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3:3 동점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피 말리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드디어 끝났다. 국제경기 때마다 불현듯 솟구치는 불타는 애국심으로 응원에 열중하다 보니 나라별 색다른 매력의 스포츠꽃미남들에게 사랑스러운 시선 한번 못 준 채 대회는 막을 내렸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한 것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후회도 없는 시간이었다. 종종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본 경기 외에 벤치에도 유난히 눈이 갈 때가 있다. 벤치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원인은 젊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후보 선수가 아닌 중후한 매력을 풍기는 중년의 감독들이다.

중년(中年), 외면과 내면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나이

바닥을 치듯 망가져버린 외모와 가슴을 울리는 연기력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는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꽃미남이었다. 그를 통해 알 수 있듯 나이깨나 먹은 꽃미남이 모두 미중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력에 역행하는 동안(童顔)으로 우리의 눈을 미혹시키는 이들도 있고 푸릇푸릇한 젊음이 주는 생기발랄한 에너지만으로 꽃미남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세월을 끝까지 곱게 견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꽃미남이 미중년으로 거듭나기 우해서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 소년와 청년을 넘어 중년에 이르도록 꽃미남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외면과 내면의 조화를 통해 빚어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연륜에서 묻어나는 안정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미(美)중년’ 이라고 부를 수 있다. 즉, 중년이란 꽃미남의 일생에서 가장 엄격한 통과의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미(美)중년의 내수시장과 해외시장
 

 

아름다움이 중요한 상품가치로 평가 받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미(美)중년에 대한 수요가 없었던 적은 없다. 다만 오랫동안 수요에 부합할만한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특히 잘 생긴 남자스타들이 20대 중반 즈음 군입대를 전후로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기를 거듭해온 내수시장에서 꾸준한 인기와 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미중년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반대로 홍콩의 스타들은 일찌감치 미중년의 자리를 예약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주윤발이나 (故)장국영이 <영웅본색>으로 명성을 알린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고, 그들의 인기를 위협했던 ‘4대천황(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여명)’도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얼마 전 첸카이거 감독의 <매란방> 홍보를 위해 내한한 여명은 4대 천황 중의 막내로 올해 나이 마흔 넷이다. 그들의 뒤를 잇는 젊은 스타들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이 미중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한창 때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최근 내한공연이 무산된 엑스재팬을 비롯하여 라르크 앙 시엘, 각트 등의 아티스트들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미중년의 입지를 화려하고 단단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 아이돌 그룹 스마프를 비롯하여 해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한 쟈니즈 출신의 남성 아이돌 대부분은 팬들과 함께 착실하게 나이를 먹으며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엔터테이너로써 미중년 시장의 한 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이웃의 미중년들은 나이에 구애되지 않고 본업에 충실하며 착실하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는 언젠가부터 한류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작은 활동 하나조차 극도로 조심스러워진 덕분에 광고가 아닌 본업에서는 일년에 한번 얼굴 보기조차 어려워진 국내의 정상급 미중년들과 다른 점이다.
미(美)중년이 떠야 꽃미남의 미래가 밝다

세상은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만 유독 꽃미남 세계에서는 어리고 잘 생긴 신진 꽃미남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신입사원만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법, 꽃미남처럼 노후보장이 미비한 세계일수록 꽃미남 후배들의 롤모델이나 이상형이 될 만한 미(美)중년, 더 나아가 미(美)노년이 꾸준히 존재해야 비로소 꽃미남의 미래가 밝다고 볼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3.25 (수) 15:21, 최종수정 2009.03.25 (수)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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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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