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古典) 읽기 1-10회
매체 : 세계닷컴

1회 2007-03-02 22:03 |최종수정2007-03-02 22:03

사회에 나와서 순수 문학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특히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서서 클라이언트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하는 광고회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상상력이 더욱 필요한 법이다. 종합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가 그룹 컴온애드에서는 마케팅 전문 자료 외에도 매달 직원들에게 고전문학을 한 권 이상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하고 있다. 꽃피는 3월, 컴온애드에서 필독서로 선정된 작품은 바로 고전 중의 고전인 김유정의 <동백꽃>이다.

카피라이터 조민기가 말하는 <동백꽃>의 새로운 매력

개화기의 마름과 소작농이라는 적당한 신분차이가 있는 소년 소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투박하지만 위트 넘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동백꽃>은 누가 읽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동백꽃>의 매력은 무엇보다 소작농의 아들로 등장하는 ‘나’의 외모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은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나 (아마도) ‘나’는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을 지닌 미소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점순이는 비록 한번 거절 당한 아픔이 있음에도 몇 번이고 다시 맹렬하게 대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대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 용감한 점순이식 연애의 법칙은 각별히 참고할 만하다.

첫째! 일단 마음에 드는 인물이 주변에 있다면 거침없이 찍어라!

<동백꽃>에서 점순이와 ‘나’의 나이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다. 점순이가 ‘나’보다 살짝 먼저 이성에 눈을 떴다는 설정은 <동백꽃> 최고의 감상 포인트이다. 마름의 딸인 점순이는 가까운 곳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다가 (훈훈한 미모를 지닌) 소작농의 아들인 ‘나’를 발견한다. 영문도 모르게 점순이에게 ‘찜’을 당한 ‘나’는 점순이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해준 ‘삶은 감자’를 눈치 없이 거절한다.

둘째! 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공통 관심사를 만들어라!

당시 ‘나’의 당시 관심사는 오로지 닭이었다. 그것을 눈치 챈 점순이는 정말 신선하게도 ‘닭싸움’으로 ‘나’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점순이는 매번 일부러 ‘내’가 없는 때를 공략해, 닭들에게 싸움을 시켜놓고는 느긋하게 지켜보다가 ‘내’가 등장하면 약을 올리기 시작한다. 점순이에게 아무 관심도 없던 ‘내’가 ‘닭싸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점순이를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주 나타나고,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사에 참견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일부러 괴롭히면서 차츰 자신을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점순이의 치밀함에 새삼 감탄한다.

셋째! 때로는 스킨쉽을 리드하고 때로는 수줍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 것!

작품의 마지막, ‘나’는 결국 우리 닭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닭싸움을 목격하고 홧김에 점순이네 닭을 때려서 죽게 만들고 만다. 덜컥 겁에 질려버린 ‘나’에게 점순이는 “다음엔 절대 그러지 말 것”을 약속하면 용서해 주겠다며 승자의 아량을 베풀어 ‘나’의 환심을 산다. 잔뜩 위축되었던 ‘나’의 긴장이 풀린 순간, 점순이는 용감하게 먼저 스킨쉽을 시도한다. 알싸한 동백꽃 내음으로 기억되는 첫 사랑의 추억. 다음 순간 점순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나서 도망을 간다. 이 순간, 드디어 ‘나’의 마음 속에 점순이는 특별한 사람이 된다.

상상력을 조민만 발휘한다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상상 속에서 ‘점순이’는 전지현, 송혜교와 같은 미인이 되고 ‘나’는 강원도가 고향인 ‘원빈’이나 ‘김래원’, ‘김희철’을 닮은 꽃미남이 된다. 달달한 연애를 시작하기 좋은 봄, <동백꽃>에서 우리 모두 연애의 법칙을 배워보자!

글 : 칼럼니스트 조민기

칼럼니스트 조민기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으며 종합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가 그룹 컴온애드(http://comeonad.com)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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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우아해 보이는 신들의 세계에서도 꽃미남 자리에 대한 서열다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세계의 시조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등장하는 인물 중 용맹하며 정의로움을 넘어 유달리 외모가 출중했다는 기록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민족에게는 동북아시아 최강의 트로이카 라인을 자랑하는 꽃미남 시조가 있다. 

  



훈남 단군, 꽃미남은 하늘이 주신다

이 땅에 최초로 화려한 꽃미남 시대의 서막을 연 인물은 천제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다.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의 아버지인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인물이니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이다. 

