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3:3 동점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피 말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드디어 끝났다. 국제경기 때마다 불현듯 솟구치는 불타는 애국심으로 응원에 열중하다 보니 나라별 색다른 매력의 스포츠꽃미남들에게 사랑스러운 시선 한번 못 준 채 대회는 막을 내렸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한 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후회도 없는 시간이었다. 종종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본 경기 외에 벤치에도 유난히 눈이 갈 때가 있다. 벤치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원인은 젊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후보 선수가 아닌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중년의 감독들이다.

중년(中年), 외면과 내면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나이

바닥을 치듯 망가져버린 외모와 가슴을 울리는 연기력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는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꽃미남이었다. 그를 통해 알 수 있듯 나이깨나 먹은 꽃미남이 모두 미중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력에 역행하는 동안(童顔)으로 우리의 눈을 미혹시키는 이들도 있고 푸릇푸릇한 젊음이 주는 생기발랄한 에너지만으로 꽃미남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세월을 끝까지 곱게 견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꽃미남이 미중년으로 거듭나기 우해서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 소년와 청년을 넘어 중년에 이르도록 꽃미남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외면과 내면의 조화를 통해 빚어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연륜에서 묻어나는 안정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미(美)중년’ 이라고 부를 수 있다. 즉, 중년이란 꽃미남의 일생에서 가장 엄격한 통과의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미(美)중년의 내수시장과 해외시장
 

 

아름다움이 중요한 상품가치로 평가 받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미(美)중년에 대한 수요가 없었던 적은 없다. 다만 오랫동안 수요에 부합할만한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특히 잘 생긴 남자스타들이 20대 중반 즈음 군입대를 전후로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기를 거듭해온 내수시장에서 꾸준한 인기와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미중년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반대로 홍콩의 스타들은 일찌감치 미중년의 자리를 예약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주윤발이나 (故)장국영이 <영웅본색>으로 명성을 알린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고, 그들의 인기를 위협했던 ‘4대천황(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여명)’도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얼마 전 첸카이거 감독의 <매란방> 홍보를 위해 내한한 여명은 4대 천황 중의 막내로 올해 나이 마흔 넷이다. 그들의 뒤를 잇는 젊은 스타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미중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한창 때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최근 내한공연이 무산된 엑스재팬을 비롯하여 라르크 앙 시엘, 각트 등의 아티스트들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미중년의 입지를 화려하고 단단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 아이돌 그룹 스마프를 비롯하여 해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한 쟈니즈 출신의 남성 아이돌 대부분은 팬들과 함께 착실하게 나이를 먹으며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엔터테이너로써 미중년 시장의 한 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이웃의 미중년들은 나이에 구애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며 착실하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는 언젠가부터 한류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작은 활동 하나조차 극도로 조심스러워진 덕분에 광고가 아닌 본업에서는 일년에 한번 얼굴 보기조차 어려워진 국내의 정상급 미중년들과 다른 점이다.
미(美)중년이 떠야 꽃미남의 미래가 밝다

세상은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만 유독 꽃미남 세계에서는 어리고 잘 생긴 신진 꽃미남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신입사원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법, 꽃미남처럼 노후보장이 미비한 세계일수록 꽃미남 후배들의 롤모델이나 이상형이 될 만한 미(美)중년, 더 나아가 미(美)노년이 꾸준히 존재해야 비로소 꽃미남의 미래가 밝다고 볼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3.25 (수) 15:21, 최종수정 2009.03.25 (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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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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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PM과 샤이니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꽃미남 아이돌 계의 강력한 라이벌인 두 그룹의 만남은 팬덤의 충돌을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팬들의 반응은 훈훈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보호본능이 투철하고 한번 화가 나면 호환마마만큼 무서운 외골수적인 성향으로 악명을 떨치던 아이돌 팬덤이 어떻게 이처럼 말랑말랑하게 변한 것일까? 

 



그들은 꽃밭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딴다!

