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는 제목만으로 친숙한 느낌을 전달한다. 대한민국 대표 꽃미녀의 이름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라는 고유명사는 때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유명한 미남과 미녀의 이름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만약 <태희, 혜교, 지현이>가 남자버전이라면 누구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피라미드의 머리, 용준이, 동건이, 우성이

꽃미남의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피라미드를 그려본다면 이 이름들은 최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20-30대를 꽃미남 시기를 넘어 이제 마흔을 눈 앞에 둔 이들은 미중년의 길에 안정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꽃미남”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렸던 이 이름들은 꽃미남 피라미드에서 이사 급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모범적인 자기관리와 존재감으로 꽃미남 문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꽃미남에
시장이 있기 전, 심지어 인터넷조차 없던 시기에 등장했다. 그리고 꽃미남 시장이라는 불모지를 맨 손으로 개척했다. 틀에 박힌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연기를 통해 망가지는 과도기를 일부러 겪기도 했지만 그들이 꽃미남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부터인가 15초 혹은 길게는 1분짜리 영상 그리고 완벽하게 연출된
모습의 사진으로만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이 ‘여전히’ 멋지게 보이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이런 모습만을 반복하여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흉내 내고 싶어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반칙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해외의 새로운 시장을 다시, 몸소 개척하는 중이니 역시 피라미드의 머리는 스케일이 다르다.

피라미드의 상반신? 상우, 해일, 승헌이, 지섭이

꽃미남 피라미드의 상반신을 지탱하는 이름이다. 피라미드 내에서 가장 노련한 현역에 속하는 이 이름들은 꽃미남 군단의 팀장급 업무와 책임을 담당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꽃다운 비주얼로 새롭게 등장한 이들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더욱 넓고 탄탄하게 다졌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눈부신 속도로 증가한 인터넷을 통해 꽃미남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빠른 속도로 만족시키며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진 이 이름들은 단순한 꽃미남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인 친근함과 스타의 신비로움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를 위해 외모뿐 아니라 노력을 통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현역 후배들에게 확실한 자극과 귀감이 된다.

예를 들어 의사의 가운 안에 감추어진 멋진 가슴 근육, 비리와 폭력에 휘말리더라도 항상 흑백의 조화가 멋진 슈트를 스타일리쉬하게 입어주는 센스 등은 향후 몇 십 년이 지나더라도 꽃미남 후배들이 마음 놓고 차용할 만 하다.

피라미드의 허리? 준기, 인성이, 빈이, 동원이, 지훈이, 동욱이

피라미드의 허리를 차지하는 이 이름들은 이제 갓 승진을 하여 한창 바쁜 ‘대리’급이다. 몇 번의 검증을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았으며, 풋풋한 젊음까지 고루 갖춘 이들에 대한 기대는 높고 크다. 하지만 이들의 약점은 막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2년의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다.

하지만 이 핸디캡은 오히려 성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초조함과 열정, 젊음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특유의 비장한 에너지는 그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2년을 전후로 그들은 각종 실험적인 비주얼과 스타일, 작품들을 선택하기도 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다. 마치 자신을 잊지 말라고 외치는 듯하다. 이 과정을 통해 외모뿐 아니라 내공까지 갖춘 명품 꽃미남으로 거듭난 선배도 있다. 피라미드의 허리를 차지하는 이름은 들고 나는 자리가 들쭉날쭉 하지만 비워진 자리가 아쉬운 만큼 채워진 자리에서 또 다른 기쁨을 주기도 한다.

피라미드의 하반신? 탑, 승호, 일우, 민호, 범이, 준이, 근석이, 현중이

마지막으로 피라미드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막내라인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이제 막 반짝거리기 시작한 꽃미남들이다. 이들은 경력 사원과 신입사원과 예비사원, 파견사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다.

이 이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굳이 의도하지 않고도 소년과 남성이 어우러진 특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이미 ‘누나’라는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냈다. 또한 최근 원 소스 멀티 유즈 기능이 요구되고 부각되면서 특히 남성
아이돌 멤버들이 발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 출신의 꽃미남들은 가수와 연기자로 이분화 되었던 꽃미남 시장을 매우 평화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의 눈치 빠른 막내들은 이처럼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가능성을 개발하며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않는 피라미드를 상상해 보아도 <태희, 혜교, 지현이>처럼 꽃미남을 딱 세 명으로 압축하기엔 갈등이 크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꽃미남 세 명쯤 각자 손꼽아 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3.04 (수) 15:55, 최종수정 2009.03.04 (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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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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