단군의 어머니 웅녀는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서 21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인고의 시간 끝에 인간이 되었다는 독한 여자다. 그 후, 인간이 된 웅녀가 자신의 반쪽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본 환웅이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고 한다. 

이처럼 단군의 탄생은 그 자체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의 실현인 셈이다. 또한 환웅과 웅녀의 외아들인 단군왕검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한 수 위를 넘어선 하늘이 준 남자라 할 수 있다.

나쁜 남자 해모수, 미남은 미녀를 좋아한다

단군의 뒤를 이은 꽃미남 후계자로는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있다.
드라마 <주몽>으로 유명하지만 신화 속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속물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매력이 있다.

신화 속에서 그는 자신이 천제의 아들임을 스스로 주장(혹은 사칭)했다고 하며 실제로는
유화가 아닌 유화의 동생에게 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의도한 것과 달리 나이가 많은 유화가 해모수를 모시게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뜬 후 자신이 취한 여인이 유화라는 것을 알자마자 그 길로 도망을 쳐서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화의 세계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바르고 정의롭다. 하지만 천제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허풍기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평범함, 정을 통하되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해모수는 틀에 박힌 영웅이 아니기에 더욱 색다르다. 초반부터 나쁜 남자의 포스를 강렬하게 뿜어내는 해모수는 우리 민족이 바라본 매력적인 남성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해모수는 ‘누나’들의
파워가 막강한 오늘날에 오히려 더욱 어울리는 남자일지도 모른다.

엄친아 주몽, 아름다운 미남을 사랑하면 고생한다

나쁜 남자 해모수의 아들 주몽은 우월한
유전자 덕분인지 어려서부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기질을 발휘하더니 급기야는 여인들의 마음까지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궁극의 미남으로 성장한다. 비록 초년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한평생 어딜 가더라도 여인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으니 질투와 빈축을 살 만도 하다.  

공식적으로 주몽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다. 먼저 부여에서 맞은 예씨 부인과 부여를 탈출하여 만난 소서노이다. 순애보가 특징인 첫사랑답게 예씨 부인은 부여에서 주몽의 아들 유리를 혼자 몸으로 낳아 길렀다. 따라서 유리 어린 시절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았으나 끝내는 친아버지 주몽을 만나 고구려의 왕이 된다. 여기서 주몽은 둘도 없는 멜로와 신파의 주인공이다. 한편 재력과 군사력, 신분 외에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까지 두루 갖추었던 여장부 소서노와 주몽의 사랑은 불꽃 튀는 격정과 액션이 녹아 있다. 블록버스터와 정통 멜로를 넘나들며 천명을 완수하는 주몽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엄친아 형 꽃미남 영웅이다.

신비주의 꽃미남의 완료와 현실주의 꽃미남의 출발

신화 속에는 반드시 꽃미남이 숨어있다. 자원봉사 정신이 투철한 온화한 꽃미남 단군과 조금
비열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라는 신비주의 꽃미남이라면 소금기에 젖은 땀을 페로몬처럼 발산하는 주몽은 현실주의 또 다른 꽃미남의 시조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단군-해모수-주몽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트로이카는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조민기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2.24 (화) 14:47, 최종수정 2009.02.24 (화)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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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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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브라운관은 사극이 점령할 예정이다. <천추태후>가 그 시작을 알렸고 그 뒤로 <자명고>와 <선덕여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공중파 3사를 대표하는 세 편의 대하 사극 제목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바로 ‘여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장희빈>이나 <여인천하> 속 여자 주인공들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신분상승을 노리는 왕의 여인이 아니라 최상의 신분으로 태어난 왕족 여인들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관, 특히 사극을 통해 꽃미남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찾고자 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남자’

불과 얼마 전까지 안방을 찾아온 사극들은 대체로 <연개소문>, <대조영>, <대왕세종>, <해신> 등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들이 테스토스테론 냄새만 물씬 풍기는 강인함만 보여준 것은 물론 아니다. 어김없이 다양한 매력과 미모의 여자들이 등장하여 주인공과 첫사랑, 짝사랑, 불륜, 부부 갈등까지 다채로운 로맨스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태후, 왕녀, 여왕이 주인공이라면 이 공식이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주인공의 첫사랑, 짝사랑, 불륜, 부부갈등까지 드디어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남자’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극에 별 관심이 없는 여성들이라 해도 일단은 눈에 불을 켜지 않을 수 없다.