꽃미남인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상큼 발랄하게 <커피프린스>나 <앤티크> 등의 작품이 인기를 모으며 많은 이슈를 낳았지만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에 대한 시선은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비록 비주류로 분류되어 온 시장이었지만 그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를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대리만족 시켜주며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돌 그룹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돌 그룹에서 이 오묘한 시장에 덥석 손을 내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를 지닌 꽃미남이 최소한 1인 이상 모여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은 존재만으로 자의로든 타의로든 남남 커플 훔쳐보기라는 은밀한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그 결과 아이돌 그룹 내에서 멤버들의 친밀한 관계와 그것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팬들의 시선 사이에서 태어난, 바야흐로 ‘꽃밭에서 펼쳐지는 꽃미남들의 사랑과 전쟁’이라는 컨텐츠는 아이돌 그룹의 특징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팬들은 아이돌 그룹을 통해 “꽃밭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고, 기획사는 이러한 팬심을 자극하며 특수를 노렸다.

처음에는 이처럼 서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관계였지만 ‘애정’으로 기반으로 한 팬들의 마음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타 그룹에 대한 무분별한 질투와 경쟁이 아닌 상호 배려와 자발적 존중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왔다.

꽃들은 사랑을 먹고 산다

2008년 데뷔한 2PM과 샤이니는 여성 팬들의 사랑을 두고 명실공히 경쟁 관계의 아이돌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안에서 두 그룹간의 불편한 경쟁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두 그룹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두드러졌다.
재미있게도 두 팀의 만남이 이루어진 프로그램의 메인 PD와 작가는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방송 내내 조금 장난스러우면서도 따스함이 담긴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한 이를 본 팬들은 팬들은 과거 같은 하늘 아래 ‘오빠들’의 공존을 허락하지 않았던 옹졸함을 버리고 두 팀의 만남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꽃보다 꽃밭을 존중하는 제작진의 순수한 마음이 라이벌 아이돌의 만남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팬덤의 불미스러운 충돌이 아닌 사랑스러운 화합을 이끌어 낸 것이다. 제작진과 시청자의 로망(혹은 욕망)이 일치했기에 만들어낸 아름다운 시너지 효과였다.

프로그램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이처럼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2PM와 샤이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다. 그리고 이처럼 충분한 사랑을 받은 2PM와 샤이니는 프로그램 내내 마치 강백호와 서태웅처럼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팀웍을 발휘하며 훈훈한 방송을 만들어냈다. 과연 꽃들은 사랑을 받으면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워지는가 보다.

화사함은 온실처럼, 강인함은 들꽃처럼

같은 소속사 출신의 선배 아이돌 그룹을 보고 자란 2PM과 샤이니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매너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동시에 일상을 적절하게 노출하며 빈틈마저 귀엽게 어필하여 스타성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믹스매치 하는 대범함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겉보기에는 이제 겨우 데뷔 1년 남짓한 이들은 온실 속에서 자란 꽃처럼 매끈하고 아름다울 뿐이지만, 흙 속을 보면 굵은 뿌리 외에 단단한 잔뿌리들을 만들어 들판에서도 쉽게 시들지 않는 내공을 일찌감치 연마하며 성장 중인 알짜배기 꽃봉오리들인 것이다.

단단한 뿌리와 화사한 꽃잎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2PM과 샤이니의 만남은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것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이제 막 꽃봉오리가 된 이들이 앞으로 진정한 다년생 꽃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나 커다란 꽃을 활짝 피우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3.18 (수) 14:33, 최종수정 2009.03.18 (수)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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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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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하지만 꽃미남과 함께 있을 때 핑크색은 조금 더 특별한 효과가 있다. 왜냐하면 핑크색은 여성 취향의 대표격인 만큼 남자들에게는 오랫동안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미남의 등장과 함께 핑크는 빠른 속도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남녀공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핑크색은 여자보다 꽃미남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꽃미남, 야마시타 토모히사

‘야마삐’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야마시타 토모히사는 일본이 자랑하는 꽃미남이자 쟈니즈 소속 아이돌 그룹 뉴스(NEWS)의 리더이다. 멋진 남자들이 많기로 유명한 쟈니즈에서도 독보적인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핑크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꽃미남이기도 하다.

