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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 - Kung Fu Hustl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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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콜롬비아 트라이스타를 만났을 때...

세인들이 유치하다 비웃던 오바는
특수효과 테크놀로지의 첨단을 보여주고,

세인들이 패러디라고 얕보던 익숙함은
제작, 각본, 감독, 주연을 겸한 소신있는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작품속에 반영하거나
특정 영화나 영화인에게 존경을 바치기 위한 오마주로 승화된다.

무술, 쿵푸를 잘하고 싶던,
고수가 되고자 했던 소망을 품었던 소년은
거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소년은 연예인이 되었고,
영화계에 뛰어들어서는 코미디언이 되었다.
소년의 친구는 독특한 분위기와 우울한 눈빛으로
칸느와 부산을 오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소년의 능력으로 얻은 것은 단지 부와 인기뿐이었다.

진짜 무술인이었던 이소룡을 동경했지만,
이소룡도, 이연걸도, 스티븐 시걸도 되지 못했던
영원한 소년 주성치,
그는 소년이었기에 성룡도 되지 못했다.
성룡은 코미디와 액션, 무술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지만
귀여운 사악함이 엿보이는 매력적인 악동보다는
정의를 위해(서만) 최선을 다해 싸우며
명분 때문에 예쁜 여자에게조차 껄떡거리지 못하는
경찰이 딱, 제일 잘 어울리는 성룡의 도덕스러운 면은
주성치가 품고 있는 소년에게 진짜 닭살이었다.

소년은 무조건 착하지 않았다.
ㅋㅋㅋ 그게 더 어울렸고, 당연했다.





영원한 피터팬 주성치,
주름을 잊고 정지된 시간 속을 사는 소년은
그렇게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거대한 자본이 오고가는 살벌하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꿈을 저버리거나 잊지도 잃지도 않았고
놀랍게도 20년밖에 걸리지 않아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완성했다.


그 소년의 감수성과 악동스러움을 잃지 않음에
나는 주성치의 소년을 사랑한다.
예쁜 여자에게 약하디 약하면서도
자신이 잘 생겼음을 절대 강조하는 모습이
하나도 안 밉살스러울 뿐더러 아주 예뻐 죽을 지경이다. ㅋㅋㅋ



그나저나 나도 무술 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다섯 손가락을 펴고 가만히 손바닥을 펴면
왠지 장품이 뻗어나가는 여래신장을 펼칠 것 같다. ㅋㅋㅋ


막대사탕과 여래신장.


이 영화는 언제나처럼
주성치의 연애 이야기와 인생성공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영장이 달린 커다란 집이 아니라...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콧물을 질질 흘리는
아이들이 잔뜩 오고가는 누추한 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세상에게 가장 달콤한 사탕가게....


성치님,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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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 Turn Left, Turn R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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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아바 심보르스카_첫 눈에 빠진 사랑


그들은 둘 다 확신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정열이 그들을 묶어주었음을.
그런 확실성은 아름답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아름답다.

그들은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 것도 없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참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수백만번 서로 스쳐지났을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묻고자 하니,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이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라고 웅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라고

뚝뚝하게 흘러나오던 말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몇 년동안이나
그들을 희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해,
우연은 그들을 가까이 밀어넣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하였으며,
그들의 길을 방해하기도 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으며
한 옆으로 비켜지나갔다.

그들은 읽지 못했으나,
징조와 신호는 있었다.
아마도 삼 년전,
어쩌면 바로 지난 화요일,
나뭇잎 하나 파드득거리며
한 사람의 어깨에서 또 한 사람의 어깨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 떨어뜨린 것을 다른 이가 줍기도 하였으니.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유년 시절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

문손잡이와 초인종 위
한 사람이 이전에 스쳐갔던 자리를
다른 이가 스쳐가기도 했다.
맡겨놓은 여행가방이 나란히 서 있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어쩌면, 같은 꿈에 들었다
아침이면 어지러이 깨어났을 지도 모른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단지 속편일 뿐.
사건의 책들은
언제나 반쯤 열려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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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 The Hour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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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영화.

버지니아 울프.

한없이 회색에 가까운 우울함.

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14분의 러닝타임동안 

버지니아 울프의 단 하루를 통해서

그녀를 너무나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하고 싶어졌다.

황급히 숲을 걸어 강가에 다다른 니콜 키드먼이

코트 자락에 돌을 넣고 강으로 들어간다.

배경으로 그녀의 유서이자 남편에게 남기는 편지가 들렸다.

"나는 다시 미쳐가는데 당신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고..."

그저 사진과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를 보았을 때는

왜 저 여자가 저렇게 자기 혼자 힘들게 살다 자살해야만 했을까

황당했는데, 알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살 충동을 느꼈을 그녀를...

세상과 맞서 홀로 온전히 고독할 수 밖에 없던 그녀를...

남편도, 형제도, 조카도, 의사도

그녀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다.

런던 생활 속에 두번이나 자살을 시도해

요양차 내려온 한적한 시골,

버지니아의 남편은 집 안에서 인쇄소를 차려 아내의 병간호를 한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병은 간호로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걸.

그녀는 근본적인 고통에 간신히 맞서 싸우는 중인 걸.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할 때마다

남편도, 언니도, 심지어 하녀도 빈정거리는 그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일 것이다.