사극 속 꽃미남 판타지 하나, 호위무사

사극이라는 틀 안에서는 메트로섹슈얼의 여릿하고 중성적인 매력과 상반되는 강한 남성미를 발산해도 꽃미남 등극이 가능하다. 사극 속에서 훈남을 발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하는 커플을 찾는 것이다.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는 바로 나만의 호위무사이다. 이루어질 수도 없지만 끝까지, 묵묵히, 목숨을 걸고서라도 나를 지켜주는 한결 같은 남자, <모래시계>의 이정재 같은 나만의 보디가드가 사극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태후, 왕녀, 여왕이라면 신분의 벽은 더욱 높은 셈이니 애절함의 강도는 훨씬 높다. 이러한 설정에서 여자가 아름다워야 보는 이에게 설득력이 있듯이 남자의 외모가 출중하다면 금상첨화이다.

사극 속 꽃미남 판타지 둘, 삼각관계

사랑을 미끼로 남자 특히 왕을 낚아 신분상승의 욕망을 불태우는 미모의 ‘악녀’는 목표 달성과 동시에 매력을 상실한다. 궁에 입성한 후에는 여자들끼리의 권력암투만 남을 뿐이다. 왕이 아닌 남자는 모조리 내시뿐인 궁 안에서 러브라인은 별 긴장감이 없다. 게다가 팬 서비스 차원이 아닌 이상 왕은 그다지 꽃미남일 필요가 없다. 드물게 왕이 꽃미남이었던 영화 <쌍화점>에서 왕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얼마나 불공평한가! 

하지만 이 틀에 박힌 공식을 벗어나면 생기발랄한 꽃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고용주인 종 6품 종사관과 반역을 꿈꾸는 혁명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다모 채옥이 덕분에 우리는 즐거웠다. 패션과 헤어스타일, 직업, 채옥이에 대한 작업 방식까지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보다 고운 얼굴의 미소년과 풋풋한 첫사랑을 키운 황진이 덕분에 우리는 즐거웠다. 황진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후 양반과 왕족 사이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며 사랑에 빠진 미중년 남성의 매력을 극과 극까지 끌어냈다. 사극일지라도 선의의 혹은 인정사정 없는 경쟁을 통해 꽃미남의 매력은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천추태후> <자명고> <선덕여왕>에서 어떤 꽃미남이 등장할 지, 어떤 매력을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기왕이면 우리 선조들이 후손인 F4에 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민기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2.17 (화)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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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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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일본을 거쳐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F4 바이러스는 전국 여성의 마음 속에 거침없이 침투하고 있다.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는 여성의 판타지와 욕망을 구워삶고 있는 F4 바이러스의 핵심에는 훤칠한 외모와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젊디 젊은(드라마 속 고등학생) 네 명의 남자들이 있다. 그야말로 꽃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왕자님들이다.
 

 


신데렐라에서 찾아본 F4의 탄생비화

<꽃보다 남자>에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 1명과 어마어마한 부자이며 잘 생기고 매력적인 4명의 남자들이 나온다. F4란 이 네 명의 남자들을 말한다. 도대체 이 여자 주인공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꽃미남의 중심에 있단 말인가!

가장 유력한 그녀의 전생은 신데렐라이다. 왕자와 결혼하기 전, 신데렐라에게는 쟁쟁한 경쟁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 피만 섞이지 않은 두 언니들이었다. 유리 구두를 신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데렐라는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태어나게 되었을 때는 상황을 반대로 역전시킨 것이 아닐까? 사랑의 라이벌을 왕자 쪽에 배분한 것이다. 그리하여 왕자에게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형제나 다름없는 3명의 친구들이 생겼다. 신데렐라의 염원을 담은 네 명의 왕자, 즉 F4의 탄생인 것이다.

캔디의 남자들은 F4의 아버지

하지만 중세 서양의 왕자와 신데렐라가 별안간 현대 아시아에 등장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너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신데렐라가 태어났다. 바로 <캔디캔디>의 캔디이다.
캔디 또한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다. 덧붙여서 그녀는 고아이다. 요정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난 캔디는 ‘입양’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왕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입양을 통해 천덕꾸러기 귀족이 된 캔디 앞에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언덕 위의 왕자님을 꼭 닮은 꽃미남 안소니와 아치, 스테아 형제이다. 꽃미남 안소니와 아치, 스테아 형제는 신데렐라와 두 언니의 모습과 겹쳐진다. 