그가 야마삐라는 귀여운 애칭을 얻게 된 것은 핑크색과의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데뷔 전인 주니어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다운 꽃 미모로 인기몰이를 시작했던 그에게 스타일리스트는 매번 핑크색 의상을 입도록 시켰다. 그가 모르고 다른 색상의 의상을 입자 핑크색 의상을 고집했던 스타일리스트가 “야마시타는 핑크(Pink)야”라고 몇 번이나 말했고, 그것을 들은 선배가 야마삐(P=Pink의 줄여서 부른 듯)라고 부른 것이 ‘야마삐’라는 전설의 애칭을 탄생시켰다.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애칭 야마삐는 핑크색과 꽃미남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일화이다.

봄과 어울리는 꽃미남, 강동원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최근 봄과 어울리는 꽃미남이라는 물음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한 강동원 또한 핑크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꽃미남 중 한 명이다.

중성적인 느낌의 외모와 작은 얼굴과 긴 다리의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몸매, 탄탄하면서도 마른 듯 가녀린 몸매를 가진 강동원은 그야말로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그는 누구와도 닮지 않았으나 누구보다 확실한 꽃미남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늑대의 유혹>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의 다채로운 매력을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은 광고였다. 매번 자연스러운 듯 화사하면서도 그가 아니면 소화할 수 없을 법한 핑크빛 찬연한 형형색색의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광고주가 메인 타겟으로 삼은 소녀들과 누나들은 물론 또래 남자들까지도 열광시켰다. 

“봄과 잘 어울리는 꽃미남”에서 화려한 현역 꽃미남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강동원의 저력은 꽃미남으로써 핑크를 줄기차게 소화해냈던 그를 여전히 기억하고, 또 기다리고 있는 팬들 많다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라면 누구나 핑크를 꿈꾼다?

재미있는 것은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핑크색은 ‘남자들’에게 어려운 고비였을 뿐 오히려 ‘샐러리 맨 이나 아저씨’들은 오래 전부터 핑크색을 즐겨왔다는 것이다. 즉, 핑크색을 먼저 발견하고, 사용한 이는 봄을 닮은 싱그러운 꽃미남이 아니라 초가을을 닮은 성숙한 중년의 남자들이다. 

핑크색이 남자의 일상에 들어온 것은 1996년 <애인>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애인>은 각기 가정을 가진 황신혜와 유동근이 뒤늦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불륜과 로맨스의 경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세련된 대사들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고, 주인공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준 스타일은 대대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그 중심에 남자들을 열광시킨 파스텔 핑크색의 와이셔츠가 있었다. 메트로섹슈엘의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이었지만, 극중 핑크빛 와이셔츠로 매력적인 중년의 화사함을 표현한 유동근의 모습은 칙칙한 양복을 마지못해 입던 샐러리맨들을 순식간에 워너비로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도 핑크빛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핑크색이 어울리는 꽃미남 감별법

핑크색이 어울리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아이돌 남성그룹에서 ‘핑크’를 주로 입는 멤버를 찾아보는 것이다. 적중률은 상당히 높고 흐뭇함은 더욱 크다. 핑크의 계절인 봄이 왔다. 봄바람처럼 화사한 핑크빛을 몰고 올 새로운 꽃미남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3.11 (수) 15:19, 최종수정 2009.03.11 (수)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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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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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는 제목만으로 친숙한 느낌을 전달한다. 대한민국 대표 꽃미녀의 이름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라는 고유명사는 때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유명한 미남과 미녀의 이름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만약 <태희, 혜교, 지현이>가 남자버전이라면 누구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피라미드의 머리, 용준이, 동건이, 우성이

