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우아해 보이는 신들의 세계에서도 꽃미남 자리에 대한 서열다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세계의 시조신화나 설화를 통해서 등장하는 인물 중 용맹하며 정의로움을 넘어 유달리 외모가 출중했다는 기록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민족에게는 동북아시아 최강의 트로이카 라인을 자랑하는 꽃미남 시조가 있다. 

  



훈남 단군, 꽃미남은 하늘이 주신다

이 땅에 최초로 화려한 꽃미남 시대의 서막을 연 인물은 천제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다. 고조선의 시조인 단군의 아버지인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인물이니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이다. 

단군의 어머니 웅녀는 햇빛이 들지 않는 동굴에서 21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인고의 시간 끝에 인간이 되었다는 독한 여자다. 그 후, 인간이 된 웅녀가 자신의 반쪽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하늘에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본 환웅이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고 한다. 

이처럼 단군의 탄생은 그 자체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의 실현인 셈이다. 또한 환웅과 웅녀의 외아들인 단군왕검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한 수 위를 넘어선 하늘이 준 남자라 할 수 있다.

나쁜 남자 해모수, 미남은 미녀를 좋아한다

단군의 뒤를 이은 꽃미남 후계자로는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있다.
드라마 <주몽>으로 유명하지만 신화 속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속물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매력이 있다.

신화 속에서 그는 자신이 천제의 아들임을 스스로 주장(혹은 사칭)했다고 하며 실제로는
유화가 아닌 유화의 동생에게 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의도한 것과 달리 나이가 많은 유화가 해모수를 모시게 되었고, 아침에 눈을 뜬 후 자신이 취한 여인이 유화라는 것을 알자마자 그 길로 도망을 쳐서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화의 세계에 등장한 인물들은 모두 바르고 정의롭다. 하지만 천제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허풍기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평범함, 정을 통하되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해모수는 틀에 박힌 영웅이 아니기에 더욱 색다르다. 초반부터 나쁜 남자의 포스를 강렬하게 뿜어내는 해모수는 우리 민족이 바라본 매력적인 남성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해모수는 ‘누나’들의
파워가 막강한 오늘날에 오히려 더욱 어울리는 남자일지도 모른다.

엄친아 주몽, 아름다운 미남을 사랑하면 고생한다

나쁜 남자 해모수의 아들 주몽은 우월한
유전자 덕분인지 어려서부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로 기질을 발휘하더니 급기야는 여인들의 마음까지도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궁극의 미남으로 성장한다. 비록 초년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한평생 어딜 가더라도 여인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으니 질투와 빈축을 살 만도 하다.  

공식적으로 주몽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다. 먼저 부여에서 맞은 예씨 부인과 부여를 탈출하여 만난 소서노이다. 순애보가 특징인 첫사랑답게 예씨 부인은 부여에서 주몽의 아들 유리를 혼자 몸으로 낳아 길렀다. 따라서 유리 어린 시절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았으나 끝내는 친아버지 주몽을 만나 고구려의 왕이 된다. 여기서 주몽은 둘도 없는 멜로와 신파의 주인공이다. 한편 재력과 군사력, 신분 외에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까지 두루 갖추었던 여장부 소서노와 주몽의 사랑은 불꽃 튀는 격정과 액션이 녹아 있다. 블록버스터와 정통 멜로를 넘나들며 천명을 완수하는 주몽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엄친아 형 꽃미남 영웅이다.

신비주의 꽃미남의 완료와 현실주의 꽃미남의 출발

신화 속에는 반드시 꽃미남이 숨어있다. 자원봉사 정신이 투철한 온화한 꽃미남 단군과 조금
비열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라는 신비주의 꽃미남이라면 소금기에 젖은 땀을 페로몬처럼 발산하는 주몽은 현실주의 또 다른 꽃미남의 시조이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단군-해모수-주몽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트로이카는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조민기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2.24 (화) 14:47, 최종수정 2009.02.24 (화) 16:16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회 : 10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