남자의 모습이 되면서 아치와 스테아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외모부터 성격까지 놀랄 만큼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조연인 줄 알았던 캐릭터의 매력과 여기에 따라온 의외의 인기는 F4라는 특급 꽃미남 군단이 탄생하는 바탕이 된다.

새로운 꽃미남, 테리우스의 등장 

신데렐라 이야기의 왕자를 닮은 <캔디캔디> 속 안소니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고 일찍 생을 마감한다. 대신 그는 캔디의 남자라는 자리 대신 ‘첫사랑’이라는 성역을 차지한다. 아련한 첫사랑, 이는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원작 하나자와 루이)의 역할이다.

안소니가 사라진 빈 자리에 테리우스가 등장한다. 닭 대신 꿩이 나타난 격이다. 

잘 생긴 외모,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뱅 스타일의 앞머리를 한 어깨길이의 단발), 여자에게 다정하지 못한 성격 등이 하나로 버무려진 테리우스의 등장 이후, 싸가지 없고 잘 생겼지만 내 여자에게는 친절한 남자는 영원 불멸의 캐릭터가 되었다. 불명예스러운 출생의 비밀을 제외하면 테리우스는 그야말로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원작 도묘지 츠카사)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테리우스의 신화를 넘어서 

신데렐라와 <캔디캔디> 이후에 <꽃보다 남자>는 이 전의 고전들이 놓치거나 불가피하게 포기했던 매력을 대대적으로 보완한 남자 주인공을 선보인다. 또한 신데렐라 자신이 화자가 되면서 여주인공은 능동적으로 남자들을 저울질하며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다.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면서 이 초특급 우량 꽃미남들은 ‘따로 또 같이’ 라는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F4의 시대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막강한 재력과 빛나는 외모, 곱슬머리가 콤플렉스라는 귀여운 빈틈, 싸가지 없는 성격을 가진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원작 도묘지 츠카사)는 신데렐라와 캔디 그리고 모든 여성의 꿈과 판타지를 대변한다. 

하지만 아무리 F4는 넷이라고 해도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메인 요리는 따로 있다. <꽃보다 남자>의 욕심 많은 히어로 구준표(원작 도묘지 츠카사)는 왕자 급 재력과 테리우스의 독보적인 매력 그리고 안소니가 지켜왔던 ‘첫사랑’의 성역까지 쟁취하며 꽃미남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조민기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2.10 (화) 15:23, 최종수정 2009.02.10 (화)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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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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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당시 인도는 철저한 사성(四姓) 계급 사회였다. 가장 높은 신분은 ‘바라문(婆羅門)’으로 사제와 수행자 같은 종교를 담당하는 지배층이었고 그 다음이 ‘찰제리(刹帝利)’로 부처님과 같은 왕족과 무사 같이 정치를 담당하는 귀족들이 여기에 속했다. 그리고 상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일반 백성들은 ‘비사(毗舍)’에 속했고 가장 천하게 여겨지는 계급은 천민 ‘수다라(首陀羅)’였다. 하지만 부처님은 계급과 상관없이 제자들을 받아들여 교단 내에 평등을 구현시켰다. 실제로 10대 제자 중에는 바라문부터 수다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신의 제자들이 있다.

10대 제자란 수천 명에 이르는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10명의 제자들을 일컫는데 주로 <유마경 維摩經>의 ‘제자품’에 언급된 인물들을 기준으로 10대 제자라고 부른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여래의 제자들 중 으뜸 품’에서 부처님은 제자들의 탁월한 면면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시는데 부처님이 직접 말씀하셨다는, 이 공신력 넘치는 ‘칭찬’ 덕분에 10대 제자들은 일종의 닉네임, 별명이 생겼다.