꽃미남의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피라미드를 그려본다면 이 이름들은 최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20-30대를 꽃미남 시기를 넘어 이제 마흔을 눈 앞에 둔 이들은 미중년의 길에 안정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꽃미남”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렸던 이 이름들은 꽃미남 피라미드에서 이사 급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모범적인 자기관리와 존재감으로 꽃미남 문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꽃미남에
시장이 있기 전, 심지어 인터넷조차 없던 시기에 등장했다. 그리고 꽃미남 시장이라는 불모지를 맨 손으로 개척했다.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연기를 통해 망가지는 과도기를 일부러 겪기도 했지만 그들이 꽃미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부터인가 15초 혹은 길게는 1분짜리 영상 그리고 완벽하게 연출된
모습의 사진으로만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이 ‘여전히’ 멋지게 보이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이런 모습만을 반복하여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흉내 내고 싶어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반칙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해외의 새로운 시장을 다시, 몸소 개척하는 중이니 역시 피라미드의 머리는 스케일이 다르다.

피라미드의 상반신? 상우, 해일, 승헌이, 지섭이

꽃미남 피라미드의 상반신을 지탱하는 이름이다. 피라미드 내에서 가장 노련한 현역에 속하는 이 이름들은 꽃미남 군단의 팀장급 업무와 책임을 담당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꽃다운 비주얼로 새롭게 등장한 이들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더욱 넓고 탄탄하게 다졌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눈부신 속도로 증가한 인터넷을 통해 꽃미남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빠른 속도로 만족시키며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진 이 이름들은 단순한 꽃미남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인 친근함과 스타의 신비로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를 위해 외모뿐 아니라 노력을 통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현역 후배들에게 확실한 자극과 귀감이 된다.

예를 들어 의사의 가운 안에 감추어진 멋진 가슴 근육, 비리와 폭력에 휘말리더라도 항상 흑백의 조화가 멋진 슈트를 스타일리쉬하게 입어주는 센스 등은 향후 몇 십 년이 지나더라도 꽃미남 후배들이 마음 놓고 차용할 만 하다.

피라미드의 허리? 준기, 인성이, 빈이, 동원이, 지훈이, 동욱이

피라미드의 허리를 차지하는 이 이름들은 이제 갓 승진을 하여 한창 바쁜 ‘대리’급이다. 몇 번의 검증을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았으며, 풋풋한 젊음까지 고루 갖춘 이들에 대한 기대는 높고 크다. 하지만 이들의 약점은 막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2년의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다.

하지만 이 핸디캡은 오히려 성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초조함과 열정, 젊음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특유의 비장한 에너지는 그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2년을 전후로 그들은 각종 실험적인 비주얼과 스타일, 작품들을 선택하기도 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마치 자신을 잊지 말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 과정을 통해 외모뿐 아니라 내공까지 갖춘 명품 꽃미남으로 거듭난 선배도 있다. 피라미드의 허리를 차지하는 이름은 들고 나는 자리가 들쭉날쭉 하지만 비워진 자리가 아쉬운 만큼 채워진 자리에서 또 다른 기쁨을 주기도 한다.

피라미드의 하반신? 탑, 승호, 일우, 민호, 범이, 준이, 근석이, 현중이

마지막으로 피라미드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막내라인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이제 막 반짝거리기 시작한 꽃미남들이다. 이들은 경력 사원과 신입사원과 예비사원, 파견사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다.

이 이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굳이 의도하지 않고도 소년과 남성이 어우러진 특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이미 ‘누나’라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또한 최근 원 소스 멀티 유즈 기능이 요구되고 부각되면서 특히 남성
아이돌 멤버들이 발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출신의 꽃미남들은 가수와 연기자로 이분화 되었던 꽃미남 시장을 매우 평화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의 눈치 빠른 막내들은 이처럼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가능성을 개발하며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않는 피라미드를 상상해 보아도 <태희, 혜교, 지현이>처럼 꽃미남을 딱 세 명으로 압축하기엔 갈등이 크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꽃미남 세 명쯤 각자 손꼽아 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3.04 (수) 15:55, 최종수정 2009.03.04 (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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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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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古典) 읽기 1-10회
매체 : 세계닷컴

2회 2007-03-16 21:09 |최종수정2007-03-16 21:09


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꽃 피는 봄이다. 3월은 1년 중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에 신학기를 최소한 9번 이상 경험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1월에 이루지 못한 계획을, 음력 설 이후로 또 개학 이후로 미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원 전, 중국 대륙에서도 긴 겨울을 보낸 뒤 꽃피는 봄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친(親) 형제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유명한 남자들, 멋진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기를 맹세했던 유비, 관우, 장비가 바로 그들이다.

