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브라운관은 사극이 점령할 예정이다. <천추태후>가 그 시작을 알렸고 그 뒤로 <자명고>와 <선덕여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공중파 3사를 대표하는 세 편의 대하 사극 제목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바로 ‘여인’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장희빈>이나 <여인천하> 속 여자 주인공들과 조금 다르다. 이들은 신분상승을 노리는 왕의 여인이 아니라 최상의 신분으로 태어난 왕족 여인들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관, 특히 사극을 통해 꽃미남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찾고자 할 때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남자’

불과 얼마 전까지 안방을 찾아온 사극들은 대체로 <연개소문>, <대조영>, <대왕세종>, <해신> 등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이 드라마들이 테스토스테론 냄새만 물씬 풍기는 강인함만 보여준 것은 물론 아니다. 어김없이 다양한 매력과 미모의 여자들이 등장하여 주인공과 첫사랑, 짝사랑, 불륜, 부부 갈등까지 다채로운 로맨스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태후, 왕녀, 여왕이 주인공이라면 이 공식이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주인공의 첫사랑, 짝사랑, 불륜, 부부갈등까지 드디어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남자’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사극에 별 관심이 없는 여성들이라 해도 일단은 눈에 불을 켜지 않을 수 없다.

사극 속 꽃미남 판타지 하나, 호위무사

사극이라는 틀 안에서는 메트로섹슈얼의 여릿하고 중성적인 매력과 상반되는 강한 남성미를 발산해도 꽃미남 등극이 가능하다. 사극 속에서 훈남을 발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루어 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하는 커플을 찾는 것이다.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는 바로 나만의 호위무사이다. 이루어질 수도 없지만 끝까지, 묵묵히, 목숨을 걸고서라도 나를 지켜주는 한결 같은 남자, <모래시계>의 이정재 같은 나만의 보디가드가 사극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태후, 왕녀, 여왕이라면 신분의 벽은 더욱 높은 셈이니 애절함의 강도는 훨씬 높다. 이러한 설정에서 여자가 아름다워야 보는 이에게 설득력이 있듯이 남자의 외모가 출중하다면 금상첨화이다.

사극 속 꽃미남 판타지 둘, 삼각관계

사랑을 미끼로 남자 특히 왕을 낚아 신분상승의 욕망을 불태우는 미모의 ‘악녀’는 목표 달성과 동시에 매력을 상실한다. 궁에 입성한 후에는 여자들끼리의 권력암투만 남을 뿐이다. 왕이 아닌 남자는 모조리 내시뿐인 궁 안에서 러브라인은 별 긴장감이 없다. 게다가 팬 서비스 차원이 아닌 이상 왕은 그다지 꽃미남일 필요가 없다. 드물게 왕이 꽃미남이었던 영화 <쌍화점>에서 왕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얼마나 불공평한가! 

하지만 이 틀에 박힌 공식을 벗어나면 생기발랄한 꽃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고용주인 종 6품 종사관과 반역을 꿈꾸는 혁명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다모 채옥이 덕분에 우리는 즐거웠다. 패션과 헤어스타일, 직업, 채옥이에 대한 작업 방식까지 서로 다른 두 남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보다 고운 얼굴의 미소년과 풋풋한 첫사랑을 키운 황진이 덕분에 우리는 즐거웠다. 황진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후 양반과 왕족 사이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며 사랑에 빠진 미중년 남성의 매력을 극과 극까지 끌어냈다. 사극일지라도 선의의 혹은 인정사정 없는 경쟁을 통해 꽃미남의 매력은 더욱 발전하는 것이다.

<천추태후> <자명고> <선덕여왕>에서 어떤 꽃미남이 등장할 지, 어떤 매력을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기왕이면 우리 선조들이 후손인 F4에 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민기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2.17 (화)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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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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