바라문 출신의 제자 - 사리불, 목건련, 마하가섭, 수보리, 부루나
부처님의 상수제자이자 절친한 친구인 사리불(舍利弗 Śāriputra)과 목건련(目建連 Maudgalyayāna)은 각각 지혜제일과 신통제일의 별명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길 사리불을 생모(生母)처럼, 목건련을 양모(養母)처럼 생각하라고 하실 만큼 이 두 제자를 신뢰하고 사랑하셨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생모와 양모의 비유는 부처님 자신이 출가 전 모자(母子)의 인연을 두었던 두 어머니, 부처님이 태어나신 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나신 생모 마야부인과 부처님을 친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이모이자 양모 마하파제파티 두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수제자답게 사리불은 다양한 경전에서 부처님의 설법 상대자로 등장하는데 갖가지 지식에 해박하고 통찰력도 빼어나 ‘지혜제일’이라는 별명에 잘 어울린다. 사리불의 친구이자 ‘신통제일’이라는 별명을 지닌 목건련 또한 신통력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아귀지옥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구출하기도 하고, 천신들에게 설법을 하기 위해 도리천에 가신 부처님을 데리러 갔던 것은 가장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부처님과 비슷한 나이였던 이 두 제자는 훗날 부처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두타(頭陀)제일의 별명을 지닌 마하가섭가섭(迦葉 Kāśyapa)은 부처님의 의발을 이어받은 제자로 ‘가섭’이라는 이름을 지닌 동명의 제자들 중에서 대가섭·마하가섭이라는 칭호로 불리며 구분된다. 그는 브라만 중에서도 대단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나 ‘있는 집 자식’ 특유의 거만함이나 사치를 부리지 않았으며 욕심이 적고 고행을 즐겼으며 규율을 엄격히 지켰다고 한다. 부처님이 연꽃을 들었을 때 제자들 중 유일하게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심전심을 확인했다는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도 유명하다. 그는 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500명의 장로들을 모아 결집을 주도하고 지도자로써 교단을 이끌어 인도로부터 선종의 계보를 따질 때 초대 조사로 간주된다.

공(空)의 이치를 가장 잘 이해했다하여 대승불교에서 해공(解空)제일이라 불리는 수보리(須菩提 Subhūti)는 부처님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금강경’의 대화자로도 유명한데 홀로 고요하게 수행하는 것을 즐겼다하여 은둔제일(隱遁第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설법제일이라 불리는 부루나(富樓那 Pūrna) 사람들을 교화하고 법을 설함에 있어 가장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찰제리 출신의 제자 - 마하 가전연, 아나율, 아난, 라훌라
마하 가전연(迦旃延 Kātyāyana)은 서인도의 아반티국 출신으로 왕명을 받들어 부처님을 영접하러 왔다가 출가하였다고 한다. 그는 잘잘못을 가려 논박을 잘했으며 부처님께서 간략하게 설한 것에 대하여 상세하게 그 뜻을 설명하고 외도들과 교의를 논하는데 가장 탁월하여 논의제일이라 불렸다.

10대 제자 중에는 부처님의 속세 친척들도 있는데 석가족 왕자 출신의 아나율(阿那律 Aniruddha), 아난(阿難 Ānanda) 그리고 부처님의 아들인 라훌라(羅睺羅 Rāhul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별명은 하나같이 너무나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던 중 졸음을 참지 못해 잠이 들었다가 꾸지람을 듣고 나서 아예 잠을 자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행을 하다가 시력을 잃었던 아나율은 결국 지혜의 눈이 열려 ‘천안(天眼)제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부처님의 시자가 되어 부처님이 열반하실 때까지 그림자처럼 따르며 시중을 들었던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가장 많이 들었을 뿐 아니라 설법 듣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여 ‘다문(多聞)제일’이라 불렸다. 부처님의 속세 아내인 야소다라 왕비의 남동생으로 라훌라의 외삼촌이자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기도 한 그는 훗날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마하가섭이 주도한 1차 결집에서 부처님이 하신 말씀들을 전부 암송해 경전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교단 최초의 사미가 된 라훌라는 부처님의 속세 아들이다. 주로 사리불에게 가르침을 배웠으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많이 하여 밀행(密行) 제일이라 불렸다. 언제 열반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부처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수다라 출신의 제자 - 우바리
마지막은 석가족의 이발사 출신으로 출가한 우바리(優波離 Upāli)이다. 그는 4성 계급 중 가장 천한, 천민 출신이었던 그는 출가 후 누구보다 교단의 규율에 정통하고 계율을 지키는 데 엄격하여 ‘지계(持戒)제일’이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다. 후에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첫 번째 결집에서 그는 계율에 관한 모든 사항을 암송하여 후대의 율장을 성립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사성(四姓) 계급 사회의 인구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있기 마련인데, 교단 내에서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10대 제자 중에서 출신을 살펴보면 역삼각형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바라문과 찰제리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단에서 우파리 존자처럼 수타라 출신은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그의 출신은 오히려 다른 어떤 뛰어난 제자들보다도 평등을 추구하던 교단의 성격을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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