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삼국지를 읽다가 잠시 지루함을 느낄 때면, 눈을 감고 강남을 떠올린다. 남자도 아닌 환관으로 가득 찬 수도에 집착하며 먼지 가득한 중원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종교를 내세워, 혈통을 내세워 자기 어필에 여념을 없을 때 양자강 남쪽, 강남에서는 멋진 남자들이 거침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삼국지 중, 후반부를 수놓을 젊고도 멋진 강남의 미남들이 역사에 등장할 기반을 마련한 남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손견이다. 지난 편의 주인공 원소와 마찬가지로 손견 역시 등장할 때 이미 유부남이었지만, 원소와 같은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견의 뛰어난 아들들과 손씨 집안 3대를 섬기며 재능과 비례하는 미모로 이름을 날린 주유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여성 독자들의 오아시스 강남,

강남이 배출한 메트로섹슈얼 제1호 손견


156년, 후한 말기에 태어난 손견은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몸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생활까지 메트로섹슈얼의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유한 매력남이다. 흔히 ‘꽃미남’이라는 말과 동일시 되는 메트로섹슈얼의 사전적인 정의는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다. 덧붙여 오픈 백과적 정의는 ‘외모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음식, 문화 등에 관심이 많으며 쇼핑을 즐기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20~30대 초반의 도시 남성들’이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실존하는 인물 중에 예를 들자면 파파라치의 사진 한 장만으로 세계의 트랜드를 주도하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주드 로, 브래드 피트가 바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메트로섹슈얼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박수칠 때 떠난 강동의 호랑이 손견은 눈부신 2세대를 남기다.


신분에 있어서도, 업적에 있어서도 항상 나이에 비해 부러울 만한 출세의 정도를 걸어왔으면서 다른 군웅들과 달리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단 한번도 나지 않았던 손견은 서른 여섯의 짧은 인생에서 일과 가정,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찬란하고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삼국지를 읽는 강렬한 즐거움을 새롭게 제시함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손견은 마치 신의 공평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얄궂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한 전장에서, 그다지 화려한 전투도 선보이지도 못한 채 192년,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얻는다’는 속담처럼, 손견이 부지런히 배출한 훌륭한 2세대는 권력의 중심에서 유례없이 사랑을 흠뻑 받은 군주로써 중년에 접어든 조조, 유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동감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어느덧 중반에 도달한 삼국지에 신선함을 듬뿍 부여한다. 삼국지 최고의 전투로 손꼽히는 적벽대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대중의 사랑 받는 이유는 바로 중원의 노련한 백전노장들과 강남의 패기만만한 2세대들이 만나 눈부신 활약을 마음껏 펼쳤기 때문이다.

최강의 꽃미남 트리오 손책과 손권 그리고 주유를 배출한 소속사로

삼국지 최강의 엔터네인먼트 기획사로 남을 오나라


역사는 만일의 경우를 허락하지 않지만 상상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90년대의 전설적인 아이돌에서 이제는 사업체 경영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이룩한 거대한 SM 출신의 HOT와 신화는 조조와, 한때 HOT와 쌍벽을 이루었다가 조용히 사라진 젝스키스는 원소와, 전무후무한 서민 컨셉의 아이돌로 잠시나마 가요계를 풍미했던 god는 유비와 닮아있다. 이러한 막강한 세력에 맞서 혜성처럼 등장한 오나라의 2세대들은 현재의 비와 세븐, 동방신기처럼 각각의 출중한 재능과 막강한 인기로 기라성처럼 견고한 중견의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만약 현대에 손견이 있었더라면, 그 재력과 능력 그리고 비주얼 부분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인적 자원으로 능히 아시아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거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 한류(韓流)와 화류(華流)는 아시아의 문화를 선도하는 쌍두마차로써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세계를 향해 나란히 적토처럼 질주했을 것이라고 다만 머리 속으로 소곤거려본다.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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