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PM과 샤이니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꽃미남 아이돌 계의 강력한 라이벌인 두 그룹의 만남은 팬덤의 충돌을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팬들의 반응은 훈훈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보호본능이 투철하고 한번 화가 나면 호환마마만큼 무서운 외골수적인 성향으로 악명을 떨치던 아이돌 팬덤이 어떻게 이처럼 말랑말랑하게 변한 것일까? 

 



그들은 꽃밭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딴다!

꽃미남인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상큼 발랄하게 <커피프린스>나 <앤티크> 등의 작품이 인기를 모으며 많은 이슈를 낳았지만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에 대한 시선은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비록 비주류로 분류되어 온 시장이었지만 그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의 수요를 가장 먼저, 가장 확실하게 대리만족 시켜주며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돌 그룹이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돌 그룹에서 이 오묘한 시장에 덥석 손을 내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를 지닌 꽃미남이 최소한 1인 이상 모여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은 존재만으로 자의로든 타의로든 남남 커플 훔쳐보기라는 은밀한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그 결과 아이돌 그룹 내에서 멤버들의 친밀한 관계와 그것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팬들의 시선 사이에서 태어난, 바야흐로 ‘꽃밭에서 펼쳐지는 꽃미남들의 사랑과 전쟁’이라는 컨텐츠는 아이돌 그룹의 특징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팬들은 아이돌 그룹을 통해 “꽃밭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고, 기획사는 이러한 팬심을 자극하며 특수를 노렸다.

처음에는 이처럼 서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관계였지만 ‘애정’으로 기반으로 한 팬들의 마음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타 그룹에 대한 무분별한 질투와 경쟁이 아닌 상호 배려와 자발적 존중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왔다.

꽃들은 사랑을 먹고 산다

2008년 데뷔한 2PM과 샤이니는 여성 팬들의 사랑을 두고 명실공히 경쟁 관계의 아이돌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안에서 두 그룹간의 불편한 경쟁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시종일관 노골적으로 두 그룹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두드러졌다.
재미있게도 두 팀의 만남이 이루어진 프로그램의 메인 PD와 작가는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방송 내내 조금 장난스러우면서도 따스함이 담긴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한 이를 본 팬들은 팬들은 과거 같은 하늘 아래 ‘오빠들’의 공존을 허락하지 않았던 옹졸함을 버리고 두 팀의 만남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꽃보다 꽃밭을 존중하는 제작진의 순수한 마음이 라이벌 아이돌의 만남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팬덤의 불미스러운 충돌이 아닌 사랑스러운 화합을 이끌어 낸 것이다. 제작진과 시청자의 로망(혹은 욕망)이 일치했기에 만들어낸 아름다운 시너지 효과였다.

프로그램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이처럼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2PM와 샤이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다. 그리고 이처럼 충분한 사랑을 받은 2PM와 샤이니는 프로그램 내내 마치 강백호와 서태웅처럼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팀웍을 발휘하며 훈훈한 방송을 만들어냈다. 과연 꽃들은 사랑을 받으면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워지는가 보다.

화사함은 온실처럼, 강인함은 들꽃처럼

같은 소속사 출신의 선배 아이돌 그룹을 보고 자란 2PM과 샤이니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매너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동시에 일상을 적절하게 노출하며 빈틈마저 귀엽게 어필하여 스타성과 대중성을 절묘하게 믹스매치 하는 대범함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겉보기에는 이제 겨우 데뷔 1년 남짓한 이들은 온실 속에서 자란 꽃처럼 매끈하고 아름다울 뿐이지만, 흙 속을 보면 굵은 뿌리 외에 단단한 잔뿌리들을 만들어 들판에서도 쉽게 시들지 않는 내공을 일찌감치 연마하며 성장 중인 알짜배기 꽃봉오리들인 것이다.

단단한 뿌리와 화사한 꽃잎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2PM과 샤이니의 만남은 생동하는 봄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것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이제 막 꽃봉오리가 된 이들이 앞으로 진정한 다년생 꽃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나 커다란 꽃을 활짝 피우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3.18 (수) 14:33, 최종수정 2009.03.18 (수)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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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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