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에서 <유성화원>이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제작, 방송되었고 이어서 원작의 나라 일본에서도 동명의 제목으로 제작, 방송되었다. 원작의 국내 팬들은 그 동안 대만과 일본의 드라마를 차례대로 본 후, 한국판을 고대하거나 거부하면서 몇 번이나 가상 캐스팅을 하기도 했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 끝은 어디로

제작 전부터 캐스팅에 있어서 몇 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아온 한국판 <꽃보다남자>는 드라마의 축이 되는 F4와 여주인공이 원작에 흡사한 비주얼이라는 평가와 함께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비주얼에 대한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스토리가 팬들을 속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출연 배우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건과 그 배후에 대한 끊임없는 루머와 뉴스들이 상큼 발랄한 학원물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드라마 속 F4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기와 인지도는 수직적인 상승곡선을 그렸다. 드라마 자체는 용두사미의 극치였지만, F4를 연기한 배우들은 사유재산인 외모를 바탕으로 극중 캐릭터와 부합하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드라마와 별개로 용이 되어 승천해버린 셈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욘사마 신화

한류’ 붐이 시작되기 전부터 문화를 통한 국제교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계기는 <겨울연가>와 욘사마 배용준이었다. 좋아하는 스타을 위해 순수하고 행복하게 지갑을 여는 욘사마의 거대한 일본 팬덤이 만들어내는 수익은 환율에 따라 국내 사정에 맞는 숫자로 바뀌어 뉴스를 통해 신빙성 있게 전달되었고, 한류의 성공 신화로 자리잡았다.

욘사마 효과는 ‘한류 붐’을 비즈니스로 승격시키는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드라마 및 영화의 수출이 순조롭고, 해외 반응이 좋을수록 배우는 사라지고 한류 스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외화획득 및 해외자본 유치라는 ‘한류’ 본래의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명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노라는 스타들은 물론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들조차 ‘한류’을 이유로 드라마의 성공이나 완성도와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형적인 구조가 순식간에 자리잡은 것이다. 

이처럼 한류가 내부적인 문제들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새로운 소재와 신선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외화들은 빛의 속도로 국내에 안착했다. 일본 드라마와 대만, 중국 드라마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드라마들까지 안방에서 볼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들은 빠르게 국내 팬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주객전도, 굴러들어온 돌이 보석처럼 빛나다

인터넷을 통해 시청률이나 현지 팬들의 반응까지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중국, 일본의 드라마들은 팬들 사이에서는 출연자의 매력을 비롯하여 재미나 감동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통해 검증이 완료된 상태에서 국내 방영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인기가 있는 배우나 스타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중화TV에서 방영 중인 화제작 <모의천하>는 중화권 드라마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재미 때문이지만 아직 중국에서 방영되지 않아 국내 팬들에게 사전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 역시 신선하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 중화권 드라마는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기록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자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남자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2006년 <악작극지문>의 정원창, 2007년 <화양소년소녀>의 오존의 뒤를 이어 2008년 <명중주정아애니>의 원경천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국내 중화권 드라마의 기존 팬은 물론 신규 팬층 형성 및 확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현지의 안정되고 풍요로운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해외진출은 절박함 대신 여유가 넘친다. 이는 몇 년째 한류에 매달려 수출에 연연하며 한류 스타 및 성공했던 드라마의 기존 이미지 우려먹기를 반복해온 한국 드라마와 대조적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수출하며 이루어 낸 성공은 유통기한이 짧은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좋은, 재미 있는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거품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배우는 작품 속에서 자신과 딱 맡는 역할을 만났을 때 가장 빛난다. 또한 좋은 작품은 배우를 통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기나긴 침체기를 반복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다시 눈부신 스타탄생의 튼튼한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기사입력 2009.04.01 (수) 16:07, 최종수정 2009.04.01 (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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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애호가 2011-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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