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는 호칭은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형제 혹은 연배이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을 정도로 친근한 사이의 남자를 부르는 단어이다. 최고의 섹시 여가수가 중 장년의 남자출연자를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버라이어티국민MC 유재석과 국민요정 이효리가 국민남매 콤비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무리 강할 지라도 이성간의 연애감정이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않는다. 특히 오빠의 폭은 훨씬 넓고 깊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오빠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존재하는 남매일지라도 피가 섞였느냐, 섞이지 않았느냐에 따라 금지된 로맨스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은 누나인 헤라 여신과 결혼한 상태에서 또 다른 누나인 데메테르와 불륜 관계를 맺어 페르세포네라는 딸을 낳기도 했다. 연상연하 커플에 근친이 더해진 신화의 대담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 후로도 남매간의 비극적인 사랑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연인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은 줄리엣에게 청혼을 한 패리스 백작이 아니라 줄리엣을 남몰래 사랑해온 사촌오빠 티볼트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로미오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다. 또 하디의 소설 <비운의 쥬드>에서 결혼에 실패한 후 고향을 떠난 쥬드는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수'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사촌이었다. 둘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을 이루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혹독한 가난 속에서 충격적으로 자식을 모두 잃는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대표시 <애너벨 리>는 사촌동생이었던 아내를 잃은 슬픔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냐, 불타는 적개심이냐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가족으로 자란 경우 로맨스에 발을 담군 '오빠'의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뒤에 숨어서 가슴 아파하거나 드러내놓고 소유욕을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방식은 상반되더라도 결국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매력적인 연인 형 오빠가 탄생한다. 

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송승헌이 연기했던 <가을동화>의 '준서 오빠'이다.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드라마 <가을동화>는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를 불치병이라는 비극과 접합시키며 아시아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준서'와 '은서'는 한없이 다정한 오누이이다. 하지만 이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임이 밝혀지고 한참을 헤어지게 된다. 우연히 운명처럼 다시 만난 후 둘은 남매가 아닌 남녀로써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들의 감정을 억지로 숨기고 감춘다. 왜냐하면 '가족'이었던 시간과 추억이 그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장애물을 단숨에 뛰어넘기에 그들은 너무 착하고 우유부단하며 영상에 담아내기에 최적화된 미모를 가졌다. 덕분에 손가락만 닿아도 긴장감과 애절함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처럼 비극과 금기의 소재였던 출생의 비밀이 너무 흔한 소재가 되면서 뒤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착한 오빠의 존재도 예전보다 많이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나는 여동생을 사랑한다>의 쌍동이 남매 중 오빠인 ‘요리’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여동생 이쿠를 여자로 사랑하며 둘 만의 세계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불타는 질투심을 감추지 않는 ‘요리’의 캐릭터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마츠모토 준이 연기하여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다른 캐릭터로는 <풀 하우스>로 유명한 만화가 원수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엘리오와 이베트>의 ‘라우드스’가 있다. 마피아 숙적 가문인 시모네리가의 아들 엘리오와 모체리가의 딸 이베트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스토리의 <엘리오와 이베트는> 당시 순정만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액션 로맨스라는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다. 여기서 ‘라우드스’는 라이벌(엘리오)에게는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여동생(이베트)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한 지고 지순한 캐릭터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훨씬 능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외에 드라마 <어느 멋진 날> 속에서 성유리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오빠로 등장한 유하준은 아예 ‘변태오빠’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전자의 오빠와 후자의 오빠의 공통점은 매번 잘 생긴 미남 배우들이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아름다움이 가진 힘은 금단이라는 시련에서도 훌륭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매간의 사랑이 꼭 이처럼 슬픈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여동생을 위하는 오빠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낸 노래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동생을 달빛이라고 극찬한 <홍도야 울지 마라>나 여동생에게 무려 비단 구두를 사준다는 약속한 <오빠 생각>의 오빠들은 오늘날에도 보기 드문 훈훈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4.15 (수) 16:17, 최종수정 2009.04.15 (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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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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