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삼국지를 읽다가 잠시 지루함을 느낄 때면, 눈을 감고 강남을 떠올린다. 남자도 아닌 환관으로 가득 찬 수도에 집착하며 먼지 가득한 중원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종교를 내세워, 혈통을 내세워 자기 어필에 여념을 없을 때 양자강 남쪽, 강남에서는 멋진 남자들이 거침없이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삼국지 중, 후반부를 수놓을 젊고도 멋진 강남의 미남들이 역사에 등장할 기반을 마련한 남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손견이다. 지난 편의 주인공 원소와 마찬가지로 손견 역시 등장할 때 이미 유부남이었지만, 원소와 같은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손견의 뛰어난 아들들과 손씨 집안 3대를 섬기며 재능과 비례하는 미모로 이름을 날린 주유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여성 독자들의 오아시스 강남,

강남이 배출한 메트로섹슈얼 제1호 손견


156년, 후한 말기에 태어난 손견은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몸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생활까지 메트로섹슈얼의 특징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유한 매력남이다. 흔히 ‘꽃미남’이라는 말과 동일시 되는 메트로섹슈얼의 사전적인 정의는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다. 덧붙여 오픈 백과적 정의는 ‘외모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음식, 문화 등에 관심이 많으며 쇼핑을 즐기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20~30대 초반의 도시 남성들’이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실존하는 인물 중에 예를 들자면 파파라치의 사진 한 장만으로 세계의 트랜드를 주도하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영화배우 주드 로, 브래드 피트가 바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메트로섹슈얼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박수칠 때 떠난 강동의 호랑이 손견은 눈부신 2세대를 남기다.


신분에 있어서도, 업적에 있어서도 항상 나이에 비해 부러울 만한 출세의 정도를 걸어왔으면서 다른 군웅들과 달리 ‘여자’ 문제로 스캔들이 단 한번도 나지 않았던 손견은 서른 여섯의 짧은 인생에서 일과 가정,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찬란하고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혜성처럼 등장하여 삼국지를 읽는 강렬한 즐거움을 새롭게 제시함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손견은 마치 신의 공평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얄궂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한 전장에서, 그다지 화려한 전투도 선보이지도 못한 채 192년,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얻는다’는 속담처럼, 손견이 부지런히 배출한 훌륭한 2세대는 권력의 중심에서 유례없이 사랑을 흠뻑 받은 군주로써 중년에 접어든 조조, 유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생동감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어느덧 중반에 도달한 삼국지에 신선함을 듬뿍 부여한다. 삼국지 최고의 전투로 손꼽히는 적벽대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대중의 사랑 받는 이유는 바로 중원의 노련한 백전노장들과 강남의 패기만만한 2세대들이 만나 눈부신 활약을 마음껏 펼쳤기 때문이다.

최강의 꽃미남 트리오 손책과 손권 그리고 주유를 배출한 소속사로

삼국지 최강의 엔터네인먼트 기획사로 남을 오나라


역사는 만일의 경우를 허락하지 않지만 상상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90년대의 전설적인 아이돌에서 이제는 사업체 경영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이룩한 거대한 SM 출신의 HOT와 신화는 조조와, 한때 HOT와 쌍벽을 이루었다가 조용히 사라진 젝스키스는 원소와, 전무후무한 서민 컨셉의 아이돌로 잠시나마 가요계를 풍미했던 god는 유비와 닮아있다. 이러한 막강한 세력에 맞서 혜성처럼 등장한 오나라의 2세대들은 현재의 비와 세븐, 동방신기처럼 각각의 출중한 재능과 막강한 인기로 기라성처럼 견고한 중견의 아이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만약 현대에 손견이 있었더라면, 그 재력과 능력 그리고 비주얼 부분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인적 자원으로 능히 아시아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거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 한류(韓流)와 화류(華流)는 아시아의 문화를 선도하는 쌍두마차로써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세계를 향해 나란히 적토처럼 질주했을 것이라고 다만 머리 속으로 소곤거려본다.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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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꽃미남을 찾아서 – 삼국지 편