소설, 만화, 게임 등 삼국지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 굳이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만화로, 만화를 읽지 않았더라도 게임으로, 그 외 수없이 많은 채널로 우리는 삼국지를 접한다.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중,일 최고의 스타들이 모였다는 영화 <적벽>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 <삼국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수없이 많은 영웅과 수없이 많은 명 장면으로 가득한 삼국지에서 가장 먼저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바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의 연을 맺는 도원결의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복숭아 꽃이 가득 핀 동산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 셋이 모여 형제의 연을 맺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비록 소설이지만 주인공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배경을 꽃밭으로 설정한 것은 탁월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겸손한 얼굴 덕분에 간과되는 장비의 매력, 부동산

민음사에서 출판한 이문열의 삼국지를 보면 “마침 내 집 뒤에는 복숭아밭이 있는 작은 동산이 있는데 꽃이 한창 만발하였소. 내일 그 복숭아 밭에서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 세 사람이 사생을 같이할 의를 맺은 뒤 큰일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소?”라는 말로 유비와 관우에게 도원결의를 제안한 인물이 장비이다. 시작은 초라했으나 결국 대장이 된 유비나 등장부터 아름다운 수염을 자랑하는 묘사로 중후한 매력이 돋보이는 미남으로 아직까지도 삼국지를 통틀어 손꼽히는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은 관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장비지만 사실 그는 셋 중에 가장 부유했다. 현대에 태어났다면, 아니 현대극으로 각색한다면 현실적으로 유비와 관우에 비해 훨씬 인기가 많았을 인물이 바로 장비일지 모른다. 조조와 원소, 손씨 집안 같은 재벌은 아니어도 나름대로 집 뿐만 아니라 복숭아밭이 딸린 동산까지 있는 부동산 알부자 장비가 새롭게 보인다.

2000년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관우의 매력, 중후함의 카리스마

반면 관우의 매력은 삼국지연의를 쓴 작가 나관중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력하다. 나관중은 10권에 거쳐 기회만 있으면 구구 절절하게 관우의 매력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관우의 가장 큰 미덕은 외모의 아름다움이다. 조조와 손씨 집안에 비해 정말 서민적으로 거사를 시작한 유비에게 넘치는 것은 명분, 부족한 것은 인지도, 경제력, 인재 등등이었지만 제갈공명과 조자룡이 등장하기 전까지 ‘관우’라는 인물이 이 모든 부족함을 메워낸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과 미인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해석을 거듭하지만, 유독 관우만큼은 삼국지연의가 세상에 빛을 보았던 14세기 원나라 시대의 독자들과 현재 삼국지를 읽고 있는 21세기 독자들에게 시간을 초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게임 속에서도, 만화 속에도 관우는 남성다우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깊은 눈빛과 빼어난 무술 실력을 겸비한 모습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러한 관우의 지나친 매력 덕분에 우리는 자주 장비의 존재감을 놓쳐버린다. 정독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장비가 가진 재력의 의외성에 대해 발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때때로 강력하게 각인된 기억은 객관적 설득력을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그 무력화 된 설득력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고전은 늘 새롭다. 아직 <삼국지>를 읽지 않았다면 올 봄, 도원결의의 세 남자를 자신만의 상상 속에 꽃미남으로 그려보는 것을 시작으로 즐거운 독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컬럼니스트 조민기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으며 종합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가 그룹 컴온애드(http://comeonad.com)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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