단 하나의 단어로 비주류의 중심에서 단박에 주류로의 수직적인 신분 상승을 가능하니, 언어란 얼마나 즐거운 고통인가!

글 : 칼럼니스트 조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삼국지를 읽다가 잠시 지루함을 느낄 때면, 눈을 감고 강남을 떠올린다. 남자도 아닌 환관으로 가득 찬 수도에 집착하며 먼지 가득한 중원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종교를 내세워, 혈통을 내세워 자기 어필에 여념을 없을 때 양자강 남쪽, 강남에서는 멋진 남자들이 거침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삼국지 중, 후반부를 수놓을 젊고도 멋진 강남의 미남들이 역사에 등장할 기반을 마련한 남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손견이다. 지난 편의 주인공 원소와 마찬가지로 손견 역시 등장할 때 이미 유부남이었지만, 원소와 같은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견의 뛰어난 아들들과 손씨 집안 3대를 섬기며 재능과 비례하는 미모로 이름을 날린 주유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여성 독자들의 오아시스 강남,

강남이 배출한 메트로섹슈얼 제1호 손견


156년, 후한 말기에 태어난 손견은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몸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생활까지 메트로섹슈얼의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유한 매력남이다. 흔히 ‘꽃미남’이라는 말과 동일시 되는 메트로섹슈얼의 사전적인 정의는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다. 덧붙여 오픈 백과적 정의는 ‘외모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음식, 문화 등에 관심이 많으며 쇼핑을 즐기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20~30대 초반의 도시 남성들’이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실존하는 인물 중에 예를 들자면 파파라치의 사진 한 장만으로 세계의 트랜드를 주도하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주드 로, 브래드 피트가 바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메트로섹슈얼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박수칠 때 떠난 강동의 호랑이 손견은 눈부신 2세대를 남기다.


신분에 있어서도, 업적에 있어서도 항상 나이에 비해 부러울 만한 출세의 정도를 걸어왔으면서 다른 군웅들과 달리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단 한번도 나지 않았던 손견은 서른 여섯의 짧은 인생에서 일과 가정,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찬란하고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삼국지를 읽는 강렬한 즐거움을 새롭게 제시함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손견은 마치 신의 공평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얄궂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한 전장에서, 그다지 화려한 전투도 선보이지도 못한 채 192년,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얻는다’는 속담처럼, 손견이 부지런히 배출한 훌륭한 2세대는 권력의 중심에서 유례없이 사랑을 흠뻑 받은 군주로써 중년에 접어든 조조, 유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동감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어느덧 중반에 도달한 삼국지에 신선함을 듬뿍 부여한다. 삼국지 최고의 전투로 손꼽히는 적벽대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대중의 사랑 받는 이유는 바로 중원의 노련한 백전노장들과 강남의 패기만만한 2세대들이 만나 눈부신 활약을 마음껏 펼쳤기 때문이다.

최강의 꽃미남 트리오 손책과 손권 그리고 주유를 배출한 소속사로

삼국지 최강의 엔터네인먼트 기획사로 남을 오나라


역사는 만일의 경우를 허락하지 않지만 상상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90년대의 전설적인 아이돌에서 이제는 사업체 경영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이룩한 거대한 SM 출신의 HOT와 신화는 조조와, 한때 HOT와 쌍벽을 이루었다가 조용히 사라진 젝스키스는 원소와, 전무후무한 서민 컨셉의 아이돌로 잠시나마 가요계를 풍미했던 god는 유비와 닮아있다. 이러한 막강한 세력에 맞서 혜성처럼 등장한 오나라의 2세대들은 현재의 비와 세븐, 동방신기처럼 각각의 출중한 재능과 막강한 인기로 기라성처럼 견고한 중견의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만약 현대에 손견이 있었더라면, 그 재력과 능력 그리고 비주얼 부분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인적 자원으로 능히 아시아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거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 한류(韓流)와 화류(華流)는 아시아의 문화를 선도하는 쌍두마차로써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세계를 향해 나란히 적토처럼 질주했을 것이라고 다만 머리 속으로 소곤거려본다.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벌써 남쪽에서는 꽃 축제가 한창이다.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던 하늘이 주말을 맞아 화사한 햇살을 뿜어낸다. 올해 5월에는 손미나 아나운서가 화촉을 밝힌다는 소식이 신문과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 코 앞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결혼정보회사는 이제 탄탄한 시장을 갖춘 사업분야로 자리잡았다. 어디까지나 조건에 맞는, 운명적인 만남을 주선해준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초기 광고와 달리 요즘 결혼정보회사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재혼이다. 초혼이던 재혼이던 이제 곧 황금돼지 해의 설레는 결혼시즌이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삼국지에서 가장 일등 신랑감을 찾아보기로 하자.