벌써 남쪽에서는 꽃 축제가 한창이다. 일주일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던 하늘이 주말을 맞아 화사한 햇살을 뿜어낸다. 올해 5월에는 손미나 아나운서가 화촉을 밝힌다는 소식이 신문과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 코 앞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결혼정보회사는 이제 탄탄한 시장을 갖춘 사업분야로 자리잡았다. 어디까지나 조건에 맞는, 운명적인 만남을 주선해준다는 메시지를 전했던 초기 광고와 달리 요즘 결혼정보회사들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재혼이다. 초혼이던 재혼이던 이제 곧 황금돼지 해의 설레는 결혼시즌이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삼국지에서 가장 일등 신랑감을 찾아보기로 하자.

21세기 결혼정보회사의 VIP, 명품 중의 명품 신랑감 원소(袁紹)

너무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안타깝게도 등장할 때 이미 유부남이었던 원소는 현대에 태어났다면 정말 최고의 신랑감이다. 부와 권력, 명예를 모두 가진 원소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니라 네 명의 황제가 바뀌는 동안 세 명의 정승을 배출하며 이룩한 거대한 명문가였으며 원소는 그러한 집안의 적자였고, 출세가도를 달리는 젊은 무장이었다. 아마도 좋은 혼처가 즐비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 씨 집안의 여인들은 원 씨 집안의 격에 맞는 아름다움과 고상함, 품위를 모두 갖춘 요조숙녀들이었다. 다양한 로맨스로 가득한 삼국지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여인, 견 황후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원씨 집안이 낳은 최후의 승리(?), 견 황후

원소의 차남, 원희의 아내였던 미모의 견 씨는 원소가 조조와의 대전에서 대패한 후 조조의 아들 조비의 아내가 된다. 조비는 연상에, 한번 결혼했던 그녀를 정식 아내로 삼았고, 그녀는 조비가 조조의 뒤를 이어 위나라의 황제로 즉위한 후 황후가 되었다. 초혼은 명문가의 둘째 며느리로, 재혼은 위나라 시조의 맏며느리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견 황후. 같은 여자로써, 한 사람으로써 정말 남는 것 많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살아서나 죽어서나, 지금까지도 그녀는 남편들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본인의 매력을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 아름다웠기에 원 씨 집안의 여인이 되었고, 아름다웠기에 조 씨 집안에서도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인이 되었다. 원씨 집안 출신의 유일한 승리자, 견 황후. 너무도 쓸쓸한 원소를 위해, 견 황후의 첫 남편이 원소의 차남이었다는 것이 원 씨 집안이 조 씨 집안에게 거둔 작고 승리라고 문득 원소를 위로하고 싶어진다. 시대를 5000년쯤 앞서간 파격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 조조라면 이러한 초라한 뒷북에 비웃음을 날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원소, 슈퍼스타로 태어났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슬픈 아이돌

삼국지 초반을 보면 ‘원소’라는 인물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한다. 삼국지에서 마르고 닳도록 원소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바로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의 지위에 있던 명문 귀족’의 직계 장손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야심만 있으면 툭하면 모여서 나라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서로의 그릇을 재고, 또 재보던 삼국지 초반에 원소는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무조건 주인공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는 항상 원소를 먼저 설득하고 동참하게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한나라에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원소의 배경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소 집안의 재력과 권력은 행동의 기반이 되고, 원소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성명 없이도 대의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대중에게 사랑도, 관심도 받지 못한 스타의 쓸쓸하고 슬픈 퇴장

매번 선거인단의 압도적인 지지로 너무도 당연하게 주인공이기만 했던 원소의 행적은 주인공임에도 너무 심심하다. 그저 합당하기만 한 원소의 행적에는 가슴이 뜨거워질만한 패기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스캔들이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별다른 지지도, 별다른 배신도 당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극적인 요소라고는 전혀 없이 탄탄한 자본력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원소는 그저 자신이 가졌던 재산만을 고스란히 까먹고, 까먹기만 하다가 결국 삼국지에서 가장 존재감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원소의 슬픈 퇴장은 8할인 난세의 책임이다. 아마 난세가 아니었다면, 원소는 정말 최고의 신랑감이 아닐 수 없다.