문득 아무 말도 없이 나가 기차역에 앉아있는 버지니아를 찾아

허겁지겁 달려와, 더이상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소리치는 

남편에게 

"나는 이곳에서 매일 죽어가고 있는데,

내겐 격렬한 도시의 삶이 필요해...런던으로 가고 싶어"

라고 말하며 울음을 담고 있던 그녀...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지...나는 서울에 가고 싶다.


시대가 만들어 낸 그런 고통이기에,

그녀는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고통을 끝낸 버지니아 울프.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50년 뒤, 100년 뒤 여전히 여자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1882년 - 1941년

19세기 그리고 20세기 지금 21세기.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똑똑한 여성이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일까.

취업과 같은 생존이 아니라,

지독하게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란...

언제나 자살로 끝나야 하는 것을까.

버지니아 울프 역의 니콜 키드먼은 

코에 실리콘을 넣어 못생기게 만들고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여성을 연기하기에 너무도 아름다웠다.

하긴, 까미유 끌로델의 이자벨 아자니도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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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간 사나이 - A Man Who Went to Mar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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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아, 넌 역시 CF와 드라마의 여왕이야.

미소가 고운 남자 신하균의 정통 멜로 <화성으로 간 사나이>

나라면, 시골 우체부가 신하균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 있겠다.

한동안 그냥 몹시 결혼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이 세상 어디라도 좋으니 그저 '지금 - 그러니까 당시-' 로부터

무조건 멀리 떨어져 쉬고 싶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곳으로 가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생각하고 싶을 때 생각하고........

신하균같은 시골 우체부랑 결혼한다면 

그때 꿈꾸던 생활이 조금은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만 된다면...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도 같다.

ㅋㅋㅋ

그치만, 부질없는 생각이겠지.

나는 지금 분당에서도 고통스러워하는데...

그렇게 살게 된다면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


결론 : 참, 재미 없는 영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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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호장룡 - 아웃케이스 없음
이안 감독, 양자경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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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 주말의 명화로 <와호장룡>이 방영된단다.

여름에 대나무 숲을 본다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

와호장룡은 내가 극장에 가서 혼자 본 영화 중 하나이다.

한번 보고 기대 이상이라 너무 놀라서

자막에 연연 안하고 느긋하게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살짝 눈치 보고 그대로 눌러 앉아 한번 더 봤다.

평일이기 때문에 가능했는지, 당시 흥행중이 아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한 영화였다.

국외에서 화제가 되었다던 관련소식을 모조리 제치고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왕도로 원작의...>이라고 쓰여진

팜플렛 문구였다. 설마 싶었지만 그제서야 팜플렛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읽은 무협지가 원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봐 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무협지에는 옥교룡, 나소호, 유수련, 이무백, 유태보, 철패륵 등으로

등장인물 이름을 그대로 써서 몰랐는데 시놉을 읽어보니

'리무바이'가 '이무백'인 것이었다.

대단히 섬세한 고증의상이나 세트들...

그럼에도 무협다운 판타지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액션씬.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사막과 무당산의 풍경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그대로 담긴 웅대한 스케일

반하고 반했다.

특히 사막씬에서는 완전 뿅~가고 말았다.

특히 나는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쉬웠는데, 

단언하건데 100년, 200년이 지나서

리메이크 된다고 하여도 지금같은 완벽한 캐스팅은 없을 것이다.

유수련 역의 양자경과 이무백 역의 주윤발에서는 감탄...

사실 장쯔이의 옥교룡에서 많이 실망을 했었다.

김은수가 <토지>에 열광하다가 '서희'역에 기대를 하는 것처럼

왕도려 원작의 <청강만리>에서는 

이 '옥교룡'의 미모가 대단하다고 나온다. 

음악을 연주하다 멈추고, 

사람들이 얼굴 한번 구경하러 따라 다니고,

옥교룡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려 2페이지 걸쳐서

모습을 묘사할 정도로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던 것.

나소호가 옥대인의 집에 숨어들어가 옥교룡을 처음 만나서

부탁한 것도 제발 불을 켜서 얼굴을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옥교룡의 특징으로는 키가 크다고 묘사되는데

그런데 쨘~ 하고 등장한 것이 자그마할 뿐더러 

별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장쯔이.

하지만 장쯔이의 매력을 후반부에서 빛났다.

설마 그 액션을 전부 소화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장첸을 바라보며

"날 보내지 마"

라고 말한 옥교룡은 정말 무협사상 가장 개성강한 캐릭터다.

또 조용히 양자경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갖다 댄 주윤발은...

엉엉엉...미중년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멋진 영화를 혼자 본 이유는 나의 취향 때문인데

난 중국 영화와 무협지를 즐겨보는데 편견없이 중국 영화를 

같이 보러 가줄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내 주위에는 중국영화라면 유치하다 혹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을 미리 지어버리는 사람들 뿐이라 같이 보러 가기 싫었다.

나는 그래서 중국 영화라면 혼자서 보러 극장에 잘 간다.


오늘 와호장룡을 하면 또 봐야지...

주말의 명화를 하는 시간에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 즈음해서 리무바이가 죽을 때 비가 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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