21세기 결혼정보회사의 VIP, 명품 중의 명품 신랑감 원소(袁紹)

너무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안타깝게도 등장할 때 이미 유부남이었던 원소는 현대에 태어났다면 정말 최고의 신랑감이다. 부와 권력, 명예를 모두 가진 원소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니라 네 명의 황제가 바뀌는 동안 세 명의 정승을 배출하며 이룩한 거대한 명문가였으며 원소는 그러한 집안의 적자였고, 출세가도를 달리는 젊은 무장이었다. 아마도 좋은 혼처가 즐비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 씨 집안의 여인들은 원 씨 집안의 격에 맞는 아름다움과 고상함, 품위를 모두 갖춘 요조숙녀들이었다. 다양한 로맨스로 가득한 삼국지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여인, 견 황후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원씨 집안이 낳은 최후의 승리(?), 견 황후

원소의 차남, 원희의 아내였던 미모의 견 씨는 원소가 조조와의 대전에서 대패한 후 조조의 아들 조비의 아내가 된다. 조비는 연상에, 한번 결혼했던 그녀를 정식 아내로 삼았고, 그녀는 조비가 조조의 뒤를 이어 위나라의 황제로 즉위한 후 황후가 되었다. 초혼은 명문가의 둘째 며느리로, 재혼은 위나라 시조의 맏며느리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견 황후. 같은 여자로써, 한 사람으로써 정말 남는 것 많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지금까지도 그녀는 남편들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본인의 매력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아름다웠기에 원 씨 집안의 여인이 되었고, 아름다웠기에 조 씨 집안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인이 되었다. 원씨 집안 출신의 유일한 승리자, 견 황후. 너무도 쓸쓸한 원소를 위해, 견 황후의 첫 남편이 원소의 차남이었다는 것이 원 씨 집안이 조 씨 집안에게 거둔 작고 승리라고 문득 원소를 위로하고 싶어진다. 시대를 5000년쯤 앞서간 파격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 조조라면 이러한 초라한 뒷북에 비웃음을 날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원소, 슈퍼스타로 태어났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슬픈 아이돌

삼국지 초반을 보면 ‘원소’라는 인물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한다. 삼국지에서 마르고 닳도록 원소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바로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의 지위에 있던 명문 귀족’의 직계 장손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야심만 있으면 툭하면 모여서 나라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서로의 그릇을 재고, 또 재보던 삼국지 초반에 원소는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무조건 주인공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는 항상 원소를 먼저 설득하고 동참하게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한나라에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원소의 배경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소 집안의 재력과 권력은 행동의 기반이 되고, 원소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성명 없이도 대의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대중에게 사랑도, 관심도 받지 못한 스타의 쓸쓸하고 슬픈 퇴장