글 : 컬럼니스트 조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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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는 호칭은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형제 혹은 연배이면서 격식을 갖추지 않을 정도로 친근한 사이의 남자를 부르는 단어이다. 최고의 섹시 여가수가 중 장년의 남자출연자를 스스럼없이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버라이어티국민MC 유재석과 국민요정 이효리가 국민남매 콤비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무리 강할 지라도 이성간의 연애감정이 완벽하게 제거되지는 않는다. 특히 오빠의 폭은 훨씬 넓고 깊다.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오빠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존재하는 남매일지라도 피가 섞였느냐, 섞이지 않았느냐에 따라 금지된 로맨스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은 누나인 헤라 여신과 결혼한 상태에서 또 다른 누나인 데메테르와 불륜 관계를 맺어 페르세포네라는 딸을 낳기도 했다. 연상연하 커플에 근친이 더해진 신화의 대담함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 후로도 남매간의 비극적인 사랑은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연인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사람은 줄리엣에게 청혼을 한 패리스 백작이 아니라 줄리엣을 남몰래 사랑해온 사촌오빠 티볼트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 한번 하지 못한 채 로미오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다. 또 하디의 소설 <비운의 쥬드>에서 결혼에 실패한 후 고향을 떠난 쥬드는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수'를 만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사촌이었다. 둘은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을 이루지만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혹독한 가난 속에서 충격적으로 자식을 모두 잃는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대표시 <애너벨 리>는 사촌동생이었던 아내를 잃은 슬픔을 승화시킨 작품이다.

벙어리 냉가슴이냐, 불타는 적개심이냐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가족으로 자란 경우 로맨스에 발을 담군 '오빠'의 캐릭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뒤에 숨어서 가슴 아파하거나 드러내놓고 소유욕을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방식은 상반되더라도 결국 이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매력적인 연인 형 오빠가 탄생한다. 

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송승헌이 연기했던 <가을동화>의 '준서 오빠'이다. 한류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드라마 <가을동화>는 남매간의 사랑이라는 금기를 불치병이라는 비극과 접합시키며 아시아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준서'와 '은서'는 한없이 다정한 오누이이다. 하지만 이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임이 밝혀지고 한참을 헤어지게 된다. 우연히 운명처럼 다시 만난 후 둘은 남매가 아닌 남녀로써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들의 감정을 억지로 숨기고 감춘다. 왜냐하면 '가족'이었던 시간과 추억이 그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 장애물을 단숨에 뛰어넘기에 그들은 너무 착하고 우유부단하며 영상에 담아내기에 최적화된 미모를 가졌다. 덕분에 손가락만 닿아도 긴장감과 애절함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처럼 비극과 금기의 소재였던 출생의 비밀이 너무 흔한 소재가 되면서 뒤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착한 오빠의 존재도 예전보다 많이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나는 여동생을 사랑한다>의 쌍동이 남매 중 오빠인 ‘요리’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여동생 이쿠를 여자로 사랑하며 둘 만의 세계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불타는 질투심을 감추지 않는 ‘요리’의 캐릭터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마츠모토 준이 연기하여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다른 캐릭터로는 <풀 하우스>로 유명한 만화가 원수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엘리오와 이베트>의 ‘라우드스’가 있다. 마피아 숙적 가문인 시모네리가의 아들 엘리오와 모체리가의 딸 이베트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스토리의 <엘리오와 이베트는> 당시 순정만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액션 로맨스라는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다. 여기서 ‘라우드스’는 라이벌(엘리오)에게는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여동생(이베트)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한 지고 지순한 캐릭터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훨씬 능가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외에 드라마 <어느 멋진 날> 속에서 성유리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오빠로 등장한 유하준은 아예 ‘변태오빠’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전자의 오빠와 후자의 오빠의 공통점은 매번 잘 생긴 미남 배우들이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아름다움이 가진 힘은 금단이라는 시련에서도 훌륭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남매간의 사랑이 꼭 이처럼 슬픈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여동생을 위하는 오빠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낸 노래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동생을 달빛이라고 극찬한 <홍도야 울지 마라>나 여동생에게 무려 비단 구두를 사준다는 약속한 <오빠 생각>의 오빠들은 오늘날에도 보기 드문 훈훈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 기사입력 2009.04.15 (수) 16:17, 최종수정 2009.04.15 (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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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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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라는 노래가 있다. 1960년대에 발표된 이 노래는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강한 멜로디와 노란 색 셔츠로 잔뜩 멋을 부린 남자에 대한 설렘을 직설적으로 고백한 가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 속에는 여자를 설레게 만드는 남자가 지닌 미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때 그 시절, 세계의 훈남들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태어난 1960년대에는 멋진 남성들이 세계 곳곳에서 출몰했다. 1960년 미국에서는 빼어난 외모를 가진 젊은 정치가 케네디가 3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프랑스에서는 스물 다섯 살, 눈부신 외모의 알랭 들롱이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적인 미남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리버풀 출신의 4인조 음악밴드가 “더 비틀즈(The Beatles)”라는 이름을 밴드의 정식 명칭으로 최종 낙찰했다. 그 후 전성기를 맞이한 비틀즈는 수많은 히트곡과 함께 여자들을 중심으로 한 열정적인 팬덤을 몰고 다니며 마치 오늘날의 남성 아이돌 그룹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비틀즈의 멤버들은 무대에서 앞머리를 가지런히 내려 소년다움을 부각시킨 뱅 스타일의 헤어와 대조적인 심플한 슈트로 통일된 의상을 순식간에 유행시킨 패셔니스타이기도 했다.

케네디와 알랭 들롱, 비틀즈는 동시대의 젊고 개성이 풍부한 미남자들이었다는 것 외에 셔츠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셔츠 속에 숨어있는 여자의 로망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셔츠 하나만으로도 멋쟁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셔츠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옷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셔츠를 멋지게 소화하는 남자에 대한 여자의 환상은 긴
생머리의 청순한 여자에 대한 남자의 환상과 닮은꼴이다.

인공의
느낌이 조금도 가미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를 찰랑찰랑하게 유지하려면 샴푸와 트리트먼트 외에 보습, 에센스, 빗질, 주기적인 스트레이트 펌 등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셔츠 한 장만 입어도 광채가 나기 위해서는 먼저 넓은 어깨, 단단한 팔뚝, 탄탄한 가슴근육과 쭉 뻗은 등, 날렵한 허리와 곧은 목선 등을 갖춘 몸매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남성복을 대표하는 셔츠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오래 전이지만, 남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으로서 진가를 발휘한 것은 1960년대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의 히트와 함께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노란색 셔츠의 등장이었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멋진 남자의 모습을 자신이라고 상상하며 노란 셔츠를 입었을 귀여운 자아도취형 로맨티스트 덕분에 노란 셔츠 그 시절 남자들의 필수 작업복으로 군림하며 셔츠의 유행을 주도했다. 1960년대 한국에서 잘 빠진 멋쟁이 오빠를 대표하는 패션이 셔츠였다는 사실은 묘한 감동을 준다.

노란색 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로망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에 나오는 가사 중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이라는 대목은
얼굴보다 몸매를 우선시하는 여자의 대담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사나이가 입은 셔츠의 색이 굳이 노란색이었다는 이유 뒤에는 또 다른 로망이 숨겨져 있다.

일반적인 하얀색 셔츠라면 교장 선생님처럼 딱딱하고 엄격한 느낌을 주지만 여기에
색상을 비비드 한 컬러로 바꾸면 단박에 잘 빠지고 세련된 젊은 남자가 떠오를 만큼 느낌이 확 달라진다. 파스텔 톤이 아닌 비비드 색상의 대표격인 강렬한 노란색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의 얼굴은 결코 주름진 얼굴의 중년이나 노년의 남자가 아니다. 병아리나 개나리가 생각나는 노란 색을 소화할 수 있는 남자는 솜털마저 보일 것 같은 앳된 얼굴이거나 그 언저리 나이의 생동하는 청춘일 것이다. 즉, 노란색은 지루하고 평범한 남자가 아닌 한눈에 시선을 주목시킬 만큼 매력적이며 창창하게 젊고 착한 몸매를 겸비한 남자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듣는 동시에 귀에 착 감기면서 눈으로 상상하게 되는 ‘노란색 셔츠’라는 단어 속에는 이처럼 노골적인 욕망이 감추어져 있다.