매번 선거인단의 압도적인 지지로 너무도 당연하게 주인공이기만 했던 원소의 행적은 주인공임에도 너무 심심하다. 그저 합당하기만 한 원소의 행적에는 가슴이 뜨거워질만한 패기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스캔들이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별다른 지지도, 별다른 배신도 당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극적인 요소라고는 전혀 없이 탄탄한 자본력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원소는 그저 자신이 가졌던 재산만을 고스란히 까먹고, 까먹기만 하다가 결국 삼국지에서 가장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원소의 슬픈 퇴장은 8할인 난세의 책임이다. 아마 난세가 아니었다면, 원소는 정말 최고의 신랑감이 아닐 수 없다.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빠라는 호칭은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형제 혹은 연배이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을 정도로 친근한 사이의 남자를 부르는 단어이다. 최고의 섹시 여가수가 중 장년의 남자출연자를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버라이어티국민MC 유재석과 국민요정 이효리가 국민남매 콤비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무리 강할 지라도 이성간의 연애감정이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않는다. 특히 오빠의 폭은 훨씬 넓고 깊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오빠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존재하는 남매일지라도 피가 섞였느냐, 섞이지 않았느냐에 따라 금지된 로맨스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은 누나인 헤라 여신과 결혼한 상태에서 또 다른 누나인 데메테르와 불륜 관계를 맺어 페르세포네라는 딸을 낳기도 했다. 연상연하 커플에 근친이 더해진 신화의 대담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 후로도 남매간의 비극적인 사랑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연인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은 줄리엣에게 청혼을 한 패리스 백작이 아니라 줄리엣을 남몰래 사랑해온 사촌오빠 티볼트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로미오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다. 또 하디의 소설 <비운의 쥬드>에서 결혼에 실패한 후 고향을 떠난 쥬드는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수'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사촌이었다. 둘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을 이루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혹독한 가난 속에서 충격적으로 자식을 모두 잃는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대표시 <애너벨 리>는 사촌동생이었던 아내를 잃은 슬픔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냐, 불타는 적개심이냐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가족으로 자란 경우 로맨스에 발을 담군 '오빠'의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뒤에 숨어서 가슴 아파하거나 드러내놓고 소유욕을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방식은 상반되더라도 결국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매력적인 연인 형 오빠가 탄생한다. 

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송승헌이 연기했던 <가을동화>의 '준서 오빠'이다.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드라마 <가을동화>는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를 불치병이라는 비극과 접합시키며 아시아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준서'와 '은서'는 한없이 다정한 오누이이다. 하지만 이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임이 밝혀지고 한참을 헤어지게 된다. 우연히 운명처럼 다시 만난 후 둘은 남매가 아닌 남녀로써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들의 감정을 억지로 숨기고 감춘다. 왜냐하면 '가족'이었던 시간과 추억이 그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장애물을 단숨에 뛰어넘기에 그들은 너무 착하고 우유부단하며 영상에 담아내기에 최적화된 미모를 가졌다. 덕분에 손가락만 닿아도 긴장감과 애절함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처럼 비극과 금기의 소재였던 출생의 비밀이 너무 흔한 소재가 되면서 뒤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착한 오빠의 존재도 예전보다 많이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나는 여동생을 사랑한다>의 쌍동이 남매 중 오빠인 ‘요리’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여동생 이쿠를 여자로 사랑하며 둘 만의 세계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불타는 질투심을 감추지 않는 ‘요리’의 캐릭터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마츠모토 준이 연기하여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다른 캐릭터로는 <풀 하우스>로 유명한 만화가 원수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엘리오와 이베트>의 ‘라우드스’가 있다. 마피아 숙적 가문인 시모네리가의 아들 엘리오와 모체리가의 딸 이베트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스토리의 <엘리오와 이베트는> 당시 순정만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액션 로맨스라는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다. 여기서 ‘라우드스’는 라이벌(엘리오)에게는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여동생(이베트)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한 지고 지순한 캐릭터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훨씬 능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외에 드라마 <어느 멋진 날> 속에서 성유리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오빠로 등장한 유하준은 아예 ‘변태오빠’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전자의 오빠와 후자의 오빠의 공통점은 매번 잘 생긴 미남 배우들이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아름다움이 가진 힘은 금단이라는 시련에서도 훌륭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매간의 사랑이 꼭 이처럼 슬픈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여동생을 위하는 오빠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낸 노래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동생을 달빛이라고 극찬한 <홍도야 울지 마라>나 여동생에게 무려 비단 구두를 사준다는 약속한 <오빠 생각>의 오빠들은 오늘날에도 보기 드문 훈훈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4.15 (수) 16:17, 최종수정 2009.04.15 (수) 15:32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회 : 21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