셔츠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남자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여기에 적당한
근육질 몸매와 센스 있는 색상으로 화사하게 포인트를 준다면 여자의 로망과 욕망을 쥐락펴락하는 남자로 거듭날 수 있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4.08 (수) 14:21, 최종수정 2009.04.08 (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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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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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에서 <유성화원>이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제작, 방송되었고 이어서 원작의 나라 일본에서도 동명의 제목으로 제작, 방송되었다. 원작의 국내 팬들은 그 동안 대만과 일본의 드라마를 차례대로 본 후, 한국판을 고대하거나 거부하면서 몇 번이나 가상 캐스팅을 하기도 했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 끝은 어디로

제작 전부터 캐스팅에 있어서 몇 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아온 한국판 <꽃보다남자>는 드라마의 축이 되는 F4와 여주인공이 원작에 흡사한 비주얼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비주얼에 대한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스토리가 팬들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출연 배우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과 그 배후에 대한 끊임없는 루머와 뉴스들이 상큼 발랄한 학원물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드라마 속 F4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수직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드라마 자체는 용두사미의 극치였지만, F4를 연기한 배우들은 사유재산인 외모를 바탕으로 극중 캐릭터와 부합하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드라마와 별개로 용이 되어 승천해버린 셈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욘사마 신화

한류’ 붐이 시작되기 전부터 문화를 통한 국제교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계기는 <겨울연가>와 욘사마 배용준이었다. 좋아하는 스타을 위해 순수하고 행복하게 지갑을 여는 욘사마의 거대한 일본 팬덤이 만들어내는 수익은 환율에 따라 국내 사정에 맞는 숫자로 바뀌어 뉴스를 통해 신빙성 있게 전달되었고, 한류의 성공 신화로 자리잡았다.

욘사마 효과는 ‘한류 붐’을 비즈니스로 승격시키는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드라마 및 영화의 수출이 순조롭고, 해외 반응이 좋을수록 배우는 사라지고 한류 스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외화획득 및 해외자본 유치라는 ‘한류’ 본래의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명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노라는 스타들은 물론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들조차 ‘한류’을 이유로 드라마의 성공이나 완성도와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형적인 구조가 순식간에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한류가 내부적인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새로운 소재와 신선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외화들은 빛의 속도로 국내에 안착했다. 일본 드라마와 대만, 중국 드라마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드라마들까지 안방에서 볼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빠르게 국내 팬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주객전도, 굴러들어온 돌이 보석처럼 빛나다

인터넷을 통해 시청률이나 현지 팬들의 반응까지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중국, 일본의 드라마들은 팬들 사이에서는 출연자의 매력을 비롯하여 재미나 감동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통해 검증이 완료된 상태에서 국내 방영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인기가 있는 배우나 스타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중화TV에서 방영 중인 화제작 <모의천하>는 중화권 드라마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재미 때문이지만 아직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아 국내 팬들에게 사전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 역시 신선하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 중화권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자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남자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2006년 <악작극지문>의 정원창, 2007년 <화양소년소녀>의 오존의 뒤를 이어 2008년 <명중주정아애니>의 원경천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국내 중화권 드라마의 기존 팬은 물론 신규 팬층 형성 및 확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현지의 안정되고 풍요로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해외진출은 절박함 대신 여유가 넘친다. 이는 몇 년째 한류에 매달려 수출에 연연하며 한류 스타 및 성공했던 드라마의 기존 이미지 우려먹기를 반복해온 한국 드라마와 대조적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수출하며 이루어 낸 성공은 유통기한이 짧은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좋은, 재미 있는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거품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배우는 작품 속에서 자신과 딱 맡는 역할을 만났을 때 가장 빛난다. 또한 좋은 작품은 배우를 통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기나긴 침체기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다시 눈부신 스타탄생의 튼튼한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4.01 (수) 16:07, 최종수정 2009.04.01 (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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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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